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내 미등록 경로당 급증
양곡비·냉난방비 등 지원 제한
"지자체부터 관리 강화해야"

가파른 고령화 추세와 지방 인구 소멸로 농어촌 지역은 경로당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원수 부족 등의 문제로 법적 기준을 맞추지 못한 미등록 경로당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가파른 고령화 추세와 지방 인구 소멸로 농어촌 지역은 경로당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원수 부족 등의 문제로 법적 기준을 맞추지 못한 미등록 경로당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시골 경로당은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건강·여가를 위한 프로그램 없이 단순히 수다를 위한 사랑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파른 고령화 추세와 지방 인구 소멸로 농어촌 지역은 경로당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수 부족 등의 문제로 법적 기준을 맞추지 못한 미등록 경로당이 늘어나고 있다.

미등록 경로당은 경로당 기능을 수행하지만 법적 기준을 맞추지 못해 경로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설을 말한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로당은 △회원 20명 이상(읍·면은 10명 이상) △거실 면적 20㎡(6평)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외진 시골에서 폐교 등을 리모델링해 사랑방처럼 쓰고 있는 곳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미등록 상태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국 미등록 경로당은 1600곳 이상이다. 서울은 9곳인 반면 전남엔 211곳이 있다. 전남 고흥에만 54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읍·면·동 단위 분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상당수가 농촌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등록 경로당은 정부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당은 노인복지법과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운영된다. 해당 법에 따르면 법에서 정한 시설 기준을 갖춰야 경로당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인원수 등에 따라 운영비, 냉난방비가 차등 지원된다. 법적 경로당은 양곡비와 냉난방비 등을 지원받지만 미등록 경로당은 배제되는 것이다.

농촌 지역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공간에 '사랑방' 등의 이름으로 미등록 경로당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의 경우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552개 마을 중 51개소에서 사랑방이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구미시도 462개 마을 중 43개 마을에서 미등록 경로당만 존재하는 상태다.

경로당 /연합뉴스
경로당 /연합뉴스

일부 지자체에서는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 등을 제정하면서 인원이 적은 마을 사랑방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경기 안성시의회가 처음 관련 조례를 제정한 이후 이를 벤치마킹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평창군의회가 조례를 만들면서 미등록 경로당 3곳이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경로당과 동등한 수준이 아닌 운영비, 냉난방비, 양곡비만 절반 수준으로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가 프로그램 등은 여전히 지원받지 못한다.

이는 스마트 경로당 도입, 여가·운동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지원되고 있는 수도권·대도시 경로당과 대비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농촌 지역 경로당 노인들은 20년 전과 지금의 활동 방식이 같다. 다 같이 앉아서 고스톱 치거나 바둑·장기를 두고 수다 떠는 데에서 그친다. 운동 기구 몇 개 놔둔 곳이 생긴 정도다"라며 "대도시에서는 청년 운동지도사가 경로당에 지원 나가는 등 다양한 사회 연계 프로그램이 생기는 추세다. 하지만 시골 경로당은 여전히 밥만 먹고 가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미등록 경로당은 제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사실 경로당 관리는 정부보다 지자체에서 우선적으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가 먼저 발 벗고 나서야 정부 지원도 나오는 것"이라며 "오히려 경로당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지자체에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골 경로당에 가보면 경로당이 텅텅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지방 인구 소멸 문제도 있지만 노인들이 경로당에 안 나오는 거다. 냉난방비 등 지원이 없으니 잘 안 나오고, 서로 얼굴을 볼 기회가 갈수록 없어진다"라고 했다. 이어 "먼저 지자체에서 비용을 쓴 다음 예산이 부족할 때 정부에 요청하면 정부가 50%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가야 운영이 잘된다"라며 지자체 차원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2월 올해 안에 경로당 제도 개선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 여건에 따라 등록 기준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준 경로당' 제도 도입 등을 언급하며 법령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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