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한국심폐소생협회 가이드라인과 달라
교육원 "시험문제 나온다면 심각한 혼란 초래"
"기도폐쇄의 징후를 보이거나 기침을 하지 못하는 성인 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등 두드리기를 시행한다." -2020년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요약본
"등을 두드리거나 물을 먹이는 행위도 이물질이 더 밑으로 내려가게 하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2024년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질병관리청과 한국심폐소생술협회가 펴낸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요약본'에 명시된 기도폐쇄 대처법과 다른 '2024년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내용이 논란이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기준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에 심폐소생술 관련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교육업계에서 나온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A 씨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요양보호사 표준 교재에 오류가 있어 교육생 강의를 할 때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요양보호사 표준 교재는 보건복지부가 발행한다. 문제는 '제14장 응급상황 대처 및 감염관리' 부문에 환자 및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기도가 막혔을 때 요양보호사의 대처법 설명이 잘못됐다는 것.
가장 최근 개정판인 2020년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요약본을 보면 '기도폐쇄로 악화한 성인 환자에겐 복압을 실시해 강하게 기침하게 하고, 즉시 등 두드리기를 시행하라'고 명시됐다.
그런데 요양보호사 표준 교재에는 '등 두드리기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잘못 기재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에 여러 차례 오류 수정 문의를 했다는 요양보호사 교육원 관계자 B 씨는 "돌아오는 답변은 '전문가 자문하에 책을 냈다'는 말만 돌아왔다"면서 "심폐소생술학회 측의 자문까지 받아 최근 복지부에 알렸더니 그제야 정오표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한데 아직도 연락이나 조치는 취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 씨는 "매번 교육생들에게 잘못된 내용이라고 설명하고 따로 적어두라고 해야 한다"면서 "문제는 시험에 해당 부분이 나오면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기도폐쇄 환자에게 시행하는 대표적인 응급처치법인 '하임리히법'을 만든 하임리힘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기도폐쇄 환자에게 하임리히법을 초기에 시행하면 70~85% 성공률을 보인다. 성공한 사례 중 50% 환자는 등 두드리기와 흉부 압박이 병행된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적십자에서는 2006년 하임리히법을 복부 밀치기법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두 가지 단계로 구분 지어 교육하고 있다. 첫 번째는 복부 밀치기, 두 번째는 등 두드리기법이다.
2015년 유럽소생위원회 가이드라인은 성인의 심각한 기도폐쇄에서 등 두르기법 5회, 복부 밀어내기 5회를 교대로 시행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소방청이 지난 2022년 4월 8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고시한 '일상속 응급처치'법에도 기도폐쇄 두 번째 단계에 '5회 등 두드리기와 5회 복부 밀어내기를 반복하라'고 명시됐다.
한국응급메디컬협회 관계자는 "대체로 심폐소생술 관련 정확한 방법을 알고 싶을 땐 한국심폐소생술협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른다"며 "등을 두드리지 말라고 요양보호사 교육생에게 교육을 하면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에 환자를 몰아넣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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