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디코드] ③ 연이은 ‘우울한 흑자’···올해 성장 전망 일본에도 졌다
넉 달 연속 흑자 석윳값 지출 줄여 달성 1년째 수출 감소 ‘상저하고’ 전망은 유효 IMF 韓 내년 성장 2.4→2.2% 홀로 하향 올해 1.4% 성장, 日 2% 25년 만에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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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로 손해를 보면 누구나 기분이 나쁘다. 기업의 적자는 구조조정, 나아가 도산에까지 이르는 등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국가의 적자는 이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국가의 영업 적자는 국가 신임도를 떨어뜨린다.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자금 유출을 일으키는 것까지는 기업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환율 상승, 수입 물가 상승, 또다시 자금 유출을 가속하는 악순환을 만들며 국민 생활을 뒤흔든다. [경상수지 디코드]에서는 경상수지 수치에 숨은 코드를 해독해 현재 한국의 경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
지난달도 경상수지 흑자였다. 4개월 연속 흑자다. 수출(수입=收入)이 열두 달 연속 감소하는 상황이지만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이유는 수입(지출)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 흑자 원인과 같다. (경상수지=수출-수입)
금융당국은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했다. 수출 감소 폭이 줄고 있고 4분기 상황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오랜 저성장 늪에 빠져있던 일본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위기 이후 25년여 만에 첫 추월을 내주게 되는 셈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가 48억1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7억9000만 달러) 적자 이후 5월(19억3000만 달러), 6월(58억7000만 달러), 7월(37억4000만 달러)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본지가 최근 3년간 누적 경상수지 흑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까지 누적 흑자(109억8000만 달러)는 작년 같은 기간 누적 흑자(236억6000만 달러)에 비해 절반(약 54%) 넘게 급감했다. 2021년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0억6000만 달러로 올해 대비 6배다. 이 수치 차는 현재 수출 불황 수준을 보여준다. 동시에 현재 불황형 흑자 상황임을 방증한다.
수출입 상황을 보여주는 상품수지는 액면상 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8월 수출은 53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억1000만 달러(6.5%) 감소했다. 승용차가 호조를 지속했지만 석유제품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작년 9월 이후 전년동월대비 12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입은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했다. 8월 수입은 486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1억9000만 달러(21%)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수출보다 더 큰 수입 감소는 상품수지(순 수출=수출-수입)가 5개월째 흑자로 지속할 수 있던 요인이다. 가스, 석탄, 원유, 석유제품 수입액 감소율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5.9%, 41.7%, 40.3%, 15.1%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여전하다. 서비스수지는 1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전달(-25억3000만 달러)보다는 개선됐다. 그러나 전년 동월(-12억9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더 커졌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11억4000만 달러)가 지난해 같은 달(-9억3000만 달러)보다 약 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달 적자(-14억3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해외 출국자 수 감소에 따라 약 3억 달러 개선됐다.
본원소득수지 감소세도 눈에 띈다. 배당이나 이자 소득을 포함하는 8월 본원소득수지는 14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전달(29억2000만 달러)보다도 작년 8월(25억9000만 달러)보다도 감소했다. 한편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한 달 동안 57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한은 270억 달러 누적 흑자 상저하고 전망
침체 벗어나는 日···‘中 족쇄’ 둔화하는 韓
한국은행은 올해 누적 흑자를 270억 달러로 전망했다. 8월까지 약 110억 달러 누적 흑자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9~12월) 월평균 40억 달러 흑자를 달성하면 목표치를 달성한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면 지출(수입) 증가로 경상 적자를 우려했다. (관련 기사 : [경제 0면] 살림살이 팍팍해도 성장률 전망은 2%···‘극심했던 무역 적자 덕')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 이슈가 발생했지만 일단 당국은 그에 대한 리스크를 유의미하게 보지 않는다. 본지가 [포커스] 유가 롤러코스터 태운 하마스···“공포 야기 선취매 욕구 자극”에서도 살펴봤듯이 실제 석유업계에서도 이번 중동지역 갈등이 직접 공급 차질을 빚는 이슈는 아니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기자설명회에서 “앞서 8∼9월 수출 감소 폭이 축소되고 4분기에 플러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경로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라면서 “상품 수지와 여행 수지를 중심으로 9월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외부에선 한국 경제를 우려 섞인 시각으로 쳐다본다. IMF는 지난 10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로 유지했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 3%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난다. 주요국 성장률이 모두 오를 때 한국만 제자리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동안 총 5차례 연속 하향 조정했다. 이 기간 주요국들의 성장률 전망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직전 전망치만 따로 비교해도 미국(1.8%→2.1%)과 프랑스(0.8%→1.0%), 영국(0.4%→0.5%)의 성장률 전망이 올랐다.
특히 일본은 1.4%에서 2.0%로 뛰었다. 실제 성장률이 이에 부합한다면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IMF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기존 전망치인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석 달 만에 0.2%포인트가 떨어진 수치로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3.0→2.9%)보다 더 큰 하락 폭인 동시에 더 낮은 성장률이다.
한편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한국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은 IMF와 같은 2.2%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1%로 전망했다. 반면 정부는 전망치 중 가장 높은 2.4%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