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자스민 "이민청, 법무부 아닌 대통령 산하 돼야"···고급 인력에게 한국은 '매력 0점'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국회의원 인터뷰(下)] '통제 기관' 법무부, 지원 정책 미비할 것 우수 인재 유입, 정주 유인력부터 키워야 장학금 주며 키웠지만 '유학⭢취업' 단절
E-9 비자로 입국하는 비숙련 인력과 고용허가제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 이자스민 "불법체류자 양성하는 고용허가제, 숙련공 호주에 뺏기는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부(처)가 어디인 줄 아세요? 법무부예요. 그런데 법무부가 이민청 산하기관으로 설립된다니요. 통제하고 감시하는 부처에서 제대로 된 지원 체계를 만들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에 산재한 외국인 대상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세우자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여당은 지난달 2일 이민청의 골격을 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출입국관리법 등 42개 법률에서 명시한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이민청장에 이관한다는 용이 담겼다. 현재 법무부는 등록 및 체류 허가 즉 비자 심사·발급 업무를 비롯한 출입국 업무를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 이래 이민정책 전담 조직 신설에 관한 논의는 계속 있어 왔다. 2022년에는 김형동·이명수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이민정책 컨트롤 타워가 세워질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부처 간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자스민 의원 역시 이 부분을 우려했다. 부처별 담당 사업은 예산 배정과 직결되는데 각 부처가 지금 잘 하고 있는 사업을 쉽게 내놓겠냐는 것이다. 개정안 분석 결과 현재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기능이 외청으로 보내지고 '국적통합국'이 추가되는 것 외에는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고 이 의원은 말했다. 국적통합국에서는 사회통합 정책을 담당할 예정이다.
"(지금 계획대로 가면) 그냥 기관 하나 더 만들어지는 거다, 법무부가 관여하는. 그렇게 되면 법무부는 예산을 좀 더 받을 수 있겠네요."
과거 부처 별 협상이 겪었던 난항을 의식했는지 법무부는 부처의 기능을 조정하는 대신 '다부처 협업형' 이민청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각 부처별 인력을 파견해 협업하자는 거다.
"이렇게 되면 지금이랑 별 차이 없어요. 교육을 교육대로 교육부가, 노동은 고용노동부가 맡아서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다부처 협업형 운영은 모티프는 재외동포청에서 왔다. 이 의원은 재외동포청과 이민청이 완전히 다른 성격의 기관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청과 이민청은 전혀 다른 기관이에요. 재외동포가 한국 입국할 때 뭔가 어려움을 겪나요? 아니잖아요. 이민청은 한국에 들어와 살 외국인에게 적용될 정책을 만드는 곳인데 운영을 똑같이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민정책 총괄 컨트롤 타워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와 같은 대통령 직속 산하 기관으로 설립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부'나 '처'의 위상을 가지면 좋겠지만 외청 수준에서 머물러야 한다면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는 편이 좋다. 이주민을 위한 정책 대부분이 지역별 특성에 맞춰 각 지자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청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자 지자체는 유치 경쟁에 나섰다. 조 단위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이 의원은 경제 효과가 제대로 된 이민 시스템 기반에서만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라도 정주 가능한 비자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볼 때, 가족을 데리고 올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설 때 이민청을 설립한 지역도 부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수 인재 모시기 열심이지만
정주 어려우면 가족 안 부른다
승진·퇴직 걱정은 외국인도 해
유학-취업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국은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수립 시부터 지속해서 '우수 인재 유치'를 중점과제로 선정하고 각종 유인책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이를 위해 비자 기준도 완화했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국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63개국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아시아 11개국 중 이민 가고 싶은 나라를 조사한 2017년 국제경영개발대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기도 '꼴찌' 국가다. 까닭으로는 '정주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먼저 한국은 영주권을 따기가 어렵다. 외국인 전문 인력이 영주권을 따기 위해서는 국내 석·박사 학위 취득하고 2년 내 국내 기업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인기 없는 이유로는) 일단 영주권을 못 딴다, 그렇다면 비자를 연장해야 되는데. 취업 상태에 따라 계속 체류 가능 여부가 결정되거든요. 지나치게 많은 조건과 까다로운 비자 연장 심사 과정은 외국인 입장에서 '이 나라가 나를 언제든 쫓아낼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여집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정주할 수 있을 때 본국의 가족을 불러들인다. 반대로 가족을 불러오기 쉬우면 정주할 마음이 없던 사람도 한국이라는 삶의 터전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영주권 취득도 비자 연장도 쉽지 않은 불안정한 기반에서 가족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일 외국인 근로자는 없다. 따라서 많은 고급 인력은 본인만 국내 체류하면서 돈을 벌고 이 돈으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한국의 돈이 외국으로 흘러 나가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 문화도 고급 인력의 정주를 막는다. 내국인 직장인이 느끼는 승진 부담과 퇴직 이후에 대한 걱정은 고급 외국인 인력도 한다는 것. 이 의원은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 근로자는 승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글로벌 지수를 올리기 위해 외국인 임원을 스카우트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람들 중 신입 시절부터 그 회사에서 시작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한국에 가족들을 불러올까요? 돈이 많으니 자녀는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 학교 다니게 합니다. 한국에는 중도 입국한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족을 불러오고 싶어도 못 그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 제도도 가족 전체의 이민을 어렵게 한다. 한국에서 정주하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녀도 본인도 고통받을 것이 뻔하고 임금 역시 선진국에 비할 때 낮은 한국에 고급 인력은 흥미를 잃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으로 유학 와있는 대학생도 졸업 이후에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에 따르면 D-2 등 유학생 비자를 소지하고 있는 외국인 중 '한국에서 계속 체류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23.1%로 전 비자 소지군 중 가장 컸다. 계속 체류하고자 하는 유학생 중에서도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10.5%에 불과했다.
반면 2023년 국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유학생의 매력도는 37개국 중 9위로 높았다. 선진국에 비해 등록금이 저렴하고 장학금 제도가 잘 돼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처럼 대비되는 지표에 관해 '공부하는 것과 먹고 사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유학생의 입장에서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과 근로자 입장에서 한국에서 사는 것은 다릅니다. 개발도상국에서 한국 유학 와서 바이오, 반도체 등 첨단 지식을 공부한 학생들은 임금도 많이 주고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나라로 빠집니다. 본국으로는 어차피 잘 안 돌아가요. 돌아가 봐야 배운 지식을 써먹을 만한 산업이 발달해있지 않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