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첫날부터 북적...역대 최대 122개 프로그램 진행

"와우~‘터닝메카드’다."
‘우먼센스’ '아레나' 잡지와 만화 단행본 등으로 유명한 서울문화사 부스는 ‘터닝메카드 스티커 색칠놀이북’과 ‘인기 캐릭터 퍼즐’ 등을 구입하려는 어린이들로 오픈 직후 북적거렸다. 바로 옆에 진열된 ‘쿠키런’ ‘메이플스토리’ 등 만화책도 2시간 만에 동나버렸다. 서울문화사 관계자는 “부스를 개장하자마자 터닝메카드 관련 도서만 500여권이 팔려나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은 어린이들이 책 삼매경에 빠졌다. 한쪽에서는 엄마와 함께 아이가 커다란 태블릿 PC를 들고 알파벳을 따라 발음하고 있었다. 22회째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선 이처럼 독자들을 위한 다채로운 책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여 해마다 초여름에 개최된다. 올해는 19개국 49개 출판사가 참가하며 프로그램 수만 122개(해외 92개·국내 30개)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출판사는 그동안 낸 책을 독자와 출판 관계자에게 알릴 수 있고, 출판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행사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 입장 전부터 학생 할인을 받기 위해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나란히 줄을 서는 광경이 연출됐다. 네다섯살 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온 주부도 여럿 보였다.
5세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모(37·여)씨는 “여러 출판사들과 작가들이 참가하는 행사라고 해서 기대된다”며 “평소 읽고 싶었던 책에 대한 설명도 듣고,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전자책 상품도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할인’이란 글자를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출판사가 서점을 통하지 않고 독자에게 책을 판매하는 구조다 보니 할인액도 꽤 후한 편이다. 20%할인, 80%할인, 오늘만 1000원 등 부스마다 표지판이 걸려있다.
전체적으로 국내외 유수한 작품부터 신진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채로운 책이 소개됐다. 그 외에도 유·아동을 위한 학습용 도서와 모바일 앱 캐릭터 상품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눈길을 끌었다.

유·아동콘텐츠 개발회사인 와이팩토리는 ‘액션! 공룡대백과’ ‘이솝브레인’ 등 교육앱을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모바일과 태블릿PC 등을 통해 QR코드에 접속하기만 하면 살아있는 공룡 스티커과 도감을 볼 수 있고, 이솝 우화를 영어로 청취할 수 있다. 이 부스에서 만난 대학생 윤모(24·여)씨는 “영어를 배울 때 반복 학습이 필수적인데 전자책을 활용하면 많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책을 만든이에게 직접 책 소개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국제도서전의 묘미다. ‘책만남관’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편집자들이 강연을 통해 책을 소개하고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앙투안 로랭’ ‘율리시즈 무어’ ‘세바스티앙 팔레티’ 등 해외 작가도 국내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바로 옆 전시관에서 동시 개최되는 ‘디지털북페어’는 전자책을 구입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1년 전, 2년 전보다 참가 기업 수는 줄었지만 책 읽기가 점점 다양해지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각가지 흥미로운 콘텐츠가 소개됐다. 전자출판관에서 부스가 가장 커 보이는 미디어창비 부스를 찾아갔다.
김길한 미디어창비 팀장은 전자책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잘 만들어진 콘텐츠와 플랫폼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창비가 3년전 개발한 ‘더책’은 종이책에 NFC칩을 내장시켜 스마트폰만 있으면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 서비스다. 엄마가 혼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보다 함께 들으며 부연설명 등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책 읽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전자출판업계 관계자들은 “행사에서 출판사를 만나 회사를 알리는 영업보다 우리 서비스를 실제로 쓸 이용자를 만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주말에 아이 손을 잡고 오는 어머니가 주요 공략 대상이다. 주요 출판사와는 이미 담당자를 알고 있는 사이라 디지털콘텐츠과 같은 행사는 이용자와 직접 만나기 위해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오디오북’ ‘번역북’ 등 다양한 전자책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됐다. ‘열린책들’은 최근 출시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앱을 아이패드와 TV를 연결해 전시했고, ‘미디어창비’는 디지털콘텐츠 ‘더책’을 알리는 선간판을 세우고 커다란 헤드셋을 전시해 독자가 전자책을 읽어보게끔 했다. 북이십일은 자사의 별도 전자책 플랫폼인 카드북을 보여줘 흥미를 끌었다.
학습만화 ‘와이’ 시리즈로 유명한 예림당은 와이 시리즈를 탑재한 ‘키봇’과 ‘LG 키즈 패드’를 전시했다. 전자책과 종이책이 나뉘어 전시되는 것보다 책을 독자가 원하는 대로 읽거나 볼 수 있게끔 유도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부스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책을 잃는 방식이 아날로그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태블릭 PC등 모바일기기가 세상의 중심이 된 만큼 읽기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1189억원에서 지난해 3444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자책은 조금씩 독자들에게 스며들고 있다. 출판사가 독자에게 책을 판매하며 아이패드를 함께 전시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책의 향연을 선사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은 6월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