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특급열차 탄 동학개미 바글바글’···해외증권 투자 2월만 12조원
주가 495→1037 달러 다섯 달 만 美 빅 테크 기업에 몰린 동학개미 해외 증권투자 3배 증가 두 달 만 고평가 인식 확산·달러 약세 유의
주가 상승이 지지부진한 한국 주식을 등지고 파워풀한 미국 주식에 동학개미들이 달려들었다. 지난 1년간 미국 빅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 압력이 거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는 다섯 달 만에 두 배가 됐다. 눈에 보이는 떡에 한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두 달 만에 세 배가 됐다.
다만 산 정상 다음엔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 주식이 고평가돼있다는 인식은 확산하고 있다.
24일 여성경제신문이 엔비디아의 주가 등락 추이를 분석한 결과 1년 전(306.88 달러)과 비교하면 주가(현지 시각 23일 1037.99 달러)는 238%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AI 산업 성장 가능성과 기대감에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날 발표한 엔비디아의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기대치를 상회하며 주가는 처음 1000 달러 선을 넘었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엔비디아 주가는 490 달러대였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미국 주식 주가 상승세에 내국인 투자자는 해외 증권 투자에 눈을 돌린지 오래다. 국제금융센터의 ‘내국인의 해외투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 증권 순투자 규모는 작년 말을 기점으로 글로벌 증시 랠리와 함께 반등하며 지난 2월에는 90억5000만 달러(한화 약 12조3894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2월(121억4000만 달러) 이후 최대다.
최근 넉 달 간 내국인의 월간 해외 증권 순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30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 1월 65억1000만 달러→2월 90억5000만 달러→3월 8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해 12월 13일(현지 시각) 처음으로 피벗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민간의 해외 투자, 특히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관련 기사 : [분석] 비둘기 날개 돋친 연준, 피벗 첫 신호탄···한은은 ‘우린 아직’)
이 보고서를 작성한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 부장은 “최근에는 민간을 중심으로 주식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이를 견인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기술주 투자 성향이 뚜렷한 반면 △금융권은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공공자금이 해외 주식투자를 견인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개인·자산운용사·보험사 등 민간이 해외투자를 주도했다. 공공부문은 목표 수익률 달성 등으로 순투자 규모 축소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이 매파와 비둘기파를 번갈아가면서 통화 정책 입장을 바꾸고 있지만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유효하다.
권 부장은 “국내 금리수준, 개인투자자들의 낙관적 투자 심리, 공공기관의 해외투자 확대 기조 등을 감안 시 내국인 해외투자 증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내국인 해외투자의 상당 부분이 미국 주식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식의 고평가 인식 확산, 달러화 약세 반전 등 투자위험 증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