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플랫폼 관여 여부 등 수사 확대 가능성 
‘광고 의뢰’ 병원 책임도…의료법 고의 위반 소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이른바 ‘의료계 뒷광고’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PIXABAY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이른바 ‘의료계 뒷광고’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PIXABAY

유튜버들에 대한 ‘뒷광고’ 논란과 관련해 새로운 문제로 제기된 ‘의료계 뒷광고’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만일 혐의가 밝혀진다면 법적 처벌까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경찰서와 서초경찰서, 마포경찰서 등은 최근 ‘의료계 뒷광고’를 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유명 유튜버 다수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 여부를 판단 중이다. 

해당 유튜버들은 유명 병원 등의 의뢰를 받고 성형 혹은 시술, 모발이식 등 후기를 영상 콘텐츠 형식으로 제작해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와 진정 내용에 따르면 다수의 유튜버들은 이른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다)인 것처럼 영상을 제작했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광고비나 수술비 협찬 등을 받았다.

음식 등 다른 주제의 ‘뒷광고’ 논란 유튜버들과는 달리 ‘의료계 뒷광고’ 논란이 인 유튜버들은 ‘뒷광고’ 여부와 별개로 긴장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료 광고 표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의료법 제56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의 장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따라서 광고 표기를 안 했다면 ‘뒷광고’라는 비난을 받게 되고, 광고 표기를 했다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을 인정하게 돼 난감한 상황이다. 의료법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유명 유튜브 채널 ‘임다TV’는 ‘의료계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뒤 사과영상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사과영상에서 네티즌들은 아프리카TV가 ‘의료계 뒷광고’에 직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다TV
유명 유튜브 채널 ‘임다TV’는 ‘의료계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뒤 사과영상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사과영상에서 네티즌들은 아프리카TV가 ‘의료계 뒷광고’에 직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다TV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더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MCN이나 영상플랫폼 측에서 ‘의료계 뒷광고’에 개입한 경우 수사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다. 앞서 유튜브 채널 ‘임다TV’(임다)가 라식 수술 광고를 올려 ‘의료계 뒷광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영상을 올리는 과정에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임다는 “지난해 여름 아프리카TV를 통해 한 병원으로부터 라식 수술 광고를 제안 받고 광고 관계자들 의뢰에 따라 자발적으로 수술을 받는 형식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통해’라는 발언이 아프리카TV가 해당 광고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해석이 모호했으나, 이어 “함께 영상을 제작했던 아프리카TV 측과 정확한 사실 경위를 다시 파악 중”이라고 말해 아프리카TV 개입 가능성을 추측케 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광고를 의뢰한 주체인 병원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이들이 따로 있는 병원이라면 유튜버에 지급된 광고비 등 내역을 모를 수가 없기에, 의료법을 제일 잘 아는 의료인이 이를 위반하는 ‘뒷광고’를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윤리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한 유튜버에게 코 성형수술 후기 광고를 의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 성형외과는 의료과실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상호를 변경해 영업을 이어오던 중 이같은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약사 유튜버 WanderJess 재이는 앞서 ‘의료계 뒷광고’에 대한 심각성을 알렸다. 특히 의료법 위반과도 연관이 있어 유튜버들도 광고 수락시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WanderJess 재이
약사 유튜버 WanderJess 재이는 앞서 ‘의료계 뒷광고’에 대한 심각성을 알렸다. 특히 의료법 위반과도 연관이 있어 유튜버들도 광고 수락시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WanderJess 재이

약사 유튜버로 잘 알려져 있는 WanderJess 재이(이하 재이)는 자신에게 제의가 왔던 광고 내용을 공개하면서 ‘의료계 뒷광고’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재이는 “(광고 제의가 들어온)해당 병원 마케팅 담당자에게 혹시 병원에서 협찬 받았다는 내용을 담으면 안되냐고 묻자 담당자는 ‘의료법 때문에 절대 안 된다. 정 마음에 걸린다면 ‘촬영에 협조해주신 병원에 감사드립니다’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즉 병원 측에서도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제안에 재이는 결국 광고 계약을 포기했다. 재이는 “마케팅 담당자는 뭐가 문제냐고 설득을 하다가 마지막엔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검사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해 더 이상의 언쟁을 피하고 싶어 검사비 4만원을 내고 병원을 떠났다”고 전했다. 당시 구독자 8만명이었던 재이가 받은 제안은 무료로 시력교정술을 받고 영상 두 편을 올린 뒤 300만원의 영상 제작비를 받는 것이었다. 

재이는 “의료광고 특성상 다른 ‘뒷광고’와 다르게 지금이라도 (영상을 수정해)광고 표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광고를 진행할 때 병원에서 ‘의료법에 위반되므로 광고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명확히 설명했을 것이고, 크리에이터들은 이에 동의하고 광고를 진행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경찰에 접수된 ‘의료계 뒷광고’ 진정 민원 및 제보 내용은 라식, 코 성형, 모발이식 등에 대한 후기 영상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의뢰를 받은 유튜버들은 자신이 돈을 내고 수술을 받은 것처럼 콘티를 짜 영상을 제작했고, 이 과정에서 병원 위치나 전화번호, 상담 과정은 물론 심지어 수술 과정을 소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약사 유튜버 WanderJess 재이가 받았다는 의료 광고 의뢰서. 병원 측 역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anderJess 재이
약사 유튜버 WanderJess 재이가 받았다는 의료 광고 의뢰서. 병원 측 역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anderJess 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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