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취임 후 첫 IR 나서는 이복현 원장
‘규제 없는’ 금융 중심지 싱가포르 선택
“금융사 이자 수익 치중 완화 위한 것”
“규제 많아 외국 기업 들어올 틈 없다”

‘은행=공공재’ 파고 속 관치 논란을 빚어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취임 후 첫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선다. /연합뉴스
‘은행=공공재’ 파고 속 관치 논란을 빚어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취임 후 첫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선다. /연합뉴스

‘은행=공공재’ 파고 속 관치 논란을 빚어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선다. 행선지는 아시아 금융 허브 싱가포르다. 업계는 금융 혁신이 시급한 때 듣던 중 좋은 소식이라는 반응이다. 반면 ‘규제 없는 나라’에서 많이 배우고 오시라는 뼈 있는 지적도 있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원장이 금융지주사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힘을 보태기 위해 오는 5월 싱가포르에서 IR을 연다. 올 초부터 불거진 금융사 수익구조가 이자 수익에 치중해 있다는 문제 제기에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아시아 금융 중심지 국가를 찾기로 한 것.

금감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싱가포르는 홍콩과 달리 아시아에서 아직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가로 국내 금융사의 해외 투자 유치에 힘을 보태주기 위한 결정이다”라며 “싱가포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에 방점을 두고 IR을 추진하고 있던 중이었으며, 인도네시아 경우에도 금융 현장 교류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원장님은 은행 등 지주사 수익구조가 이자수익에 치중된 부분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해왔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방안도 강조했다”라며 “이번 싱가포르 IR도 그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네 마리의 용’이라 불리던 국가 중 하나다. 여기에는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4개 국가가 포함됐다. 일본의 뒤를 이어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룩한 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을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때까지 네 마리의 용이라 불렀다.

‘금융 규제 Free’ 우뚝 선 싱가포르
‘규제벨트’ 맨 韓 따라 잡을 수 있나

그러나 현재는 네 국가의 경제성장 격차는 크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7만9426달러(2022년 기준)로 네 마리 용 중 우뚝 섰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661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3만5373달러) 보다 7.7% 줄었다. 지난해 원화 가치 하락 영향이 있었다곤 하지만 싱가포르와 격차는 두 배까지 벌어졌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7만9426달러(2022년 기준)로 네 마리 용 중 우뚝 섰다. 금융업 규제 완화 여부가 국민소득 격차를 벌렸다고 지적한다. /픽사베이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7만9426달러(2022년 기준)로 네 마리 용 중 우뚝 섰다. 금융업 규제 완화 여부가 국민소득 격차를 벌렸다고 지적한다. /픽사베이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업 규제 완화 여부가 국민소득 격차를 벌렸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 관계자는 “옛날에나 네 마리 용이었지 이제는 한국과 싱가포르를 비교할 수 없다. 이는 금융 규제 여부와 관련 있다”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금융사는 다양한 비금융 사업을 영위하며 수익을 얻고 있다. 반면 한국 금융사는 정부가 허용한 ‘혁신 사업’ 범위 안에서만 허가를 받고 나서야 한 발 뗄 수 있는 구조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모바일’(리브엠)이 대표적이다.

재계와 학계는 금융시스템을 싱가포르 만큼 변화해야 한다고 제기해 왔다. 실제 지난 13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 국제화 대응단(가칭)’을 내세우며 금융사의 해외 진출과 해외 투자 지원을 약속한 자리에서도 “해외 법인이 비금융 자회사를 영위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싱가포르 금융사는 부동산 법인마저 자회사로 두고 수익을 창출한다.

한편 이복현 원장의 행보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금융 중심지가 되고 싶다면 실제 허브인 곳에 가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봐야 한다”라며 “정부 간 최소한의 관계라도 맺으면 민간 기업이 외국에서 영업하는 데 힘을 얻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보다 규제 완화가 먼저
“규제 많아 외국 기업 투자 기피”

금융사가 해외 진출하는데 한국이 ‘금융 중심지’로 역할을 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복현 원장에 대해 “금융 잘 안다고 할 수 없다”고 꼬집는 업계 관계자도 있다. 또 투자 유치보다 규제 완화가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은 본지에 “싱가포르는 규제를 없애며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연간 국민소득이 7만5000달러 훌쩍 넘어선 것도 산업 전반이 금융 중심으로 개편되면서다”라면서 “기업 투자 유치한다고 하지만 국내 금융사는 규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사가 해외에 진출하는데 한국이 ‘금융 중심지’로 역할을 하기에 아직 멀었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 유치보다 규제 완화가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금융사가 해외에 진출하는데 한국이 ‘금융 중심지’로 역할을 하기에 아직 멀었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 유치보다 규제 완화가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이어 “금융당국이 싱가포르에 가셔서 많이 배우고 오셨으면 좋겠다”라며 “금융 중심지 되려면 규제 철폐가 전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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