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불문 높아지는 여행·관광 수요
스타트업 리트레버 '따시리 반장'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족테마여행

관광 약자에 특화된 케어 가이드 '트래블 헬퍼' /리트레버
관광 약자에 특화된 케어 가이드 '트래블 헬퍼' /리트레버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게 낙이었는데 요즘은 외출 시 지팡이가 꼭 필요해 포기하게 되네요"

"거동은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다시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싶어요"

여행업계에도 요양보호사가 존재한다. 경중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환자·보호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처럼 여행 중 돌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복지 개념의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족테마여행'이 실현되고 있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국내에는 무장애 여행을 테마로 관광 약자에 특화된 케어 가이드 '트래블 헬퍼'가 존재한다. '무장애 관광'은 장애인, 고령자 등 관광 약자가 여행에 있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환경을 의미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3-2025 관광 트렌드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고령층,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는 경제 성장을 경험한 '성공 DNA'를 가진 세대로 여행에서도 인생을 풍부하게 해줄 경험을 원하고 독립성이 강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모바일 앱 등에 익숙해진 고령층이 증가함에 따라 주체적인 여행 기획력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무장애 관광 수요는 장애인·고령자의 주체적인 관광 경험 증가에 따른 시장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각 지자체 및 관광 기관에서는 무장애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트래블 헬퍼를 교육·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발전재단은 트래블 헬퍼를 통해 장애인과 고령자의 관광을 돕고 신중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사회적 기업 '두리함께',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제주 무장애 관광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부산시에서도 두 달간 무장애 관광 전문인력 양성 교육이 열렸다.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서 진행된 트래블 헬퍼 실습에서는 시각장애인 스틱으로 직접 바닥을 짚으며 걸어보고 장애인이 보는 방향을 중심으로 해설하는 기법을 배우는 등 실무 교육이 이뤄졌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지난 9월 지역 소멸 대응 사업의 일환으로 트래블 헬퍼 양성 사업을 오는 12월까지 14회에 걸쳐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트래블 헬퍼가 '여행 시장'에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지속해서 활동하는 트래블 헬퍼가 전무하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마땅한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곽승현 리트레버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국내에 '트래블 헬퍼'라는 용어가 존재하고 다양한 지자체에서 양성 교육을 실시하는 등 많은 예산과 시간, 인력 등이 투입되고 있지만 교육 이수 후 지속해서 활동하는 트래블 헬퍼는 적다고 밝혔다.

곽 대표에 따르면 그 원인을 △양성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에만 국한된 교육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상품의 부재 △일대일 케어로 인한 수익 지속성 부족 △자립적 운영 역량 및 고객 연결 채널의 부족으로 볼 수 있다.

'따시리 반장'을 개발한 곽승현 리트레버 대표 /리트레버
'따시리 반장'을 개발한 곽승현 리트레버 대표 /리트레버

지속가능한 트래블 헬퍼 상품 개발
'유니버셜디자인' 여행 서비스 추구

리트레버는 여행 약자 및 고령 세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리트레버는 트래블 헬퍼 서비스 '따시리 반장'을 개발했다. 따시리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가족들이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게 특화된 테마별 여행 동선을 기획하고 접근성 높은 관광지를 선정하는 등 연령대별 모든 가족 구성원이 참여하고 만족할 수 있는 체험 콘텐츠를 기획한다.

"아픈 어머니와 함께 다닌 수많은 병원에서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어르신·보호자들과 이야기 나누며 '가족 여행'에 대한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병원 내 요양보호사 역할처럼 여행계에서도 그런 역할의 전문가가 존재한다면 그들도 여행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따시리 서비스는 목적과 여행 스타일에 맞게 △소그룹 가족테마 패키지 △따시리 자유여행 △병원 동행 서비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소그룹 가족테마 패키지'에는 직접 발품 팔아 선별한 접근성 높은 동선과 여행지, 여행 전 어르신의 건강 컨디션 체크와 휠체어·지팡이·경사로와 같은 복지용품 대여 등이 포함돼 있다. '병원 동행 서비스'는 픽업, 병원 진료 시 내용 전달, 예약, 처방, 드랍 진행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서비스 문의는 아무래도 패키지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수요가 높은 방문요양 혹은 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처럼 마치 여행 상품을 '복지 개념'으로 확장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시리 상품은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족테마여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따시리 서비스 이용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과 동일한 곳으로 여행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소'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곽 대표는 이용자들이 따시리 여행을 하나의 '복지관광'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곽 대표에 따르면 일반 패키지 가이드 역할은 인솔, 여행지 설명, 스토리텔링, 기본적인 안전사고 대비 등이다. 반면 따시리 반장은 일반 패키지 가이드 역할에서 나아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및 여행 참가자를 케어하면서 여행 참가자 모두가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만들어 가는 역할은 수행한다.

"따시리 여행은 '무장애 여행'보다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 및 가족 구성원이 여느 건강한 가족과 다르지 않은 경험을 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여행 서비스라고 정의하고 싶다."

관광 가이드 역할과 동시에 어르신·장애인을 케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곽 대표에 따르면 따시리 서비스는 노인과 장애인을 다뤄본 경력·자격을 갖춘 분들을 대상으로 관광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텔링, 안전교육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활동 중인 따시리 반장들은 소방관부터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 응급구조사까지 돌봄의 최전선에서 현장을 지켰던 다양한 종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트래블 헬퍼' 문화를 더욱 확산하고 정착시킨다는 사명으로 따시리 반장들이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상품과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서 고객들이 손쉽게 따시리 반장과 컨택하는 등 이러한 여행 문화가 일본처럼 복지체계의 한 일환으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따시리 반장 서비스의 브랜드화 및 지역거점 프랜차이즈화를 진행하며 성장할 계획이다."

리트레버는 최근 해외 무장애 관광 스타트업 'Wheel the world'와 공식 판매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해당 기업의 여행 상품들은 무장애 관광임에도 일반적인 여행과 비슷하게 '체험'을 위주로 구성돼 있다.

"결코 몸이 불편하다고 여행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최근 트렌드에 맞게 여행자가 '직접' 느끼고 참여할 콘텐츠와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국내 무장애 관광도 글로벌한 K-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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