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 전성기재단 주최 '자기돌봄 캠프'
가족 간병인 우울증, 사회적 고립 호소
자기 돌봄 필요성, 인식개선 캠프 취재기

제8회 전성기 자기 돌봄 캠프 현장을 취재했다.

"가장 하고 싶은 거요? 그냥 혼자만 있는 거요."

지난 4일 경기도 가평군 남이섬에서 라이나 전성기재단 주최로 열린 '자기 돌봄 캠프'에 참여한 남은호 씨(75)는  프로그램 중에도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남이 차려준 밥상을 오랜만에 받아본다"며 웃기도 했지만 그는 쉽사리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집에 홀로 남겨 두고 온 부인 걱정 때문이었다. 부인은 2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차마 요양시설로 보낼 수 없어 그가 돌봐 왔다. 최근엔 한순간도 자리를 비울 수 없을 만큼 중증 치매를 앓고 있다. 그에겐 '개인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이날 캠프에 참석한 사람은 대부분 70~80대였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케어'가 현실이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대부분 우울증, 체력 저하, 사회적 고립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은 돌볼 여유가 없다. 우울증인지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고 했다. 라이나재단이 치매 환자가 아니라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병인을 캠프로 초대한 건 이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간병을 하면서 겪은 해프닝을 공유했다. 처음엔 가족의 치부라 꺼내기 어려워 했지만 하나둘 본인의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게 됐다. 때론 서로 손을 잡고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치매의 증상은 대개 비슷했다. 거짓말로 가족을 이간질하기도 하고 외출 후 집을 못 찾아 실종 신고로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유 없이 욕을 하고 폭력을 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만 담아두고 있던 말을 꺼냈다. 

캠프 참가자들이 슬로건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민경 기자
캠프 참가자들이 슬로건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민경 기자

1박 2일 지내면서 참가자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한 일은 뭘까? 

맛있는 것 먹기, 구경하기도 아니었다. 바로 오롯이 나를 위한 쉼이었다. 혼자 산책을 하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에 위안을 얻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흔한 일상이지만 가족을 간병하면서 한 번도 혼자 있던 적이 없던 어떤 이에게는 이토록 소원 같은 일상인 셈이다.

자기 돌봄 캠프는 감정과 갈등관리, 자기 돌봄 방법 등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 연은자 씨(73세)는 "캠프를 통해 나의 소중함, 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는 가르침을 얻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을 더 열심히 보살필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8회를 맞은 라이나 전성기캠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축소됐다가 올해 참가 희망자가 많아져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도 가평군 남이섬에서 1박2일 동안 진행된 이 캠프는 간병 전문 사회적기업 케어기버마음살림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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