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90% 차지한 중국, 희토류 전쟁 선전포고
미국·유럽연합 등, 자국 희토류 생산에 총력전
한국,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 지난해 70%
정부 "2031년까지 달 착륙, 자원 채굴 나선다"

달 기지 상상도. / 게티이미지뱅크
달 기지 상상도. / 게티이미지뱅크

우주위원장을 맡겠다고 자청한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달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달에 묻힌 희토류 등 우주 자원을 가져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면 스마트폰·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 자원인 희토류를 차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앞다퉈 자원 확보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글로벌 희토류 무기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희토류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 중요한 자원이다. 

유럽연합은 희토류와 리튬 등 주요 자원 확보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유럽 내에서 생산된 자원을 사용한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긴 핵심원자재법을 내년 3월 통과시키겠단 계획이다. 미국도 유럽연합과 비슷한 내용이 담긴 '필수 에너지 및 희토류 보안법안'을 발의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이토록 희토류 등 자원에 대한 자국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글로벌 희토류 수요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국가 간 협상 카드로 꺼내 들면서 일명 '희토류 전쟁'이 시작됐다.

2009년 9월 중국 장쑤성 롄윈강(연운항)에서 희토류를 선적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9년 9월 중국 장쑤성 롄윈강(연운항)에서 희토류를 선적하고 있다. / 연합뉴스

희토류는 화학 및 전기적 특성을 갖는 17개 원소다. 스마트폰과 배터리, 심지어 군사장비 등에 사용되는 핵심 물질이다. 중국은 희토류가 미래 시대 자원 전쟁에 핵심 무기라는 것을 눈치챈 상황이다. 

중국정부는 2020년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수출통제법을 만들었다. 지난해엔 희토류 국유기업 3곳과 국가연구소 2곳을 합쳐 중국희토류그룹도 출범시켰다. 배문석 고려대 신소재화학과 교수는 본지에 "희토류 생산과 관련된 70%의 기관 및 기업을 한 데 몰아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한 중국의 계획된 움직임"이라고 봤다. 이미 20년 전 중국의 등소핑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며 희토류 전쟁을 예고한 바 있다. 

2010년엔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마찰이 생기자 희토류 일본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일본은 3일 만에 두 손을 들었다. 그만큼 희토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희토류의 가장 대표적 사용처 중 한 곳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규모는 2020년 1억 5889만 달러(한화 약 2067억원), 지난해엔 2억 5862만 달러(한화 약 3365억원)로 해마다 1억 달러씩 늘고 있다. 희토류 전체 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이미 70%를 넘어섰다. 중국이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희토류를 협상카드로 꺼내 들면, 한국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의 국가별 희토류금속 수입 의존도. / 한국무역협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한국의 국가별 희토류금속 수입 의존도. / 한국무역협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부교수는 "한국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아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원의 수출 통제 조처를 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지금은 산업 보조금 규제에 대한 국제 규범의 구속력과 규제가 약해진 상황이다. 한국이 첨단 기술 및 미래 산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달 탐사를 해법으로 꺼내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 격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하면서 2031년까지 달 착륙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달에 매장된 희토류 등 자원 채굴 계획도 내놨다. 2032년 달에 가서 희토류와 헬륨3 같은 고부가가치 자원을 탐사 채굴한다는 것. 

윤 대통령은 "앞으로 우주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다"며 "우주 강국을 향한 꿈은 먼 미래가 아니라 아이들과 청년들이 가질 기회이자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달궤도선 다누리 임무 상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달궤도선 다누리 임무 상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에서 희토류 채굴, 이미 시험 성공한 미국

NASA는 2020년 국제저널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달에서의 희토류 채굴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2019년 스페이스X 로켓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달 표면과 유사한 현무암 조각과 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미생물 3종을 담은 실험 장치인 '바이오록'을 보냈다. ISS로 보낸 실험장치는 무중력 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중력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원심분리기에 담겼다. 

박테리아가 지구보다 중력이 작은 달과 화성에서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달은 6분의 1인 만큼 원심분리기 회전 속도를 달리해 지구보다 중력이 작은 미세중력과 무중력 상태를 유지했다.

이 결과 우주로 가져간 세 가지 박테리아 중 하나인 '스핑고모나스 데시카빌리스'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네오디뮴과 세륨, 란타늄을 포함해 현무암 속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두 박테리아는 지구와 다른 중력 환경에서 금속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유럽우주국(ESA) 소속 우주인이 달 자원을 추출할 수 있는 미생물 3종을 담은 실험 장치 '바이오록'을 다루고 있는 모습. / ESA
유럽우주국(ESA) 소속 우주인이 달 자원을 추출할 수 있는 미생물 3종을 담은 실험 장치 '바이오록'을 다루고 있는 모습. / ESA

연구책임자인 찰스 코켈 영국 에든버러대 물리천문학 교수는 "우주에서 최초로 진행된 채굴 실험"이라며 "미래에 달과 화성에 기지를 건설할 때 지구에서 원자재를 가져갈 필요 없이 우주에서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희토류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20년부터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발족하는 등 달 탐사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합류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기적으로는 유인 달 탐사가 목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달 장기탐사를 비롯한 향후 '인류 우주 진출'의 기반을 닦는다는 포부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달에서의 장기 탐사는 '희토류 발굴'이라는 새로운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현재 달을 향해 우주 비행 중인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임무를 시작하면, 달에서의 희토류 채굴 가능성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2023년 다누리는 달 상공 100km의 원 궤도를 돌며 달을 관찰하면서 달의 '원소 지도'를 그리는 등 달에 대한 최신 정보를 수집한다.

다누리에는 NASA가 만든 '섀도 캠'(Shadow Cam)이 탑재돼 얼음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달 극 지역 데이터를 수집, 아르테미스 계획도 활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한화그룹이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주도로 그룹 내 우주 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 허브를 구축하면서 달 탐사를 위한 로켓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구원들이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구원들이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는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이 주관하는 우주사업도 협력 중이다. 앞서 지난해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를 위해 전체 사업비의 80%인 1조 5000억원이 국내 300여곳의 참여 기업에 쓰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누리호 엔진,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한화시스템은 우주 탐사 기준 플랫폼을 설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탐사나 달 착륙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이 총 체계를 담당하고, 한화의 고효율 추진시스템 기술과 쎄트렉아이의 경량화 전장시스템 기술이 함께 활용된다. 한화의 우주 산업을 한데 모은 스페이스허브의 앞선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한화시스템은 2029년 아포피스 탐사를 통해 확보한 탐사선 경량화·고효율 추진시스템 등 핵심기술을 달 착륙 프로젝트 등에 활용되는 방식으로 우주 탐사 사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은 2022년까지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한 후, 오는 2031년까지 달 착륙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예타)이 통과를 못 해서 답보에 있다"며 "예타에서 통과하면 협력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는 추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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