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34명 중 외부 18명 지원
권은희·김성태 與 전 의원 등판
노조 "통신 전문가 필요"

광화문 KT 사옥 /KT 제공=연합뉴스
광화문 KT 사옥 /KT 제공=연합뉴스

KT 차기 대표이사를 뽑기 위한 공개 모집에 여권 성향의 정치인 출신들이 대거 몰려 논란이다. 사실상 현 정권과 국민연금의 입김에 따라 선임 절차가 재편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T에 따르면 10일부터 진행된 모집을 통해 권은희(전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김성태(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김종훈(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전 의원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전 의원도 지원했다. 전직 의원 4명 모두 국민의힘 계보 정당 소속이었다.

또한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예비후보의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김창훈 한양대 겸임교수,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공천을 받아 출마했던 박종진 IHQ 부회장,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김기열 전 KTF 부사장 등이 지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을 지낸 윤종록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KT 재직 2년 이상이면서 직급 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인 16명의 사내 후보자군도 구성했다. 연임에 도전하는 구현모 현 대표이사와 KT 사장단인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포함해 11명이다. 계열사 임원 5명도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KT 지배구조위는 이러한 외부 인사 18명과 사내 후보자 16명을 종합해 서류 심사로 2차례에 걸쳐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이다. 경영, 법률, 산업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이 면접 심사 대상자를 정하면, KT이사회가 심사를 거친 뒤 다음 달 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한다.

KT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려 왔다. 직전 대표였던 황창규 전 회장은 연임하고 임기도 마쳤지만, 문재인 정권과 성향이 달라 2018년 경찰과 검찰 수사로 불려다녔다. 이명박 정부 때 남중수 회장과 박근혜 정부 때 이석채 회장도 사법 리스크로 취임 9개월 만에 사퇴했다.

지난해 말부터 연임을 가시화한 구현모 대표의 경우, 친 민주당 성향과 사법리스크가 있었지만 다를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KT의 체질을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바꾸고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기 때문에 대표 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지분율이 10.13%로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혀 이번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치권 출신들은 KT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AI·로봇·콘텐츠 등 비통신 사업 이해도는 물론 ICT 기업 경영인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KT 새노조는 논평을 통해 “정치권에 몸담다가 때만 되면 KT 수장 자리에 기웃거리는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예상되는 후보는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며 “회사의 성장 비전 제시와 동시에, 통신사업 강화 전략을 제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낙하산 논란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과방위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KT 차기 대표 후보에 다들 자유롭게 지원하다 보니 난립한 건데, 국민연금이 폭 넓게 공모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여권 출신도 보이는데 관계 없이 지켜보는 입장이고, 전문성 없는 후보는 자연스럽게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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