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서 사용하는 A.B 표기 사용
李 "영문·국문 표기 모두 문제 없어"
하버드 학력 허위 논란에 시달려 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학력 표기를 영어로 기재해 음모론에 맞불을 놨다. 대학 체계가 다른데 복수 전공이라는 한국식 표현을 악용해 이 대표의 학력을 허위로 몰아가는 움직임에 대응한 것이다.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명부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학력이 'Computer Science / Economics AB 졸업'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그동안 세 번의 선거에 출마하며 하버드대학교 '컴퓨터과학·경제학 학사 졸업'이라고 썼었는데 돌연 표기를 바꾼 것이다.
이날 이준석 대표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 표현 모두 문제가 없으나 학력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의혹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영문 그대로 기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achelor of Arts의 약자인 B.A는 한국어로는 문학사를 의미하고 Bachelor of Science의 약자인 B.S는 한국어로 이학사를 의미한다. 문학사는 인문계열 전공에서 취득할 수 있는 학위이고 이학사는 자연과학대학에서 취득할 수 있는 학위를 뜻한다. 미국대학에 따라서는 문학사와 이학사를 A.B, S.B와 같이 표기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대학으로 하버드대학교가 있다.
이준석 대표의 학력 논란은 2011년 정치 입문 이후 이따금 소환되던 소재였으나 지난해 유튜버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랐다.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여성분과 부위원장을 지낸 김영윤 폴리티코 정치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미국에 국빈 방문한 이후 극우 유튜버 이봉규 씨 채널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하버드에 입학해 학교에 다닌 것은 맞지만 졸업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 전 대표가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하버드대에는 복수전공 제도가 없었다는 점 △이 대표의 논문·과제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점 △이 대표가 공개한 졸업증명서가 다른 하버드 증명서와 다르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의 차명진 전 의원도 자신의 유튜브에 '이준석의 학력 위조 논란, 해명은 왜 못하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차 전 의원은 "복수전공이 불가능했던 하버드에서 어떻게 혼자만 복수전공을 했느냐"며 "성적증명서나 연구계획서라도 제출해야 하는데 전혀 제출된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어 번역의 한계를 이용해 이 대표가 복수 전공으로 거짓말했다는 것이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는 논란 제기에 일일이 대응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네가 학력을 위조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주장은 '부존재 증명'"이라며 "이런 주장이 인정받는 순간 세상은 난장판이 되는 것"이라고 무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