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해에는 새 국회가 보고싶다

2020-12-31     강민정 기자

내일이면 새해가 밝는다. 2020년 한해는 모두에게 ‘잃어버린 1년’이었다. 갑작스레 인류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생활의 전반을 바꿨다. 봄철 황사 때에나 쓰던 마스크가 이젠 필수품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특히 억울한 건 대학교 1학년 새내기다. 코로나19 때문에 새내기 시절만의 특권과 즐거움은 누리지도 못한 채 한 학년 올라가게 됐다. 고3을 비롯한 수험생들도 고생이었다. 수능을 앞둔 상태에서 이어진 비대면 수업, 감염병을 뚫고 시행된 수능. 모든 게 불확실했다. 

올해는 멈춰있는 한 해였다. 코로나19라는 큰 변수로 온 세계가 요동쳤지만 오히려 우리의 일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멈춤’ 상태에 머물렀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지인과의 만남이 어려워졌고, 콘서트와 각종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았고, 점포들은 밤 9시 이후로 문을 닫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신음이 전국에 울려 퍼졌다. 모든 새해가 그렇겠다만, 특히 2021년 새해가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을 염원하는 마음이 여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에도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 4월 13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180석(지역구 163·비례 17석) 확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여대야소(與大野小) 국회를 탄생시켰다. 21대 국회 5분의 3이 민주당 의원으로 채워졌다. ‘180석’의 위력은 대단하다. 개헌을 제외한 대다수를 자력으로 해낼 수 있고, 안건 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 법안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상임위원장 거부’로 18개의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확보했다. ‘거여(巨與) 시대’의 서막이었다. 반면 통합당은 4.13총선에서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벌어진 걸까. 답은 간단하다. 국민이 ‘새정치’를 원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해 4월, 국회는 패스트트랙 충돌로 소란스러웠다. 국회에 ‘빠루’(쇠지렛대)가 등장했고, 국회의원이 다른 정당 국회의원을 감금했으며, 고성과 막말이 끊임없이 오갔다. 정쟁의 연속이었다. 지친 국민들은 투표에 적극 참여하며 민주당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는 응원인 한편 질책이었고, 21대 국회에서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라는 압박이기도 했다.

이러한 열망으로 ‘국회의원 새내기’도 다수 당선됐다. 21대 국회 초선의원은 151명으로, 의원정수의 절반가량이다. 20대 국회 초선의원 수 137명보단 14명 늘었다. 이를 종합하면 21대 국회는 ‘당연히’ 새로워져야 한다. 구조와 인물 모든 게 바뀌었잖은가. 

하지만 무엇이 달라졌나.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심지어 여당은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만장일치’라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의 선례를 뒤집고 ‘180석’의 위력을 활용했다. 야당은 반대의 연속으로 의정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거대 양당이 각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한 명을 비호하며 서로 다투는 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민생법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게 국민이 쥐어준 180석에 대한 대답인가. 민주당은 180석의 권력과 함께 무게도 짊어져야 한다. 국민의 ‘새 정치’ 열망에 부응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민주당이 그러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지표다. 국민의힘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1야당임에도 불구, 국민을 사로잡는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회는 여전히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우분투’(ubuntu․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로 출발한 국회에 협치는 없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먼저 묵은 것을 보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들도 정쟁을 일삼던 과거를 벗고, 협치와 민생이라는 새 옷을 꺼내 입을 때다. 부디 새해에는 환골탈태한 ‘새 국회’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