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언박싱] 백신의 정치학

지지율 아킬레스건 ‘백신 리더십’ 야권·보수언론 새 프레임 만들어 문 공격 ‘도입 시기’만 문제 삼는 공세는 문제이지만 정부 방역 전략 부재가 더 커 백신 도입 시기 불투명엔 여야가 공동 책임···선구매 관련 제도 마련해줘야

2020-12-23     노승주 언론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얀센과 화이자 백신 1600만명분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중대 기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 명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3단계 격상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기왕 이렇게 된 것 ’짧고 굵은‘ 3단계 시행도 감내할 수 있다‘는 반응인데 오히려 정부는 재앙 수준의 경제타격을 이유로 망설이기만 하고 있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일 “(3단계의 영향을) 모르고 단순히 식당에서 취식을 금지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면서 3단계를 주장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3단계를 얘기한다는 비난으로 들립니다. ‘3단계가 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타격인데 어린애 투정부리듯이 무작정 억지주장을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망설임에는 K방역의 명성 유지에 집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코로나19는 지금이 최악의 고비인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런 중대한 시기에 ‘백신’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들의 자율적인 협조로 코로나19 방역이 잘 유지된 측면이 있지만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조건은 좋아지고 국민들의 자발적인 의식에만 의존하던 ‘국민 방역’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는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결국 정부는 ‘3차 대유행’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이 호흡을 맞춰 선제적인 검사와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로 K방역이 효과를 봐왔지만 이제는 그것이 한계에 이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유럽이 ‘묻지마 투자’식으로 ‘입도선매’한 백신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백신의 도입 시기를 두고 정부와 야권이 격렬한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백신이 없느냐’는 야권의 공격에 ‘확진자 수가 미국 유럽에 비해 많지 않은 우리는 부작용 검증 등을 충분히 거치고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정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의 해명이 백신의 도입 시기를 놓쳐 엉뚱한 변명을 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없는 백신을 빨리 내 놓으라’며 악다구니를 하는 것도 자제해야 하겠지만, 과연 정부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는지도 검증해봐야 합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둔 것도 코로나19에 잘 대처해 민심의 합격점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인정이기도 했습니다. ‘계속 코로나19 방역대책을 맡겨도 되겠다’는 국민들의 재신임이기도 했습니다. 총선에서도 압승할 수 있었던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훌륭한 리더십 덕분이라는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K방역의 우수성을 국민들에게 자랑 삼아 이야기했습니다. 후에 자신의 치적으로도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도 이 문제만큼은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코로나 리더십이 무너지는 순간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지지도 무너지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 보수언론이 백신 도입 시기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세를 가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측면이 있습니다. 검찰개혁과 ‘추미애-윤석열 싸움’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당부분 잠식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도입의 ‘실기’는 문 대통령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한방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보수언론은 지난 22일 경부터 ‘백신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문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백신의 도입 시기도 놓친, 문 대통령의 무능한 리더십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도하 언론에서 ‘왜 백신 안 가지고 오느냐’는 식으로 무차별 공세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방역=백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방역에는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 요소가 합쳐져야 하는데 백신만 일찍 들여오면 코로나19가 마치 해결될 것처럼 지나치게 백신 도입 시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보수언론 공세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의 모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정부여당에게로 눈을 돌려 보면 과연 여권이 지난 여름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이틀 연속으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언론의 백신 도입 시기 질타 보도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정부는 겨울철 악조건과 함께 야당과 일부 언론의 가짜뉴스와 비틀기 뉴스, 흔들기라는 방역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이튿날도 김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의 통계 예시를 두고) 그렇게 해서 K방역을 조롱하고 정부 방역 실패를 낙인찍어서 정부와 국민 신뢰 흔들고, 이렇게 만드는 게 언론 목적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전형적 혹세무민 행태 아닌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아마 김 원내대표의 생각이 현재 여권 인사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현재의 코로나 3차 대유행의 책임이 마치 일부 언론의 가짜뉴스와 정치적 공세 때문에 빚어진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의 이런 후안무치한 자세는 코로나19 방역 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전가시키려는 또 다른 정치적 공세로 보입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1천명대로 올라선 23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현재 여야 간에 펼쳐지는 백신 공방은 분명 감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갈라치기 하기 위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백신 조기 도입을 야권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야권의 공세보다 정부의 장기적인 방역전략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정부가 백신도입 시기 조절에 실패했다는 징후도 포착됩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이미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상황이며, EU 27개국은 이달 내 접종을 실시할 계획인 반면 한국은 현재 미국 FDA가 긴급 승인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물량 확보만 했을 뿐,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상황입니다. 유일하게 정식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임상 3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예방율도 70% 정도로 타 백신에 비해 좀 낮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을 이미 들여왔습니다. 현재 지역감염이 0명인 싱가포르는 향후 재확산 가능성을 염두에 둬 미리 백신을 사전 주문해 21일 창이공항에 1차분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아시아에 백신 물량이 도착한 것은 싱가포르가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방역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이 싱가포르에 뒤처질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야권에서도 “K방역으로 전 세계로부터 칭찬을 듣고 있는데 왜 백신 도입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느냐”는 질타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사실 정부는 그간 의료진과 전문가들이 ‘백신 확보’를 주문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최근 백신 미확보 논란에도 “우리나라의 확진자 증가 추세가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이었고, 백신 도입은 다른 나라의 부작용 사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의 ‘해명’이 좀 더 솔직하게 다가옵니다. 정치인 출신에 여론에 민감하고 균형 감각이 있는 정 총리는 백신의 도입 시기 사태에 대해 지난 20일 “정부가 백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지난 7월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사실상 정부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언론의 가짜뉴스 때문에 사태가 더 꼬이고 있다며 ‘남탓’을 하고 있지만 정 총리는 조금 다른 스탠스를 보여주었습니다. 

백신 도입이 방역대책의 모든 것처럼 치부되어서는 곤란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잡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백신의 중요성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왜 백신 도입이 이토록 늦어졌을까요?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8일 한 언론에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주장했습니다. 그는 정치권이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10년 넘게 백신 선구매 관련 제도를 만들지 않고 방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당시 백신을 대량 구매한 보건 당국을 질책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자마자 백신 개발을 하는데 중간에 인구 대비 백신 수가 부족할 뻔했다. 그때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유럽까지 가서 면역 증가제를 얻어와 인구 절반 정도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 그해 11월부터 접종이 시작됐는데 갑자기 이듬해 2월로 넘어가면서 유행이 감소해 백신 700만개 정도가 남았다. 오히려 2010년 국정감사 때 수요 예측을 잘못해 백신을 버렸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교수는 “누가 감염병 유행 상황을 제대로 예측해서 백신 수요량까지 계산하느냐.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데 백신이 남았다고 공무원을 징계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야당에게도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는 백신 구매 지연을 두고 ‘백신 후진국’이라고 지적한 국민의힘을 향해 “예산안 논의 때 백신 구매에 대해 강하게 얘기하지 않은 야당도 특별히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야당이) 백신을 선구매할 수 있는 예산을 1조원 정도 만들어줬다면 (백신 구매) 협상력에서 우위를 갖고 접근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야당도 비판했습니다. 특히 그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재난 관련 물건을 살 수 있는 법 체계가 없어 질병관리청 자체적으로 (관련 예산 확보를) 요구할 수 없었다. 거꾸로 국회에서 그 부분에 대한 입법 미비를 확인해 고쳐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신 선구매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부와 전문가들이 백신 구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연말연시 해맞이 관광객에 의한 코로나19 대확산이 우려되자 23일 강원 강릉시가 경포 해변 주변에 출입을 차단한다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의 방역은 국민의 협조로 어떻게 꾸역꾸역 막아왔습니다. 코로나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지난 7월부터 정부는 여행 쿠폰 등을 들먹였고 문재인 대통령도 ‘끝이 보인다’며 느슨하게 생각했습니다. 국민들은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이라면 그 심각성을 인식하는 자세가 달라야 합니다. ‘여름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에 정부여당이 할 말이 있을까요? ‘괜히 백신 일찍 들여왔다가 메르스 사태 때처럼 남아돌게 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일선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19는 내년 2월이면 전 세계 1억명의 확진자에 2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구상 초유의 재난상황입니다. 미국 유럽이 선제적으로 백신도입을 추진하고 수조원대의 투자금을 쏟아 부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사태 초기의 국민협조로 이룩한 K방역의 찬사에 도취돼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야당 또한 지난여름부터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으로 한눈을 파는 사이, 국회에서 백신 도입을 포함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해 당력을 총집중하는 대응을 했다면 그 과정에서 분명히 백신 도입 문제도 필터링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사태 인식을 느슨하게 한 정부여당과 대안제시에 소홀했던 야당의 ‘정치력 부재’가 백신 사태의 최종 책임주체들입니다. 

현재 정부가 하는 대책이라고는 오로지 5인 이상 집합금지, 관광지 폐쇄 등의 어찌 보면 손쉬운 대응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무조건 모이지 말고 문 닫으라’는 게 대책이라면 대책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봄부터 수많은 전문가들, 언론인들이 “공공병상과 중환자병상을 늘리고,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의사·간호사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외쳤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국민들에게 ‘코로나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집에 있으라’고 하면서도 유급병가나 상병수당은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거리 두기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계마다 피해 업종에 대한 보상·지원책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정밀한 대책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언론의 통계 숫자 하나하나에도 꼼꼼하게 현미경 감시를 하고 모니터링을 하며 ‘남 탓’을 하고 있는 게 여당의 원내대표입니다. 그럴 시간에 저잣거리에 나가 식당 업주들 이야기 한번 들어보려는 노력은 했는지 궁금합니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 하는 노래방 주인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3단계 격상을 주저하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대비책을 인정하기 두려워서입니다. 정부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취약계층에 맞춤지원을 적절하게 했다면 3차 대유행이 시작되자마자 과감하게 3단계 격상을 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3단계 격상을 했다가 민심의 전면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뒤늦게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에 임대료 지원금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늦었습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만이 지금 코로나의 총탄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습니다. 공무원 온라인비즈니스 직장인들의 고통은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의 독박을 써야 하는 것입니까? 사회의 효율적인 고통 분담에 대해 정부여당이 미리 대비책을 세웠어야 합니다.   

야당도 현실성 없는 백신 조기 도입만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습니다. 정치의 영역도 대안 없는 떼쓰기뿐입니다. 지금 당장 백신 내놓으라고 해서 될 일도 아닙니다. 아무리 정부를 몰아세운들 이미 동난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사올 묘책은 없습니다. 두 약의 내년 최대 생산량은 각각 13억, 5억 회분입니다. 이미 팔렸거나 추가 구매 옵션이 걸린 물량은 화이자 13억, 모더나 6억 2000만 회분입니다. 한국은 정식 계약도 못했기 때문에 여분이 남는 국가에 사정을 해서 구해오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예방률 95% 내외의 백신 확보는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합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최종 지휘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게임 체인저로 인식하고 지난여름부터 계속 그 도입과 준비에 매진하며 공무원들을 독려했다면 지금과 같은 ‘백신 아우성’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백신 리더십’은 무능했습니다. 하지만 야당 또한 정부여당이 놓치고 있는 중대한 사안을 제1야당으로서 그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지난여름부터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과연 문 대통령의 ‘백신 리더십’을 탓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백신 도입이 여야 정쟁의 뜨거운 화두로 쟁점으로 떠오르자 청와대는 적극 대응에 나섰습니다. 강민석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면서 지난 4월부터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백신 수급 상황을 챙겼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참모회의에서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대변인의 주장대로 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강하게 백신 수급을 독려했음에도 백신 도입이 늦어졌다면 이는 공무원의 대통령 명령 불이행으로 문책 감입니다. 백신 개발 국가가 아닌 싱가포르,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도 이미 미국 화이자 백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백신개발을 독려했다고 주장하는 청와대의 반박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당초보다 늦어진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여권 내부에서는 대통령부터 나서서 꼴사나운 책임소재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백신 도입과 관련해 “우리도 늦지 않게 국민께 접종할 수 있다고 믿고, 준비도 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없는 백신 사오라고 생떼를 쓰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태연하게 달나라 이야기 하는 문 대통령도 사태파악 능력 부족인 것 같습니다. ‘백신 리더십’은 없습니다. 각자 알아서 ‘마스크 백신’이라도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