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20C 말 시스코 등 통신장비업체 주가 급등
신개념 서비스 제공 메타·아마존 증시 선도
바이오 회사도 꿈틀 AI 기술 활용 시장 개척
재고 누적 시작→버블 붕괴 ‘실물경제 중요’

온라인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혁명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Windows)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현실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진은 윈도 화면 /연합뉴스
온라인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혁명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Windows)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현실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진은 윈도 화면 /연합뉴스

오픈 AI의 챗GPT가 출시된 이후 시중의 관심은 온통 인공지능(AI)에 쏠려 있다. AI가 초래할 변화의 범위가 너무 넓어 일상생활에 미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초강력 AI의 등장은 마치 1990년대 중반 세상을 강타했던 인터넷 혁명에 비교할 만하다.

온라인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혁명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Windows)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현실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윈도가 나오기 전 대부분의 컴퓨터(PC)에 운영 시스템으로 장착되었던 MS-DOS는 그래픽 구동이 거의 불가능했다. 당시 컴퓨터 화면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 글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윈도가 출시되자 PC 화면에 화려한 총천연색 그림이 등장했다. 윈도는 마치 흑백으로만 TV를 시청하다 컬러 TV가 등장한 것만큼의 변화를 동반했다. 오늘날 신체의 일부분처럼 일상에서 사용되는 마우스 기기도 윈도의 출현과 함께 광범위하게 쓰이게 되었다.

PC 기술의 진화와 정보통신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면서 인터넷 출현의 기반이 형성되었다.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컴퓨터가 연결되려면 모뎀이 반드시 필요했다. 컴퓨터에 모뎀이 장착되고 전화선을 통해 바깥세상과 연결되면서 인터넷이라는 신세계가 구현됐다.

인터넷이 연결되면 전화를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사람들은 기를 쓰고 웹브라우저를 띄우려 했다. 인기 브라우저였던 넷스케이프(Netscape)를 화면에 올리기 위해 밤을 새우는 사람이 허다했다. 덕분에 PC도 불티나게 팔렸다. 저사양 컴퓨터의 당시 가격이 수백만원을 호가했다.

인터넷이 가져온 충격은 컸다. 그전에는 간단한 기업 정보를 얻으려 해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보거나 서점에서 관련 서적을 구입해야 했다. 전문지식이나 국제경제에 대한 정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당시 정보의 보고인 도서관에 많은 서적을 가지고 있던 명문 대학은 자부심과 더불어 정보로부터 오는 권위를 자랑했다.

정부의 막강한 힘도 오프라인 정보를 먼저 취득하고 정리하는 능력에서 나왔다. 오프라인에서 고급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맥은 그 자체가 엄청난 재산이 되었다. 학벌과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취업과 성공으로 연결되었다.

인터넷은 이런 정보의 벽을 단숨에 허물었다. 말로만 듣던 해외 기관의 사이트에 접속해 빛의 속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논문은 물론이고 책도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인터넷 덕택에 경제 모든 부문에서 생산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너도나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온라인 홍보를 강화했다. 개인도 이메일 계정을 열고 전자 문서를 주고받았다. 그 끝이 어딜지 알 수 없는 열풍이 1990년대 후반 전 세계 시장을 강타했다.

인터넷 혁명의 초기에는 네트워크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장비업체들이 수혜를 입었다. 모뎀과 라우터를 생산하는 시스코 시스템(Cisco Systems)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몇 년간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시장의 예측을 상회했다. 그때마다 주가는 급등을 거듭했다.

이 회사의 주가가 정점을 찍던 2000년 3월 주가수익비율(PER)은 거의 200배에 육박했다. 시가총액이 순익의 200배에 달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미국에서 3위에 랭크되었다. 광케이블을 공급하던 AT&T 주가도 급등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시스코와 비슷하게 통신장비를 생산하던 웰링크라는 업체의 주가도 연일 상승하며 몇 배가 올랐다.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제공했던 한국통신(KT)과 같은 통신 업체의 주가도 초강세였고 모바일 시대를 연 SK텔레콤 주식은 시장에서 황제주로 군림했다.

이 시기 닷컴 버블은 인터넷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한 B2C, B2B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서점의 개념을 들고 온 아마존 주가가 급등했다. 또한, 웹브라우저를 통해 검색과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 야후의 주가도 급등세를 연출했다.

한국에서는 자바 기술을 응용해 인터넷을 통한 무료 전화 서비스를 처음으로 소개한 새롬기술의 주가가 수백 배나 올랐다. 누구에게나 한메일 계정을 무료로 제공한 다음의 주가도 급등했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하거나 회사 이름에 닷컴을 붙이기만 해도 주가가 급등했다. 이들의 성장성이 무한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닷컴 버블 이후 수십 년이 흐른 지금 경제를 주도하는 회사의 면모는 사뭇 다르다. 혁신적인 검색 서비스를 선보인 구글이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과거 1위 회사였던 야후는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한국에서도 야후코리아는 문을 닫았고 검색 기능에서 호평받은 네이버가 승자가 됐다.

당시 주식시장을 호령하던 대부분 회사는 주식시장에서 이류로 밀려났다. 그 공간은 신개념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제로 수익을 창출한 회사들이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선보인 애플과 소셜미디어 열풍을 가져온 메타,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AP=연합뉴스
당시 주식시장을 호령하던 대부분 회사는 주식시장에서 이류로 밀려났다. 그 공간은 신개념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제로 수익을 창출한 회사들이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선보인 애플과 소셜미디어 열풍을 가져온 메타,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AP=연합뉴스

당시 주식시장을 호령하던 대부분 회사는 주식시장에서 이류로 밀려났다. 그 공간은 신개념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제로 수익을 창출한 회사들이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선보인 애플과 소셜미디어 열풍을 가져온 메타,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AI 열풍도 여러모로 1990년대 닷컴 버블과 비슷한 측면이 강하다.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보하면서 인터넷과 같이 경제와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하다. AI에서 성장 가능성을 본 회사들이 관련 부문에 거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1990년 당시 인터넷 장비 업체들이 먼저 수혜를 입었듯이 AI 생태계의 기저를 형성하는 반도체 회사와 서버 관련 회사들의 매출과 이익이 폭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와 TSMC 그리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 같은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1990년대 닷컴 기업들과 같이 AI 기술을 현실에 접목해 시장을 개척하려는 회사들도 수면 아래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신기술을 통해 임상시험의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이려는 바이오 회사들이 좋은 예다. 이들 회사의 실적이 가시화하는 한 AI 열풍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의 AI 관련 공급망 병목현상이 해소되면 재고의 누적이 시작된다. 그 여파로 성장성이 느려지고 높은 주가수익비율이 정당화되지 못하면 버블이 터진다. 그러면 주가는 오른 만큼 내린다. 주가 모멘텀에만 눈이 팔려 있을 것이 아니라 기업 실적과 실물경제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