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표 수리하면 내가 국회서 무슨 말 듣겠나"[녹취록 전문]

임성근 부장판사 측 변호인 음성·녹취록 공개 정치권 의식하는듯한 발언으로 논란 불가피

2021-02-04     백영건 기자
국회 탄핵을 이유로 사표가 반려됐는지를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이 면담 시 대법원장의 발언 내용이 담긴 녹취 음성파일을 4일 공개해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침통한 표정으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국회 탄핵을 이유로 들어 사표를 반려했는지를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함으로써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 부장판사가 4일 변호인을 통해 김 대법원장 면담 시 대법원장의 발언 내용이 담긴 녹취 음성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의하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의 사표 제출에 대해 "나로서는 여러 영향을 살펴야 하는데, 그 중에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서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발언을 이어갔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서 "탄핵이라는 제도,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는 않다"며 "정치적인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이 녹취는 지난해 5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뤄진 면담 때 녹음된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추가 입장문을 통해 "언론에서 진실 공방 차원에서 사실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더는 침묵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도리가 아니고 사법부 미래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도 녹취파일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돼 부득이 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일제히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비난하며 격앙된 반응들을 쏟아냈다.

네티즌 A씨는 "대법원장이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말은 삼권분립의 원칙과 정신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뜻이니 민주제도를 무너뜨리는 명백한 반역행위"라고 비난했다.

네티즌 B씨는 "사법부 수장이 거짓말에다 '정치권 눈치'를 기정사실화 했다"며 "해방 이래 자유민주체제의 근간으로 삼아온 3권분립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포기한 대법원장이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네티즌 C씨는 "사법부가 정부 편을 들면 국민들은 더이상 기댈 데가 없다. 미국은 사법부의 독립이 철저하여 그나마 질서와 인권이 유지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권분립의 존재를 깡그리 무너뜨리고 있다. 책임지라"고 비난했다. 

다음은 임 부장판사 변호인 측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이다.

녹취록 전문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 부장이 사표 내는 것은 난 좋아.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하는데.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그리고 게다가 임 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