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65) 저소득층 노인 위한 '고령자복지주택' 공실 생기는 이유

고령자 맞춤 공공임대주택 무장애 설계·복지시설 결합 완공 후 공실로 추가 모집 제도 한계·홍보 부족 맞물려

2025-09-23     김정수 기자
동해천곡 고령자 복지주택 조감도 /동해시

저렴한 임대료와 무장애 설계 등 장점을 내세운 공공 실버타운 ‘고령자복지주택’이 정작 노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준공 이후에도 입주자를 채우지 못해 추가 모집이 잇따르며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

2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령자복지주택은 65세 이상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축 아파트 수준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협소한 원룸 구조, 저소득층 중심의 입주 요건 등 한계로 충원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입주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애초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입주 요건이 제한적이어서 실수요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령자복지주택은 고령자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노인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모델이다. 세대 내 편의시설과 생활지원센터 같은 복지시설을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경로식당이나 한글 교실 등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문턱 제거, 안전바 설치 등 무장애 설계를 적용해 고령자에게 적합한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준공 이후에도 입주자를 채우지 못해 추가 모집이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입주 1년 반 전부터 1차 모집이 이뤄지지만 초기 모집에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후 재공고가 반복된다. 실제 입주가 시작된 뒤에도 공실이 남아 잇따라 추가 모집이 진행되는 실정이다.

본지 객원기자인 이한세 숙명여대 실버지즈니스학과 초빙교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전국 고령자복지주택 총 79곳, 8244세대 중 4227세대가 이미 입주를 마쳤다. 다만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차 모집 공고를 낸 고령자 복지주택 중 올해 3월 이전에 입주가 시작된 14곳 모두 추가 모집을 진행했다. ※ 관련 기사: [이한세의 실버타운 백문백답] Q5. 공공 실버타운 ‘고령자 복지주택’ 빈 곳 많아

9월 5일 올라온 진도쌍정 고령자복지주택(영구임대) 예비입주자 모집 공고문 중 일부 내용 캡처 /LH청약플러스

이달 5일 올라온 ‘진도쌍정 고령자복지주택 예비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입주 자격은 기초생활수급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무주택세대구성원이라면 일정 소득·자산 기준만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실제 배점에서도 수급자 여부는 큰 비중이 아니며 장기요양 등급이나 단독 세대 여부, 연령 등 다른 요소가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소득 기준 자체가 낮고 배점 조건이 취약계층에 유리해 실제 입주자는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분석된다. 실제로 진주 평거 고령자복지주택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입주 자격을 완화해 모집하기도 하지만 제한적 사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제도의 한계와 현장의 불편이 맞물려 입주자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거 구조, 관리비, 입지 등에서 노인들의 실질적 수요와 괴리가 크다는 것.

먼저 주거 구조의 한계가 있다. 대부분 26㎡(8평) 원룸형으로 지어져 조리 공간이 좁고 생활 동선이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역 주민은 “싱크대 조리 공간도 좁아서 뭘 해 먹기도 애매하고 음식 냄새가 옷에 밴다”라고 했다.

관리비 부담도 따른다. 100세대 안팎의 소규모 단지 특성상 관리비가 높게 책정돼 실제 체감 비용이 늘어난다. 지난해 SBS 보도에 따르면 경주의 한 고령자복지주택에서는 월 임대료가 5만원 안팎인데 관리비는 평균 15만원, 많게는 17만원을 넘어 입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한 입주민은 “수급비로 겨우 생활하는데 관리비가 임대료의 세 배 가까이 나와 사고 싶은 것도 못 사고 산다”고 했다. 하지만 고령자복지주택은 돌봄 서비스·인력이 결합한 모델로 일반 임대아파트와 비교는 부적합하며 이에 따른 관리비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분석된다.

홍보 부족 역시 공실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령자복지주택 공고는 LH 청약센터, 지자체 홈페이지, 주거복지포털(마이홈) 등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모집 공고가 비정기적으로 올라오고 모집 기간도 짧아 신청 기회를 놓쳤다는 사례도 나온다. 희망자가 직접 수시로 공고를 검색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고령자복지주택 입주자가 차지 않는 이유로 우선 홍보가 안 되는 문제가 제일 크다”며 “또 협소한 원룸 구조, 저소득층 중심의 입주 요건 때문에 공실이 발생하고 관리비에 대한 저항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고령자복지주택은 서비스 인력이 투입되는 구조라 관리비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입주자가 주로 소득 1·2분위 저소득층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임대료·관리비 부담에 대한 저항이 크고 정보 접근성도 낮아 공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입주 대상을 3·4분위까지 넓히면 수요가 늘고 관리비 문제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8평 규모 원룸 형태로 설계돼 있는데 처음부터 1인 가구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전용면적 25~26㎡는 60대가 입주하기엔 협소할 수 있지만 70~80대에게는 그렇게 좁지 않은 공간이다. 결국 물리적 공간보다 인식의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