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60시간 상한캡 지시 
MZ 근로자도 "시대 역행" 한 목소리 
숫자·세대만 편중, 논란 본질은 외면 

7일 서울 도심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일 서울 도심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까지 근로시간을 허용하는 내용의 개편을 추진하면서 해당 근거로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 청년층이 선호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은 정부안이 노동자들의 바람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우려를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주 60시간의 상향선을 제시하며 정부안 보완을 지시했다. 

MZ 노조 "과도한 근로는 깨야 할 악습"

16일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임의자 의원이 주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른바 MZ 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이하 새로고침)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은 "(정부안은) 제도 취지의 실현 여부가 불분명하고 우려점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해 반대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52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노동자의 주장은 아니다"라며 "IT나 게임업계 종사자도 과도한 근로를 '깨야 할 악습'으로 보고 있고 설령 초과근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노동자가 있다 하더라도 소수인데 예외적 상황을 이유로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법을 하는 것이므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노동시간 유연'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노동자가 공감하지만 보통 '유연하게 쓴다'는 것은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떠올리지 연장 근로를 유연하게 쓰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제로 제기되는 '공짜 야근' 역시 공짜 야근을 시키는 기업들의 문제이지 현 52시간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부, 주 69시간 청년들 좋아해··· 근거는?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요즘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나 (말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적극적인 권리 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청년층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는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며 정반대의 입장을 냈다.

정부 여당이 MZ세대가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을 좋아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조사였다. 전경련이 지난달 8일부터 16일까지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30 정규직 임금 근로자 702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한 결과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긍정적 응답은 82.0%(매우긍정 16.5%, 긍정 65.6%, 부정적 응답은 18%(부정 13.7%, 매우 부정 4.3%)였다. 

하지만 당시 질문 문항에 주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고, 2030대 정규직 임금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전경련은 "현재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일하는 방식 다양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고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노동시간 개혁 주요 내용을 별표로 넣었지만 "연장근로 관리 단위기간 확대"라고 설명했다. 

반면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질문이 포함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12월 30~31일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한 연장근로시간 단위 확대 조사에 따르면 반대 55.7%, 찬성 40.0%였다. 연령별로는 20대 반대 68.6%, 30대 반대 60.9%로 집계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노조를 만나 긴급 면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노조와 긴급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 악화에 물러선 尹정부, 원점 논의?

MZ 노조마저 반발하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주 60시간은 무리라며 정부안 보완을 지시한 것이다. 연장근로를 포함한 최대 근로시간에 상한 캡을 씌우라는 의미로 해석됐지만, 청년들은 정부가 논란의 본질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5세 딸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강모연 씨(34)는 여성경제신문에 "69시간이든 60시간이든 대통령은 대체 누구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미 지금도 육아와 회사일을 병행하느라 쉴 틈이 없는데 근무시간을 늘리면 애를 언제 키우고 언제 애를 낳으라는 건가. 요즘 저출생 이야기하고 그랬던 거 같던데 이상하다"고 말했다. 

IT업계 근무 하는 서모 씨(29)는 "유연 근무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것이 유연 근무라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MZ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는데 내 주변 친구나 동료들은 주 69시간에 찬성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요즘 결혼도 안 하는 흐름이고 취업도 늦어지면서 40~50대도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라의 정책을 시행하는데 청년 이야기만 듣는 것도 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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