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일자 훼손하며 헌 타이어 판매
대형포털, 알면서도 수수방관 비판

타이어 업계의 헌 타이어 꼼수 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연합뉴스
타이어 업계의 헌 타이어 꼼수 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연합뉴스

타이어는 자동차 안전에 핵심적인 소모품이다. 오래된 타이어를 사용하면 제동력이 떨어지거나 작은 충격에도 펑크가 발생하면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선 제조일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악용해 오래된 타이어를 신품처럼 속여 파는 업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제조일자를 훼손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보자 박모 씨는 온라인에서 10만원이 넘는 타이어를 8만9000원에 구입했다. 그는 자신이 구입한 타이어가 1년도 되지 않은 신품일 거라 여겼다. 

그런데 타이어를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타이어 옆구리에 고무가 갈라지는 손상(크랙)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게 여긴 박씨는 타이어 옆구리에 적혀 있는 제조일자를 확인했더니 날짜를 칼로 긁어 훼손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씨가 구매 업체에 문의한 결과 해당 타이어는 생산된 지 3년도 더 된 오래된 타이어로 확인됐다. 

박씨는 이후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타이어 전반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타이어 업체 상당수가 온라인에서 오래된 타이어를 새 타이어 가격으로 팔며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타이어를 판매하는 중간 상인은 타이어를 대량으로 쌓아둘 창고가 없기 때문에 오래된 타이어를 싼값에 다른 업체에 넘긴다"며 "계속 싼 가격에 손바뀜이 일어난 타이어가 마치 새 타이어인 것처럼 둔갑돼 판매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은 복수의 타이어 업체에 제조사와 판매업체 간의 유통 구조 및 실제 거래액에 대해 문의했으나 모두 답변을 피했다.

박씨는 온라인 플랫폼도 지적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에서도 타이어 업체의 행각을 알고 있지만 제재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쇼핑몰에 공지된 책임 한계와 법적 고지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사를 통해 유통되는 제품에 대해서 어떠한 정확성 및 신뢰성도 보증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포털의 타이어 판매 페이지 /네이버 쇼핑 캡처
한 포털의 타이어 판매 페이지 /네이버 쇼핑 캡처

3년 지난 타이어 안전에 위험해
제조일자 의무 공지 제도 필요

전문가는 만들어진 지 3년이 지난 타이어는 갈변화 및 경화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상 타이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3년이 넘은 타이어를 파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3년 넘은 타이어의 경우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2년이 넘기 시작하면 싸게 판매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이어가 언제 제조됐는지를 알려주는 의무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안전을 위해 타이어 제조 시 옆면에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있지만 정작 많은 소비자가 무관심한 상황이다. 업체 측에서도 이런 무관심을 이용하고 있어 소비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이 요구된다.

전자상거래 및 온라인 쇼핑몰의 발달로 타이어 역시 온라인에서 많은 거래가 이뤄진다. 판매자는 타이어 판매 시 △크기 △브랜드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 중 하나인 제조일자는 공지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본지가 유명 포털 N사 쇼핑몰 조사 결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타이어 중 제조일자가 표기된 상품은 5개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트에 공시된 제조일자와 실제 제조일자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국가법령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타이어에 관한 안전 규칙을 규정해 놓았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2조의 2를 통해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의 안전 기준을 마련해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타이어 판매 시 제조일자를 명기하라는 규정은 없다. 이에 타이어 판매 관련 규정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법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외국 법안의 경우에도 중고 타이어의 정의가 뚜렷하지는 않다"며 "기온을 비롯해 타이어의 성능에 영향을 줄 요인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타이어 사용 연한을 정하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칼로 물 베듯이 잘라서 정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법을 추상적으로 만들면 도리어 더 위험하다"며 "오래된 타이어 금지가 해결책이 아니다. 핵심은 제대로 정보를 알려서 소비자가 알고 사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