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건물 25% 하락 연체율 코로나 수준
고금리→채권가격‧투자가치↓→유동성 위기
CMBS 발행 75% 뚝‧중소銀 43% 대출 비중
하반기 침체‧‧‧금융권 불안 연준 정책 제한적

미국 상업용 부동산 폭락이 중소형은행 유동성 위기의 새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카이라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상업용 부동산 폭락이 중소형은행 유동성 위기의 새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카이라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상업용 부동산 폭락이 중소형은행 유동성 위기의 새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가, 사무실 건물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다. 빌린 돈에 비해 자산 가격이 떨어지자 연체율은 코로나19 사태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을 발행한 중소은행이 빚을 지고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CMBS에 대한 자금 청산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만기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고금리→채권 가격 하락→투자자 수익 감소) 문제는 미국 중소형은행의 전체 대출 중 절반가량이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이라는 점이다. SVB 파산에 이어 ‘도미노 파산’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CMBS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금융시장 경계감이 확대되고 있다. CMBS는 금융기관이 업무용 건물이나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 채권에 대한 증권을 의미한다.

전체 CMBS 연체율은 지난 2월 기준 3.12%로 전달(2.94%)에 비해 0.18%포인트 상승했다. 사무용 부동산만 보면 같은 기간 0.55%포인트 상승해 2.38%를 기록했다(지난 2월 기준). 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수준(2.66%)이다.

연체율 상승은 빌린 돈에 비해 자산 가격이 급락한 데 기인한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무실(-25%), 아파트(-21%), 상가(-19%), 산업(-13%) 순으로 작년 최고점 대비 폭락했다. 이는 기술 및 금융 기업들이 대규모로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업무용 사무실 수요가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개월간 300bp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채권발행 금리도 상승했다. CMBS 가중평균 발행금리는 6.5%까지 치솟았다. 최근 2년간 해당 채권의 금리는 3%대였다. /국제금융센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개월간 300bp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채권발행 금리도 상승했다. CMBS 가중평균 발행금리는 6.5%까지 치솟았다. 최근 2년간 해당 채권의 금리는 3%대였다. /국제금융센터

유동성 위기 우려마저 금융시장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개월간 300bp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채권발행 금리도 상승했다. CMBS 가중평균 발행금리는 6.5%까지 치솟았다. 최근 2년간 해당 채권의 금리는 3%대였다. 작년 겨울 한국의 레고랜드 사태에서의 ‘돈맥경화’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리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CMBS는 5%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 보증이 아닌 민간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CMBS(Non-agency CMBS)는 내년까지 만기도래 예정 규모가 2600억 달러로 추정된다. CMBS 가격 하락과 연체율 증가라는 투자 악조건 속에서 해당 채권에 대한 ‘턴오버(자금 회전)’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실제 CMBS 발행액도 급감했다. 투자 수요가 감소하자 은행이 채권 발행을 줄였다. 지난 1~2월 누적 CMBS 발행액은 90억 달러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75%가량 줄어든 규모로 시장 불안감은 더욱 점증되고 있다.

정부 보증이 아닌 민간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CMBS(Non-agency CMBS)는 내년까지 만기도래 예정 규모가 2600억 달러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센터
정부 보증이 아닌 민간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CMBS(Non-agency CMBS)는 내년까지 만기도래 예정 규모가 2600억 달러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센터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CMBS에 대한 강제 매각까지 전망하기엔 이르지만 만기가 도래한 시점에서 자금 청산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금리상승에 따라 채권발행금리가 상승하면서 CMBS 가격이 떨어졌다. 그만큼 이전보다 해당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사라졌다. 이는 CMBS 리파이낸싱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소형은행 대출 상업용 부동산 43% 점유
“올 하반기나 내년 초 본격적인 침체 올 것”

CMBS 위기가 고조되면서 잠잠하던 미국 중소형 은행의 불안이 수면 위로 올랐다.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유동성 위기가 잡히는가 싶더니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크게 점유하고 있는 중소 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CMBS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중소형 은행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본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중소형 은행(총자산 기준 상위 25개 대형은행을 제외)은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67.3%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소형 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43%다. 대형 은행(13%) 취급 규모에 비해 4배 더 많은 것으로 그만큼 부실 위험 노출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말 중소형 은행(총자산 기준 상위 25개 대형 은행을 제외)은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67.3%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연방준비제도,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지난 2월말 중소형 은행(총자산 기준 상위 25개 대형 은행을 제외)은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67.3%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연방준비제도,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미국 은행들은 작년부터 이미 담보인정비율(LTV)을 하향 조정하면서 대출 위험 관리에 들어갔다. 자산 가격이 떨어진 만큼 채권자에게 빌린 돈 일부를 일시에 상환하게 한 것이다.

영국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은행 대출 조건 변화에 민감해 담보인정비율이 추가 조정될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맞물려 부동산 강제 매각으로까지 이어질 소지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로써 미국 경기침체는 기정사실화됐다. 학계에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침체 없이 넘어갈 수 있느냐 논쟁에서 이미 답은 나왔다고 보고 있다. 불황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본지에 “미국 소비가 강하고 노동시장이 타이트하다고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급감하고 파트 타이머 수요만 많은 상황이다”라며 “올 2분기를 기점으로 하반기 혹은 내년 초 본격적인 불황이 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금융권 은행 섹터가 매우 불안정하다”며 “앞으로 연준 정책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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