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목적지 미표기, 문제 해결 근본적인 방안 아냐"
서울시 "손님 골라태우기 등 시민 불편 해소 노력할 것"

택시업계 점유율 94%.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는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주는 국내 최대 택시호출 플랫폼이다. 카카오택시를 둘러싸고 승객과 기사 사이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 카카오가 정해놓은 서비스 규칙때문인데, 정작 카카오는 갈등에서 벗어나 나몰라라로 일관한다. 모빌리티 업계를 빠르게 잠식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민낯을 하나씩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①호출 1분만에 취소 '2000원 내세요'···'오늘도 뜯겠구나'
②'고작 거길 가라고? 콜 안잡아요~' 카카오는 왜 '승객 목적지 표시' 고집하나?
③별점 테러에 생계 ‘흔들’… 별점만든 카카오 ‘나몰라라’
④3000억 상생기금 조성 약속··· 급한 불 끄고 '묵묵무답'

카카오택시의 '승객 목적지 표시' 서비스가 승차 거부의 발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카카오택시./연합뉴스
카카오택시의 '승객 목적지 표시' 서비스가 승차 거부의 발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카카오택시./연합뉴스

카카오택시의 '승객 목적지 표시' 서비스가 승차 거부의 발단이 되고 있다.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면 기사는 목적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데, 이때 기사는 거리에 따라 승객을 골라잡을 수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18일 팩트경제신문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일부 승객은 거리별로 택시 배차 확률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제보자 A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친구와 택시를 잡기 위해 카카오택시 앱에서 택시를 호출했다"며 "경기도에 사는 친구의 경우 택시가 바로 잡혔는데, 비교적 가까운 곳을 가는 난 30분을 기다려야 택시가 배차됐다"고 설명했다. 

택시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입장이 갈렸다. 전국택시노동조합 소속 택시기사 B씨는 "승객 목적지 표시는 기사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면서 "기사 입장에선 고객 한 명을 모시더라도 장거리를 뛰는 것을 선호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객별 목적지를 사전에 확인하고, 이를 통해 거리별 실익을 따져 운행을 하는 것이 고객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야기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 C씨는 택시업의 본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의 발이 되어주는 택시는 고객 요구에 따라 운행해야 하는 게 맞다"며 "카카오 블랙의 경우는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는다. 가깝든 멀든 고객이 지정한 목적지에 따라 운행하는데, 이 시스템이 일반 택시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승객 목적지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승객 불편함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서그림 카카오모빌리티 홍보팀 매니저는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과거 목적지 미표기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며 "당시, 운행 완료율이 떨어지고 승객에게 직접 목적지를 확인 후 취소하는 사례도 관찰되는 등 오히려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저해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배차 방식의 카카오T 블루, 벤티 등의 서비스를 개발해 기사와 이용자들이 다양한 서비스 형태를 선택해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T블루와 벤티는 일반 호출 대비 배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다. 다만 추가 호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서 매니저는 목적지 미표시가 승차 거부를 일으킨다는 논란에 대해 "목적지 미표시가 승차거부 문제를 해소하는 근원적인 방안은 아니다"라며 "특히 택시기사 교대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법인 택시의 경우에는 오히려 차고지 복귀 시 콜 대기를 꺼놓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음에 대해서도 고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추가로 그는 "카카오택시는 승차 거부를 줄이기 위해 기사들의 운행 패턴과 선호도를 파악한 빅데이터를 갖고 있어, 매칭률이 높은 콜카드를 보내 배차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앱을 통한 승객 골라 태우기를 방지하기 위해 시에서 인가하는 택시운송가맹사업에 대해 '목적지 미표시'를 의무화할 것을 면허조건으로 하고, 여객법에도 '목적지 미표시'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등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해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국토부는 해당 건의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승객 42%가 호출 앱 '사전예약'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택시 이용 시 불만사항으로는 '특정 시간대 차량 수배 어려움'(58.1%)이 가장 컸고, '단거리 수배 어려움'(55%), '배차까지의 대기시간'(32.7%), '기사의 빈번한 호출 수락 취소'(15.2%) 순이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플랫폼 사의 독점구조가 계속되면서 불공정 문제를 야기하고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등 시민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시는 이를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해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불편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