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동대표, 영양사서 환경운동가로 변신
환경운동가 3명 모여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 창업
"환경보호는 버리는 것 보다 줄이는 게 중요"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환경보호는 버리는 게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소진 기자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환경보호는 버리는 게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소진 기자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32)는 2년차 새내기 창업자다. 2019년 망원시장에서 환경을 위한 모임 '알짜들' 2기로 합류하며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이 대표는 영양사로 일하던 중 눈을 다쳐 갑작스럽게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하던 중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는 미니멀리즘을 알게 됐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에 설렜어요. 근데 궁금하더라고요. 내가 버리면 끝일까? 이 물건들은 또 어디로 갈까?"

이 대표는 버리는 게 끝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버려진 옷들이 계속해서 환경을 파괴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 대표는 그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동참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역사 옥상정원에 위치한 알맹상점 2호점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멤버들끼리 1년만 망하지 말고 버티자고 다짐했는데 2년째 접어들었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알맹상점은 3인 공동대표 체제인데 어떻게 모인 건가요?

"2018년도부터 망원시장에서 '알짜들'이라는 캠페인에서 시작됐어요. 플라스틱이나 비닐 없이 알맹이만 갖고 가자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에코백을 기부받아서 그걸 시장 상인 분들께 무료로 나눠드렸어요."

-알짜는 어떻게 모인 건가요?

"인터넷으로 모였어요. 대형마트 기준으로 장바구니가 의무화됐는데, 시장 상인들은 해당 사항이 없으니까 검은 비닐봉지를 쓸 수가 있거든요. 동네에서 캠페인을 해보자고 자발적으로 모였어요.

지금도 알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못 하고 있어요. 계속 활동하는 사람은 10명 정도 돼요."

-알맹상점 창업 계기는요?

"캠페인을 통해 쓰레기를 줄였지만, 공산품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계속 발생했어요. 어떻게 줄일까 생각하다 외국의 리필샵을 우리나라에서도 해보면 좋겠다. 망원시장 한편에 공간을 허락받아서 세제 몇 가지랑 무포장 플라스틱 대체 상품, 다회용 제품을 무인샵으로 운영했어요.

전국에서 알음알음 찾아오셨어요. 스무 군데를 뽑아서 세제도 무료로 나눠드리고 어디서 공급받을 수 있는지 알려드렸거든요. 반년이 지나서 확인해보니 한두 군데밖에 살아남지 못한 거예요. 요즘은 새벽 배송이나, 클릭 한 번만 하면 무거운 짐들도 다 아침에 오잖아요. 오프라인 매장으로 살아남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죠. 그때 망원시장 '상인의 건물' 공간에 다른 걸 하려고 하니까 비워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캠페인만 할 거냐, 돈을 투자해서 정식으로 해볼 거냐 했을 때 3명이 손을 들었고, 그 3명이 공동 대표로 오픈을 하게 된 거죠."

-자기 돈을 투자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오픈하기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에 대한 문제 의식이 희박했어요. 저희 목표는 1년 동안 망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활동하면서 느낀 것들, 재미있는 것들을 1년 동안 해보고 닫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래서 1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어요. 월급이 안 나와도 3분의 1해서 월세도 내고 공과금도 낼 수 있는 곳으로요. 저희가 알맹상점으로 수익을 내서 월급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코로나 시대에도 오프라인 판매를 고집한다. /이소진 기자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코로나 시대에도 오프라인 판매를 고집한다. /이소진 기자

-온라인 판매는 안 하시나요?

"코로나 시대에 오픈했는데, 온라인 판매를 안 한다고 해서 주변에서 그러다 망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살아남을 것 같냐고, 근데 배송으로 인한 기사님들 처우라든지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저희가 더 얹어드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그리고 온라인에 이미 많은 물건이 판매되고 있는데 우리가 더 보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아직도 오프라인을 고수하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알맹상점 제품을 봐서 판매 중인 줄 알았습니다.

"도매몰이라고 일을 도모하고, 도매몰을 이용한다는 모임이 있어요. 저희를 보고 제로웨이스트샵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수요나 공급을 확인해보고 싶어 하는 곳들이 많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는 가게들에 납품하고 있어요. 고체 치약이나 몇 가지 품목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게 풀어놨거든요. 그분들 중에 몇 분이 판매하고 계신 거예요. 저희가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진 않아요."

-앞으로도 계획이 없는 건가요?

"한두 번 정도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본 적이 있어요. 일주일 동안 주문받아서 일주일 뒤에 포장해서 보냈는데 저희가 못하겠더라고요."

-알맹상점 전에는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

"사실 직업군이 다양해요. 다른 공동대표 두 분은 환경운동가, 미니멀리즘 유튜버로 활동 중이에요. 저는 영양사로 일하다 눈을 다쳐서 그만뒀어요. 그때 결혼을 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전업주부가 된 거죠. 뭘 할까 생각하는데 당시에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었어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이런 걸 하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옷 정리를 시작하려고 하니 공간은 협소한 데 옷장 두 개를 제가 다 쓰고 있고 남편은 한쪽만 쓰고 있더라고요. 근데 그것도 한 계절밖에 안 들어온 거였거든요. 정리하는 데, 내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이게 처리가 되는 걸까 궁금했어요. 찾아보니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죠.

제가 사는 환경이잖아요. 환경운동가나 환경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할 문제가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혼자서 SNS 공유 활동을 하다가 지금 같이 활동 중인 금자(고금숙) 님이 개최한 플라스틱 포럼에 가게 됐어요. 거기서 알짜들에 대해 알게 됐고, 2기 모집에 신청해서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죠."

고객들이 모아온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설명 중인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 /이소진 기자
고객들이 모아온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설명 중인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 /이소진 기자

-2호점은 언제쯤 계획된 건가요?

"시도했다 안 되길 반복했어요. 여기 말고도 좋은 기회들이 있었는데, 지금 공간은 운 좋게 소개받았어요. 이 공간은 서울역사가 한화그룹에 위탁해서 관리 중이에요. 담당자분이 일반 카페나 가게가 들어오는 것보다 의미 있는 공간이 들어오면 좋겠다며 알아보던 중에 알맹상점을 추천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와서 봤는데 옥상정원이 너무 좋아서 한 달 준비하고 바로 입점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겨울철이라서 시민들이 뜸하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요. 카페를 하게 되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교육 겸 적용해보자고 해서 '트레쉬버스터즈'랑 같이 컵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비건 카페로 우유나 유제품, 동물성이 들어가 있지 않은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고요."

-정부 환경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울시에서 알맹상점 같은 제로웨이스트샵 500 곳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걸었어요. 근데 우리는 왜 제로웨이스트샵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디테일을 알거든요. 예를 들어 화장품 같은 경우는 맞춤형 조제관리사가 있어야 해요. 국가자격증인데 합격률이 7%도 안 되고, 20년 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일한 분도 탈락하는 시험이에요. 그리고 화장품을 벌크로 공급해줄 수 있는 공급처를 알아봐야 되는데, 그런 업체가 많이 없어요.

국가나 지자체가 이런 내용을 잘 몰라요. 전파해보자는 건 좋은 취지지만 왜 전파가 안 되는지 디테일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지 않았는데 가게만 많아지면 편의점 같은 싸움이 된다고 봐요. 곳곳에 많은데 이용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망하는 거죠."

-2022년 알맹상점 계획은 뭔가요?

"지금은 장기적 계획을 세우지 못해요. 2월께 망원점 이사를 앞두고 있기도 하고, 식약처에서 맞춤형 조제관리사 없이 교육만 들으면 단순 소분을 할 수 있게 하는 정책 시범 운영에 들어가요. 내년부터 2년 동안 시범 운영을 문제없이 잘하는 게 제일 큰 목표에요. 그 외에, 환경운동은 탄소 저감이 핵심 키워드인데 먹는 거에 영향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고기고요. 고기로 인해서 탄소가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대한 문제를 시민들과 같이 풀어가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알맹상점이란?

"제2의 인생.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가는 게 저한테는 되게 소중하고 감사하고 기뻐요. 떼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도 내가 활동하는 거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정책적으로 펼쳐갈 수 있다는 기회가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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