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대, 마을회관서 '상대적 청춘'
경로당 급식 지원 사업 개선 필요

경로당 /연합뉴스
경로당 /연합뉴스

# 서울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박재진 씨(가명·50)는 전남 담양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통화를 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경로당에서 노인들과 점심을 먹는데 어머니가 매번 '밥 당번'이란 말 때문이다.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몇 년 전 양 무릎 수술을 하고 허리도 좋지 않은데도 경로당을 이용하는 10여명의 80대 중후반과 90대 '언니들'을 위해 손수 밥을 짓고 반찬도 마련하고 있다. 마을회관 다니지 마시고 집에서 식사하라는 아들의 채근에도 "경로당 사람들과 오랜 정이 있고 막내인 내가 밥을 안 하면 식사 준비를 할 사람이 없다"며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70~80대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밥 당번'을 맡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라 경로당 내 연령대도 높아지면서 칠순, 팔순 노인이 '막내'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특히 농어촌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남 도내 경로당은 총 9233곳으로, 올해 기준 양곡비 명목 총 37억원과 경로당 운영비로 142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운영비의 10%(약 14억원) 내에선 부식비를 사용할 수 있으며 마을 자체 수익금과 후원금 등으로 부식비를 충당하는 식이다.

하지만 경로당 급식과 관련한 인건비는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자체적으로 밥을 지어 먹고 반찬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양군 관계자는 "쌀 소비 촉진과 경로당 화합을 위해 경로당 지원 사업이 도입됐다"며 "경로당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80~90대 이른바 '상노인들'이 경로당을 주로 이용하면서 식사 당번을 놓고 어려움이 있는 경로당이 있다"고 전했다.

경로당 지원 사업 내용도 이 같은 인구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일자리 사업 창출 전문가 김모 씨는 "10여 년 전 도입된 경로당 지원 사업 패러다임은 초고령화 사회에 맞지 않는다"며 "'밥차'를 운영해 경로당을 순회하며 배식하는 등 노인 급식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거동 불편 노인을 위한 무료 도시락 배달, 노인복지관에서 저렴한 급식 제공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며 "팔순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손수 밥을 짓는 문제에 대해서는 실태를 꼼꼼히 파악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