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팩] 후쿠시마 오염수와 정상 원전 배출수의 방사능 농도 다른가
[에너지 프로파간다] ④ IAEA “日 처리수 방류 국제 안전 기준 일치” 中 “정상 원전 배출수-사고 오염수 비교 불가” 멜팅다운 다핵종 오염수 알프스 걸러 기준치↓ 본질은 배출수 농도 “사고 여부 중요치 않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처리수 방류는 국제 안전 기준에 일치한다’는 내용의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한민국, 중국, 북한 등 주변 국가를 중심으로 퍼져 나온다. IAEA가 결론 내린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하다”는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방류 반대 측은 사고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와 정상 원전에서 나온 냉각수가 같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원전 보유 국가들이 지금도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원전수를 방출하고는 있지만 일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은 [깐깐한 팩트 탐구] 코너를 통해 사고 원전 오염수와 정상 가동 후 발생하는 원전수의 차이, 위험성 여부를 살펴봤다.
"일본 측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를 세계 각지에서 통용되는 원전의 정상 가동을 통해 나온 배출수와 같이 놓고 말하는 것은 개념을 교묘히 바꾸고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6일 한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원자로 노심과 직접 접촉한 ‘오염수’와 그렇지 않은 정상 원전의 ‘배출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왕 대변인은 “핵 오염수는 핵 오염수이며, 일본이 뭐라고 하든 오염수를 정상수로 만들 수 없고, 오염수의 해양 배출 강행으로 인한 결과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주장은 중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방류 반대 근거다.
실제 멜팅다운 된 오염수는 해양 방류해서는 안 되는 물질일까. 정상 원전수와는 전혀 다른 물질일까. 본지 확인 결과 사고 오염수는 정상 원전수에 비해 더 많은 핵종을 함유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래서 알프스를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방사성 물질 위험성 그 자체가 아닌 배출 시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춘다는 점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필터를 거친 후 남는 것은 삼중수소다. 이는 정상 원전 가동 후 나오는 냉각수에 대부분 함유된 방사성 물질이다.
11일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멜팅다운된 원전의 오염수에서 더 많은 핵종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알프스를 돌리는 거다”라면서 “그러나 알프스는 삼중수소는 못 걸러내기 때문에 바닷물에 희석하는 등 처리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IAEA가 발표한 독립검증보고서 중 후쿠시마 원전에서 핵연료가 전부 다 녹았다고 가정하고 60여 종의 핵물질을 알프스로 거른 후 농도를 분석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삼중수소 외 방사성 물질은(세슘, 스트론튬, 폴로늄 등) 모두 배출기준 이하가 나왔다”라면서 “만약 문제를 제기하려면 이 보고서부터 반박해야 하는데 반박이 쉽지 않을 거다”라고 강조했다.
IAEA는 지난 4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기 전까지 태스크포스를 설립해 11개 국가(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마셜군도, 대한민국, 러시아, 영국, 미국, 베트남 등)의 원전 전문가와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한 기술, 안전 측면에서 검토, 분석했다. 2021년 9월 IAEA가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2년여간 5차례 (후쿠시마 원전) 검토 임무 및 6차례 기술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는 최종보고서 발표 직전 공개(2023년 5월 31일)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알프스 처리수 취급 관련 안전성 검토’ 보고서에서도 “IAEA나 참여 제삼자 연구소 모두 상당한 수준의 추가 방사성 핵종을 발견하지 못함”이라고 적었고 이 때문에 ‘국제 안전 기준 일치’라는 최종보고서 결과도 이미 예측됐다.
알프스 필터를 거친 처리수에 유의미하게 남는 건 삼중수소다. 이는 한국과 중국, 미국, 프랑스 등 원전 보유 국가들이 이미 해양 방류하고 있는 방사성 물질이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 교수는 “정상적인 운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와 사고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는 동일하다. 똑같은 삼중수소다”라면서 “다만 방류 농도가 중요한데 일본은 삼중수소 해양 방류 기준치보다도 40배 낮게 희석하여 방출할 계획이다. 해양 방류지점에서 수km만 멀어지면 빗물, 낙동강, 한강의 삼중수소 농도와 비슷해진다. 우리나라 해역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방류 2~3km 지점에서 처리수는 빗물에 있는 삼중수소 함유 수준이 된다는 게 공론이다. (관련 기사 : [깐팩] 후쿠시마 처리수 왜 하필 바다로? “고체화 처리는 상상 속 옵션”)
이어 최 교수는 “지금과 같은 사달은 방사선 공포감 때문인데 이는 내 몸에도 방사성 물질이 있다는 걸 모르고 하는 말씀이다. 오염 물질을 먹어서가 아니라 청정 식재료를 먹더라도 내 몸에 이미 방사성 물질이 존재한다. 섭취 시 방사선 피폭 효과를 고려하여 비교하면 내 몸속 방사능보다 방류수의 방사능 농도가 낮다”라면서 “처리수에 있는 삼중수소는 전자를 방출하는데 그 에너지는 매우 낮다. 피폭 효과는 모든 음식물에 함유된 칼륨 40과 비교하면 약 1/340배다”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깐팩] 후쿠시마 삼중수소에 소금 사재기···“같은 논리면 스벅도 불매해야”)
양이원영 “K4 탱크서 방사성물질 검출”
농도 측정→정화→농도 측정→정화 과정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반대 입장에서는 알프스 필터 성능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고장이 나거나 제대로 거르지 못한 상태에서 방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IAEA는 2년 전인 지난 2020년 4월 ‘알프스가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하다’는 내용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최근까지도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10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시사 방송에서 알프스 성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성능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깨끗하게 처리됐을 거라고 전제하에 깨끗하게 걸러졌으니까 방류하면 문제없다 이렇게 나온다”라면서 “그런데 그렇게 깨끗하게 걸러졌다고 하는 K4 탱크에서 플루토늄 등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K4 탱크는 알프스 정화를 거쳐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는 단계임이 밝혀졌다. 최종 배출 단계의 처리수가 아닌 처리도상수(처리 중인 물)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양 의원 방송이 있던 날인 10일 “오염수는 K4 탱크에서 배출허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시 정화 단계로 돌아간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방류 계획 평가 시 K4 탱크에서 시료를 채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지해야 하는 점은 알프스는 오염수를 1회차 거르고 바로 방류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준치 이하가 될 때까지 첫 단계부터 다시 거른다.
IAEA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는 알프스에 들어오기 전까지 ‘쿠리온·사리 시스템’에서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이 주기적으로 제거된다. 이렇게 방사성 농도가 저감된 상태에서 알프스 단계로 넘어오는데 일련의 화학 반응을 활용해 62개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다. 여기에서 제거된 방사성 물질은 필터에 포집돼 고순도 컨테이너(HIC)라고 하는 특수 컨테이너에 보관된다.
알프스 과정을 거친 후에도 기준치 이하 농도를 충족하지 못하면 재정화 과정을 거치고 이후 기준을 충족한 처리수는 측정 및 확인용 탱크에 보관한다. 여기서도 모니터를 하고 통과되면 해수와 혼합해 희석한다. 방류 직후 해역에서도 농도 모니터링을 하고 일련의 과정을 마무리한다.
이 때문에 알프스를 최첨단의 복잡한 설비로 보는 게 오해를 일으킨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형 원전 개발 책임자를 지낸 이병령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알프스가 그렇게 복잡한 설비가 아니다. 오염수를 알프스로 거르고 모니터하고 배출 기준치 안 되면 다시 거르고 모니터하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서 “또한 오염수에서 세슘이든 스트론튬이든 방사성 물질 측정하는 방법은 쉽고 그 결과는 정확하다”라고 설명했다.
의심스러운 알프스 10년간 12번 고장
고장 시 방류 못해 ‘방류 농도’가 중요
알프스 성능뿐 아니라 고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달 20일 JTBC 뉴스에서도 지난 10년간 12번이나 고장 났다면서 정부의 ‘부실 검증’ 논란을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8건이라고 발표했는데 사실은 12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우려하듯 알프스 고장은 절체절명의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중간에 고장 나면 농도가 높아서 배출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알프스 프로세스 전체를 이해한다면 문제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반복해 이야기하지만, 방류 당시 농도를 따져야 한다”라면서 “그런데 알프스가 고장 나면 마치 오염된 물이 배출되는 마냥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것은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IAEA는 처리수가 배출되기 전뿐만 아니라 배출되는 동안과 그 후에도 일본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원뿐 아니라 감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최종보고서에서 IAEA는 “IAEA와 태스크포스의 작업은 수년 동안 계속될 것이다. IAEA는 검토 기간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FDNPS)에 현장 주둔을 유지하고 FDNPS의 실시간 및 거의 실시간 모니터링 데이터 제공을 포함해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게시할 것이다”라며 “관련 국제 안전 표준의 적용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제 사회에 추가적인 투명성과 안심을 제공할 추가 검토 및 모니터링 활동이 계속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