서울시 "승객 골라잡기 정황 나왔다"...보완 요구
카카오모빌리티 "오래된 택시 업계 자체의 문제"
성일종 의원 "카모, 플랫폼이 책임은 회피해"

택시업계 점유율 94%.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는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주는 국내 최대 택시호출 플랫폼이다. 카카오택시를 둘러싸고 승객과 기사 사이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 카카오가 정해놓은 서비스 규칙 때문인데, 정작 카카오는 갈등에서 벗어나 나몰라라로 일관한다. 모빌리티 업계를 빠르게 잠식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민낯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①호출 1분만에 취소 '2000원 내세요'···'오늘도 뜯겼구나'
②'고작 거길 가라고? 콜 안잡아요~' 카카오는 왜 '승객 목적지 표시' 고집하나?
③블랙컨슈머 별점 테러··· 택시기사 생계 ‘흔들’
④택시기사로부터 뽑아올린 2800억, 카카오들에 1300억 나눠줬다
⑤전국 가맹 택시 중 78% '꿀꺽'... 거대 플랫폼의 당당함
카카오택시/연합뉴스
카카오택시/연합뉴스

"승차 거부를 줄이기 위해 기사들의 운행 패턴과 선호도를 파악한 자체 빅데이터로 배차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1월 22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택시가 자사 가맹 택시에 승객 호출 배차 몰아주고 있다. 장거리 배차율도 단거리보다 높아, 승객 골라잡는 등 정황 포착했다" -2월 23일, 서울시

"승객 골라잡기 원인은 택시 업계의 오래된 문제다. 기사님들의 행태에 기인하는 것이며 승객 목적지 미표시 여부에 문제가 있지 않다" -2월 24일, 카카오모빌리티

국내 택시 시장 94%, 택시 가맹점 78%를 집어삼킨 카카오모빌리티. 최근 '승객 골라잡기', '목적지 표시 서비스로 인한 장거리 우선 배차' 문제 등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업계의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조사자가 승객을 가장해 카카오택시를 불러 직접 탑승해보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카카오택시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가 이뤄진 시간은 ▲오전 7~9시 ▲오후 5시 30분~7시 30분 ▲오후 9~10시 30분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단거리(3㎞ 이내) 호출 성공률은 23%에 그쳤다. 같은 시간대 장거리(10㎞ 이상) 호출 성공률은 54%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라고 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22일 여성경제신문에 해당 논란에 대해 "승차 거부를 줄이기 위해 택시 운행 패턴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배차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면서 "승객 목적지 미표시 방식 등이 배차율을 높이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가 조사한 카카오택시 유형별 호출 성공률. 현재 카카오택시 서비스의 경우 승객이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면 기사는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장거리 호출 성공률은 약 80%로 단거리 호출 성공률 약 66% 대비 2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일별 지역별 시간대별로 봐도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단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서울시
서울시가 조사한 카카오택시 유형별 호출 성공률. 현재 카카오택시 서비스의 경우 승객이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면 기사는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장거리 호출 성공률은 약 80%로 단거리 호출 성공률 약 66% 대비 2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일별 지역별 시간대별로 봐도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단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서울시

카카오모빌리티는 24일 서울시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대해 즉각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택시 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라며 책임을 업계에 떠넘겼다. 

하지만 일각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문에 대해 '논란이 있을 때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개선 방향보다 변명에 급급했다'고 평가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난 국감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의 호출률이 일반 택시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그런데 시장 독점률로 따져봤을 때, 논란 발생 시 책임을 지려는 행동보다는 오히려 카카오택시가 시민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라는 점을 지속 강조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토위 차원에서 관련 법안을 기반으로 이번 서울시 조사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을 세밀하게 분석해 플랫폼 이용자 간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배차 성공률, 카카오T블루가 오히려 더 높아"

서울시 택시기사 98%, 카카오택시 가입자..."배차 성공률 무의미"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가 오히려 승객들의 편의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배차 성공률 또한 일반 택시에 비해 높다고 밝혔는데, 실상은 90%가 넘는 시장 독점 구조에서 배차율을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배차 성공률은 78.5%, 일반택시는 4.6%라며 오히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가 승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은 이미 택시업계를 집어삼킨 카카오모빌리티에겐 당연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가맹 택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가맹 택시 2만 9820대 중 2만 3271대가 카카오T블루인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택시 가입 기사도 전국 택시기사 24만 3709명 중 약 22만 6154명으로 전체 택시 기사의 92.8%에 이른다. 

전국 가맹 택시 및 카카오T블루 현황. /국토교통부, 카카오모빌리티,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
전국 가맹 택시 및 카카오T블루 현황. /국토교통부, 카카오모빌리티,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차 성공률 관련 시장 조사를 해도 당연히 카카오T블루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T블루는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513대에서 시작해 2020년에는 1만 6465대, 2021년 기준 2만 3271대로 3년 사이 약 45배 늘었다. 

김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만 7만 1425명 중 7만 131명의 택시 기사가 카카오택시(98.2%)에 가입했다. 1.8%만이 카카오택시 가입자가 아닌 일반 택시 운영 사업자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카카오모빌리티 가맹 택시 '카카오T블루' 택시 증가 추이. 2019년 대비 2021년엔 약 40배가량 카카오T블루 택시가 많아졌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카카오모빌리티 가맹 택시 '카카오T블루' 택시 증가 추이. 2019년 대비 2021년엔 약 40배가량 카카오T블루 택시가 많아졌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23일 발표된 서울시의 실태조사 방식 또한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서울시가 실태 조사한 기간인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 승객이 이용한 택시 건수는 1700만건"이라며 "그 중 서울시가 조사한 택시는 0.005%에 불과한 841건의 호출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 수의 한계로 오차범위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택시정책과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카카오택시 가입 기사가 약 98%에 이른다. 대선 선호도 조사도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수치상 오류가 있다는 카카오모빌리티 측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장거리 위주 승객 골라잡기' 논란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여성경제신문 
서울시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장거리 위주 승객 골라잡기' 논란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여성경제신문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다양한 택시 호출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면서 좋은 콜을 선별적으로 수행하려는 택시기사들이 증가했다"라며 "이용자들의 택시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져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가맹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택시 기사들이 호출을 골라잡을 수 있는 시스템만 선호하는 게 핵심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국회에선 독점에 가까운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고 봤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플랫폼 시장 중 중개·호출 플랫폼 분야에서 거의 완전한 독점을 구축한 셈"이라며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 독과점 기업의 등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택시 업계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은 거대 기업으로서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선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을 내는 등 논란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기본법안'을 발의했지만 3개월째 위원회 심사 대기 중이다. 해당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책임소재가 부족한 문제를 지목해 개선하기 위함을 골자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율로 보면 서울시 측의 조사 결과가 틀린 것만은 아니다"라며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해당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논란은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을 지고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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