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중징계 납득못해" 사퇴 거부하고 금융당국과 전면전 선택
'그냥 순순히 사퇴하지 않겠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며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선택했다. 이로써 '임영록 vs 이건호'의 갈등이 '임영록 vs 최수현'의 대결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임영록 회장이 10일 징계 사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린 중징계 결정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주전산기 선정과 관련해 업체 선정이나 가격 등 최종 의사결정이 전혀 내려진 바 없다"며 "의사결정 과정 중인 일에 대해 중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따졌다.
임 회장은 "이 문제의 발단에는 IBM의 기득권 사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며 "IBM은 국내에서 입지가 사라지는 상황이며 은행권 대부분이 (유닉스로) 전환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정도만 (IBM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또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국민은행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금감원 지적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은행장이 협의를 요청한 (IT본부장) 임명안에 대해 원안대로 동의했고, 최종 결정은 은행장이 했다"며 "인사 협의 내용은 공문으로 근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최 금감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을 번복한 것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임 회장은 "제재심의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경징계라고) 판단한 것을 금감원장이 객관적 사실의 변동이 없는데도 중징계로 상향 조정했다"며 "이 때문에 조직 화합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KB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KB 전 계열사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제가 흔들리면 또다른 최고경영자(CEO)를 세우는 기간에 또 혼란이 일어난다"며 "현 시점에서는 중징계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고 조직 안정과 경영 정상화에 온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는 12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4일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상향한 최 금감원장의 결정은 원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임 회장측은 금융위의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소송으로 갈 경우 임 회장을 둘러싼 금융당국과의 공방은 최소한 1년 이상의 지루한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