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산업 성장 이끈 오크통→유리병 전환
실물 그림의 디지털화, NFT 산업 이끄나?
국내 암호화폐 과세 법안, 해결 문제로 남아

크리스트의 NFT 경매 모습./ Christie's
크리스트의 NFT 경매 모습./ Christie's

경매시장에서 NFT 미술 작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경매업계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도 NFT를 취급한다. 지난해 전 세계 NFT 거래액만 해도 2830억원 가량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히 '인기 몰이'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매시장이 비주류 분야를 주류로 이끌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거 와인도 사실상 경매시장이 주류 분야로 이끌었는데, NFT도 이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766년, 크리스티의 창립자 제임스 크리스티는 첫 경매에 와인을 포함시켰다. 이후 와인만을 위한 경매가 1769년에 열렸고 향후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와인은 경매 시장에서 필수 항목으로 꼽혔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 전후 복구 상황으로 인해 와인 경매는 잠시 금지됐지만, 1953년부터 다시 재개됐다. 이때 크리스티는 한동안 끊겼던 와인경매를 키우기 위해, 마이클 브로드벤트라는 건축학을 공부한 사람을 영입했다. 그는 크리스티에서 와인 분야를 담당하게 됐는데, 1960년 그는 마스터 오브 와인(MW) 자격증을 취득한 뒤 와인 경매 시장 최초로 '누출 차트(Ullage Chart)'를 도입해 큰 신뢰도를 얻었다. 이 사건은 와인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와인은 상온에 오래두게 되면 증발해 용량이 줄어드는데, 이 정보를 경매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도록 개발한 것이다. 마이클은 누출 단계를 Bottom Neck, Top-Shoulder, Upper-Shoulder, Mid-Shoulder, Low-Shoulder 등으로 구분해 경매 차트에 기재했다. 또한 그는 50년간 와인을 시음한 결과를 모두 기록으로 남겨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Vintage Wine: 50 Years of Tasting Three Centuries of Wine(2002)』이 대표적이다. 

크리스티의 이같은 행보에 경쟁사인 소더비도 경매시장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MW자격증을 취득한 여성인 서클리프를 영입했다. 이 시기 양사는 서로 와인 경매 경쟁상대가 되어 미국, 호주 등에 진출하면서 세계 와인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오크통 토스팅 작업./ François Frères
오크통 토스팅 작업./ François Frères

와인이 경매시장 흥행에서 출발에 전세계 와인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 데는 단순히 경매가 시작점은 아니다. 17세기 전까지 와인은 2000년 이상 오크통에 보관했다. 그러다 17세기 이후 유리병이 보급되면서 와인업계는 큰 변화를 맞은 것이다. 이동과 보관이 편리해지면서 고유 가치를 얻게 되고, 투자의 대상으로 보게끔 만들었다. 이 작은 변화가 약 400년이 지난 현재, 재테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와인처럼 그림 작품도 경매시장에선 단골 메뉴다. 국내에선 상반기에만 미술품 경매시장에 1483억원이라는 뭉칫돈이 몰렸다. 유명한 작가가 그린 그림은 투자자들에게 재태크 상품이 됐다. NFT는 기존 미술작품 경매시장에 와인 유리병 같은 존재가 됐다. 와인이 오크통에서 유리병에 옮겨지면서 시장이 크게 바뀐것 처럼, 현재 미술작품도 NFT를 통해 시장의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현존 세계 최고가 미술 작품의 작가인 영국 데이비드 호크니는 NFT 아트 작품을 두고 "국제적 사기"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실물 작품을 포기하고 NFT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NFT 비판가들 마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NFT 트렌드에 뛰어든 셈이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NFT경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소더비는 NFT거래로 19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이는 소더비가 예측한 최대 수익 예상가 18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올해 6월 소더비는 네이티블리 디지털 : 큐레이션 된 NFT(Natively Digital: A Curated NFT Sale) 온라인 경매를 개최하기도 했다. 소더비는 신용카드뿐 아니라 가상 화폐를 이용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27명의 작가의 작품이 1700만 달러(189억 원)에 낙찰됐다.

NFT 시장에 존재하는 자산의 총가치./ Nonfungible.com
NFT 시장에 존재하는 자산의 총가치./ Nonfungible.com

NFT시장 분석 플랫폼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전 세계 NFT 시장 거래액은 2019년 약 6200만달러(약 686억원)에서 지난해 약 2억5000만달러(약 2760억원) 규모로 4배 넘게 커졌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NFT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분야는 예술"이라며 "NFT는 예술작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창구로 무한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작품까지 판매를 가능하게 하면서 예술품 시장을 크게 확장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아날로그 상품을 NFT화 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디지털 아트의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NFT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NFT과세방안 논의가 향후 시장 발전에 있어서 장애물로 남아있는 상태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분류할 것이냐, 아니냐는 논의인데, NFT를 가상자산으로 분류하고 과세방안을 마련하면 기존 수집품과 예술품, 주식과 비교해 공제액이 낮아지게 된다. 가격이 높게는 몇 만원 낮게는 몇 원에 그치는 가상자산과 달리, NFT의 가격이 수억원대까지 이르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합리적인 공제액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NFT를 수집품이나 예술품으로 분류할 경우,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전부터 주식 투자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NFT를 예술품으로 분류했을 때 투자자들의 반발은 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자산 과세의 첫 단추격인 가상자산 과세부터 손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NFT./ledgerinsights.com
NFT./ledgerinsights.com

현재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 매매 차익에 대해 과세를 준비 중이지만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기타소득세와 공제액 250만원을 적용하는 것이 주식 투자와 비교했을 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과세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이슈 중 하나로 가상자산 과제를 꼽았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가상자산 과세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기본 토대는 마련됐다 할 수 있으나 가상자산 규제체계가 확립됐다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세제도를 시행할 필요성이 큰지 종합적으로 검토, 시행시기를 확정해 논란을 불식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지숙 아트토큰 대표는 "NFT는 암호화폐와 연결되어 있어서 정책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일부에선 NFT를 발행하지 않고 디지털 아트를 판매하는데,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부에선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의 저작권 보호를 안하고 디지털 에디션을 팔아, 파일을 다운로드 하고 있다"며 "NFT가 발행이 되지 않은 채 경매가 이뤄지면 저작권 보호 문제가 대두된다. 따라서 디지털 아트들이 NFT추세를 따라가는 것은 순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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