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뺨치는 KB국민은행 사태...금융당국도 혼란 수습못한채 우왕좌왕

한국 금융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회장과 행장은 권력싸움에 눈이 멀었고 금융당국의 무능함도 한몫하고 있다. 땅으로 떨어진 것도 모자라 아예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글로벌 리딩뱅크를 향해 파도를 헤쳐 나가기도 힘겨운데 ‘내부 암초’를 만나 1m도 전진하지 못한 채 갈수록 골병이 들고 있는 형국이다.

그 부끄러운 대표주자는 바로 국민은행.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으로 2001년 탄생한 통합 국민은행은 한때 모두가 인정하는 1등 은행이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최근 KB국민은행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의 ‘삼상(三床) 사건’으로 개콘 뺨치는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의 권력 다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삼상 사건은 지난 4월 열린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연단 위 책상 자리를 놓고 벌인 신경전과 지난 8월 가평 백련사 템플스테이에서 밥상과 침상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을 말한다. 국가대표급 금융 그룹의 두 CEO가 책상·밥상·침상을 놓고 왜 이런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며 손가락질을 받는 걸까.

사실 KB금융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고질병이던 관치금융과 취약한 지배 구조, 거기에서 파생된 내부 권력 다툼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건호 행장은 KB금융지주에 지속적으로 이사 자리를 요구했지만 임영록 회장은 이 행장의 요청을 계속 거절했다. 이 행장이 이사회에 들어와 자신의 결정에 ‘태클’을 걸까 걱정한 까닭이다. 이후 두 사람은 IT본부장 교체, 부행장 인사 등을 놓고 끊임없이 대립했다.

윗사람들이 이러는 사이 직원들은 절도·사기·뇌물 등 후진국형 금융 사고를 일으키며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KT ENS 사기 대출. 휴대폰 제조업체 업주들이 1조8000억원이나 사기로 대출을 받았다. 사기범들이 460번이나 위조 서류를 제출하는 동안 하나·국민·농협 등 3대 대형 은행 등 16개 금융회사가 모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또 국민·우리·기업은행이 연루된 일본 도쿄지점의 부당 대출 사건은 본점과 금융당국의 감독이 허술한 해외 지점에서 지점장들이 바뀔 때마다 범죄 수법을 전수해 주며 벌인 조직적 범죄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아울러 국민주택채권 위조 사건도 마찬가지다. 은행 직원과 창구 직원이 공모해 채권을 위조해 110억원을 빼돌린 사건인데, 위조 채권 자체가 워낙 조잡해 누가 봐도 의심을 품을 만한 수준이었지만 직원들을 버젓이 눈뜨고 당한 꼴이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는 금감원과 금융위 등 금융당국의 무능도 한몫하고 있다. 사건·사고를 미리 방지하지도 못하고, 사건이 터진 뒤에도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하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IBM에서 유닉스로의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은 지난 5월 이 행장의 금감원 신고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3개월여 만에 징계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두 사람에 대해 중징계를 미리 통보했으나 정작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경징계로 뒤집혔다. 이후 2주나 시간을 흘려보낸 뒤 최 원장이 다시 중징계로 결정을 뒤집으면서 KB금융의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10일 임 회장이 "금감원장이 징계를 번복해 오히려 KB이 뒤흔들리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린것도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록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금융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리셋하는 개혁이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가 맡긴 소중한 예금으로 '돈놀이'하는 은행이 이런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결국 국민들도 등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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