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디코드] ① 993만 해외여행객은 적자 주범?···“하반기 더 악화, 해외 투자 관건”
흑자인데 못 웃는 이유 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 서비스 적자 119억 달러 여행 적자 58억 달러 방한 외국인 443만···日 여행 한국인만 313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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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로 손해를 보면 누구나 기분이 나쁘다. 기업의 적자는 구조조정, 나아가 도산에까지 이르는 등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국가의 적자는 이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국가의 영업 적자는 국가 신임도를 떨어뜨린다.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자금 유출을 일으키는 것까지는 기업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환율 상승, 수입 물가 상승, 또다시 자금 유출을 가속하는 악순환을 만들며 국민 생활을 뒤흔든다. [경상수지 디코드]에서는 경상수지 수치에 숨은 코드를 해독해 현재 한국의 경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경기 위축 등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 대한민국의 영업실적이 플러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다. 수출은 여전히 전년보다 감소세고 서비스수지도 수십억 달러 적자다. 그나마 해외 투자에서 성과를 내면서 아슬아슬하게 흑자 성과를 냈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상품과 서비스, 소득, 이전소득 수지 중 눈에 띄는 부진은 서비스 수지다. 항목 중 여행수지 적자가 크게 차지했는데 방한 외국인보다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더 많이 나가 더 많은 돈을 썼다. 문제는 앞으로 휴가철과 단풍놀이철 등 여행 가기 좋은 하반기에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더 크게 늘어날 거라는 점이다. 수출 회복(상품 수지)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하반기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해외 투자에서(소득 수지)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소리다.
9일 여성경제신문이 한국은행이 전날 공개한 ‘6월 국제수지(잠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1~6월)와 6월 한 달 서비스수지 적자가 크게 나타나며 전체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수지는 내외국인의 수입과 지출 차를 나타낸다. 가공서비스, 운송, 여행, 건설, 지식재산권 사용료, 컨설팅 비용 등이 포함된다.
특히 여행수지는 이달과 상반기 각각 12억8000만 달러, 58억3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총 서비스수지는 각각 26억1000만 달러, 119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 여행 적자가 전체 서비스수지의 절반을 차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 경상수지 적자 우려는 수출 부진에서 찾았다. 그러나 국내 해외여행객의 폭증이 적자 상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들어오는 외국인보다 나가서 돈을 쓰는 내국인이 더 많아지는 탓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면서 적자가 나는 것.
韓 해외여행 수요 방한 외국인의 두 배
여행 가기 좋은 하반기 적자 확대 전망
해외 투자에 달린 韓 경제성장률 1.4%
실제 방한 외국인 수보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가 두 배가량 더 많다. 본지가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국민 해외관광객 주요 목적지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해외에 관광하러 간 우리 국민은 총 993만1475명으로 전년 대비 635.9%가 증가했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에 그동안 묶여있던 여행 수요가 터져 나왔다.
반면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승무원 인원(32만8456명)까지 포함해 총 443만796명을 기록했다. 즉 한국인(993만1475명)이 외국인보다 550만여명 더 많이 나가서 해외에서 돈을 쓰고 오고 있다.
일본으로만 312만8470명이 나갔다. 이는 전년(3만6543명)대비 8461.1% 폭증한 수치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간 곳은 베트남(160만2183명)이었다. 미국엔 72만여명이 갔다.
6월 한 달간 해외여행객 수는 총 177만1962명이었다. 해당 달 후쿠시마 처리수 이슈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간 국가는 단연 일본이었다. 총 54만5100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4780.9%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관광하기 좋은 날이 하반기에 몰려있어 여행 적자, 즉 서비스 적자 폭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경상 적자 규모를 더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건 결국 해외 투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7월 휴가철부터 시작해 8월, 9월, 10월까지도 해외 여행객이 더 늘게 되면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라면서 “상품과 소득 수지로 이를 커버해야 할 텐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여행 못 가게 할 수도 없고, 소득 수지 덕에 흑자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해외 주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담은 할 수 없다”라면서 “심지어 하반기 여행객 증가로 서비스 적자가 확대되는 동시에 에너지 수입이 증가하면 무역 및 상품수지 악화로 경상수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올해 150억~200억 달러 흑자를 예상하는데 사실상 소득수지(해외 투자)에 달렸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투자 전적으로 의존하는 韓 경상수지
물건 안 사 일군 ‘웃픈’ 6월 경상 흑자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성과는 투자 소득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자료를 보면 상품수지(수출과 수입의 차)와 서비스수지(내외국인의 수입과 지출 차), 이전소득수지(국제송금 거래 수지)는 각각 34억7000만 달러 적자, 119억3000만 달러 적자 16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수지(배당 및 이자 소득)가 194억9000만 달러로 이 기간 24억4000만 달러 흑자를 주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어려운 대외 여건하에서도 1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지난 1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흑자 규모가 줄었지만, 당초 여러 경제기관에서 상반기 적자를 전망했던 점을 고려하면 당초 우려보다는 양호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국제유가 동향,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회복 속도, 정보기술(IT) 경기 개선 시점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2주 전에도 고수했던 ‘상저하고’ 전망은 발언에서 보이지 않았다.
6월 경상수지도 소득 수지로 적자 상황을 간신히 피했고 전달에 이어 흑자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경기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6월 상품수지 항목이 흑자이긴 하나 수입이 수출보다 많이 줄어 흑자를 냈다. 상품수지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차액이다. 다시 말해 물건을 팔아 번 돈과 물건을 사느라 들인 지출을 뺀 것인데 쉽게 말해 덜 사서 적자가 나지 않은 것이다. 즉 물건을 잘 팔아 수익이 남은 게 아닌 ‘불황형 흑자’(수출 541억4000만 달러-수입 501억5000만 달러=39억8000만 달러 흑자)인 셈이다.
심지어 수출은 541억4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전달 수출도 527억5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억7000만 달러 줄었었다. 상반기 수출은 3108억8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에 김정식 교수는 “6월도 상반기도 수출이 모두 작년과 비교해서 감소했는데 이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라면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성과와 비교하는 경제성장률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관련 기사 : [긴급점검] “IMF가 하향 조정한 1.4% 성장률 달성, 그마저 쉽지 않다”)
재계 전문가는 본지에 “정부는 경제 심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전망 내는 걸 매우 꺼린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실제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위기 대응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며 “그러나 전문가들은 똑바로 이야기하려 하기 때문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6월 국제수지 결과에 대해 “부진을 거듭하던 수출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해서 이같이 밝히며 “어제(8일) 발표된 6월 경상수지는 최근 1년 내 최대치인 59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상반기에 총 24억 달러 흑자를 시현했다"며 "수출도 월별 변동성은 있으나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의 지연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며 "정부는 수출 회복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지역·품목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신속 통관, 세관 허가·신고절차 간소화 등 이를 뒷받침할 수출 지원 인프라도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