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언박싱] ‘사과’ 하나로 재신임 묻는 김종인 위원장

공수처 통과·윤석열 총장 징계 등 큰 전투 앞두고 자중지란 사과 필요하지만 ‘하필 지금’?···독단적 리더십 다시 도마에

2020-12-08     노승주 언론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폐 유산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주장하면서 당내에 때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폐 유산’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예고하면서 당내에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윤석열 싸움 후폭풍으로 지지율 추락과 함께 사과까지 해 야당의 질주에 탄력이 붙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굳이 잘 나갈 때 왜 우리 허물을 스스로 끄집어내 화를 자초하느냐”는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박근혜 탄핵’에 대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공언을 해온 터라 이번 저항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태세입니다. 공수처 통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의 굵직한 전투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번 국민의힘 ‘내분’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냉혹합니다.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하락 조짐을 보이고 대통령까지 사과한 마당이라면 야당이 그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시점에 왜 이런 ‘곁가지’를 가지고 볼썽사나운 분란을 연출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 위원장의 ‘적폐 유산’에 대한 사과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는 시기에서 볼 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당 쇄신이나 대권주자 키우기 등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이도 저도 아닌 무능 리더십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적폐 유산’ 사과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김 위원장이 ‘실기’했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임기 초반 힘이 있을 때 이런 미묘하고도 갈등 유발 요소가 큰 문제부터 처리를 했어야 합니다. 더구나 그때는 추-윤 싸움이나 원전 수사 등의 문재인 정권 취약점이 발생하지도 않을 때였습니다. 총선 직후 참패한 야당은 어떤 식으로든 패배에 대한 반성문을 썼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박근혜 탄핵’의 오랜 후유증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적폐의 청산에 우리부터 나서야 한다”는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부터 던져놓고 임기를 시작했다면 지금과 같은 내분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 ‘대표’의 임기 초반에는 일종의 허니문 시기이기 때문에 반대파들도 일단은 협조를 해주려는 정치적 관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지금 집권여당이 그로기 상태로 몰리고 있는 곳에다 기권 수건을 던지겠다고 나선 김 위원장을 고깝게 볼 리가 없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부터 당 ‘대표’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주 대표는 김 위원장의 ‘사과 예고’에 대해 “오자마자 했어야 했다” “선거를 앞두고 나쁜 낙인 효과를 스스로 찍을 이유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적과의 전투를 앞두고 당 서열 1, 2위 간의 볼썽사나운 적전분열입니다. 당직을 맡은 배현진 원내대변인도 “문재인 정권 탄생부터 사과해야 맞다”고 맞섰습니다. 장제원 의원은 “정치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며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사과는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5선의 서병수 의원은 “‘탄핵의 강’은 언젠가는 넘어가야 할 숙명이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과만이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아니다. 지금은 (사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과’ 카드를 꺼내든 김 위원장은 “시기상으로 봐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라며 의원들의 이해를 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줄곧 사과를 예고해왔으나 당내 반발로 계속 지연돼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후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특유의 오기로 “사과를 못하게 하면 내가 왜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당 일각이지만 중진부터 초선까지 반발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에 가해진 정치적 타격은 적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은 7일 “이런 것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 아니냐”며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런 것도 못할 바에는 그만두겠다’며 특유의 배수진 전략을 또 선보이고 있습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를 두고 국민의힘과 갈등을 벌일 때도 ‘임기 보장을 해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며 배수진을 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하도 ‘그만두겠다’는 말을 많이 한 탓인지 이번에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배현진 대변인이 김 위원장의 ‘으름장’에 대해 “배수진이라고 할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고 비꼬았습니다. 배 대변인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김 위원장이 착각하고 계시. 위원장은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 하시는데 그것은 어른의 자세가 아니다. 그저 ‘난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무책임한 뜨내기 변으로 들려 무수한 비아냥을 불러올 뿐”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영입했던 ‘초선’ 배 대변인의 결기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사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승패를 가를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서도 대국민 사과는 필요하다는 보수층 일각의 의견도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의 과오로 수감된 상황에 대한 사과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치열하게 투쟁하고 미래의 수권 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본적 조치”라는 인식에 근거합니다. 하지만 왜 하필 집권여당이 궁지로 몰릴 때 이런 자충수를 던져 분란을 자초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실익이 없는 공허한 명분싸움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번 분란을 보면서 조선시대의 백해무익했던 ‘예송논쟁’이 떠오릅니다. 예송논쟁은 현종 때 인조의 계비인 조대비의 상례(喪禮) 문제를 둘러싸고 남인과 서인이 두 차례에 걸쳐 대립한 사건을 말합니다. 1차 예송은 1659년(효종 10) 효종이 죽자 효종의 어머니 조대비의 복상을 서인의 뜻에 따라 기년(朞年, 만 1년)으로 정했는데, 이에 대해 남인의 허목 윤휴 등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이들은 효종은 왕위를 계승했기 때문에 장자나 다름없으므로 3년(만 2년)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는데 비해, 송시열 등 서인은 효종은 인조의 둘째왕자이므로 장자의 예로 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결국 서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2차 예송은 74년(현종 15) 효종의 비가 죽자, 다시 조대비의 복상을 몇 년으로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일어났습니다. 당시 집권층인 남인은 기년으로 정했는데, 이에 대해 서인은 대공(大功, 9개월)설을 주장했으나 남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러한 논쟁은 단순히 복상 문제를 둘러싼 당파의 분란과 갈등이 아니었습니다. 복상의 명분 속에는 왕권에 대한 남인과 서인의 뚜렷한 정치적 입장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당내의 권력지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즉 효종이 둘째 아들이라서 장자의 예를 따를 수 없다는 서인의 견해는 왕권도 일반사대부와 동등하게 취급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신권의 강화를 꾀하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비록 둘째 아들이지만 왕은 장자의 예를 따라야 한다는 남인의 견해는 왕권을 일반사대부의 예와 달리 취급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왕권강화를 통해 신권의 약화를 꾀하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는 곧 정치 쇄신을 할 때 대지주인 양반지배층 중심의 개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지주층의 이익을 다소 누르면서 소농 중심의 개혁을 할 것인가의 사회개혁론과 맞물린 것이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 사과 문제를 꺼낸 것은 그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의 '2기 비대위' 발언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응전이라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에 대한 사과 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내 권력기반이 약한 김종인 위원장 입장에서는 ‘선 사과 후 쇄신’의 로드맵을 의원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과문제의 관철과 당의 ‘추인’은 단순한 사과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를 통해 자신의 허물어지고 있는 리더십과 당내 화력을 ‘김종인 중심’으로 재 정렬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현재 당내에서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사과 논쟁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복원하고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원들의 반발 강도와 그 속에 숨은 ‘비아냥’은 김 위원장의 권위가 이미 땅에 떨어져 있음을 방증합니다. ‘반 김종인’ 세력 입장에서는 적폐 유산의 사과 그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이야기합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친정체제 구축 시도에 대해 반기를 들고 어떻게든 그를 흔들어 향후 대권구도를 새롭게 세팅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최근 보수층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 2기’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김 위원장에게 킹메이커 역할을 기대하는 가운데 마땅한 대선주자를 띄우지 못하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치다가 막판에 내쳐진 악연이 있습니다. 그의 이력만 놓고 볼 때 과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직함에 어울릴 만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마땅한 당의 얼굴을 찾지 못한 국민의힘이 다분히 시간벌기용으로 내놓은 이미지 쇄신용 사례가 바로 김종인 위원장 영입인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 사과 문제를 꺼낸 것은 그의 마지막 승부수로 보입니다. 이는 지난달 26일 유승민 전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리더십 자체를 흔들 형편은 아니고 사람을 전부든 일부든 바꿔서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던 이후 나온 김 위원장의 ‘응전’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유 전 의원 인터뷰 이후 한 보수층 일각에서는 “최근 김 위원장에게 여러 경로로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비대위를 개편하자’는 건의가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비대위를 15명까지 둘 수 있는데 현재 9명인  만큼 중진의원을 추가하자는 제안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참여시키자는 제안 등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뒤 비대위회의 이후 기자들과 대화에서 2기 비대위 관련 질문이 나왔고 김종인 위원장은 “제가 필요할 때 하는 것이지 밖에서 이런 저런 얘기한다고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보수언론도 “선거를 치르려면 이대론 안 된다. 비대위 전원을 교체하든지 일부를 교체하든지, 확대 재편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흔들기가 본격화되던 시점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공천권 없는 원외인사로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한계가 왔다는 의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초반 초선의원들에게 기대와 신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뚜렷한 정치적 실적이 거의 전무해지면서 영남권 중진들에게 각종 개혁정책이 밀리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으로선 ‘사과 논쟁’으로 사실상 자신의 재신임을 당내에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김 위원장은 “이번에는 반드시 계획대로 사과할 것이고 그게 안 된다면 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할 이유가 없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비대위원은 “당의 변화를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예고대로 사과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입장에 동조를 하기도 합니다. 김 위원장과 사과 동조파들은 1년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는 입장입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당이 만든 총선 백서에 참패 원인으로 ‘탄핵 사태에 대한 당 차원의 반성이 없었다’고 명시된 점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정양석 사무총장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에 몰린 당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그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의 재임시 민감한 사과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영남과 전 정권 관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과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김 위원장 혼자 독단적인 결정으로 당을 이끌 순 없다”면서 “현 정권의 잘못과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과거를 들먹여서 좋을 게 뭐가 있느냐”고 주장합니다. 잠시 사과 문제를 유보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간 여러 차례 김 위원장에게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우리 당에 대해 낙인찍을 빌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도 있으니 고민해달라”고 말해왔습니다. 7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도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지금 사과하는 건 공수처법 처리와 보궐 선거 시기를 감안할 때 당내 단합에 장애로 작용하고 잃을 것이 더 많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내 일부 비대위원과 비례대표 의원 사이에서도 “추미애·윤석열 정국이 워낙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어서 섣부르게 사과를 해도 뉴스가 묻힐까 걱정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1~2주만 미루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사과 시기를) 더 늦추면 진정성이 희석된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사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 일부의 불만과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만성적인 리더십 부재 논란에 휩싸여 왔습니다. 김 위원장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공정경제 3법’에 찬성 의사를 밝혔을 때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무슨 말만 하면 사사건건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의원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당 ‘대표’에 대한 불신 경향은 ‘김종인’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김종인 위원장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를 모셔온 의원들의 무책임한 방기와 비협조도 비판받아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개헌저지선을 겨우 지킨 103석으로 궤멸적 패배를 당했습니다. 이에 큰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이 김 위원장을 삼고초려해 모셔왔지만 정작 모셔온 뒤 그에 대해 협조를 잘 해주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온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미래’를 위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취지에 공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수순은 틀렸습니다. 자신의 힘이 강력한 임기 초반에 이런 복잡다단한 문제부터 일도양단으로 처리를 했어야 합니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룬 것을 의원들의 ‘저항’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자세입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독단적인 리더십이 또 문제가 됐습니다. 의원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피나는 노력과 진정성 없이 ‘이게 옳으니 따라와’만 외치면 누가 그 결정을 따르겠습니까. 예송논쟁에서 임금의 복상 문제가 논쟁의 핵심이 아니었듯이 이번 사과논쟁도 사과가 핵심이 아닙니다. 이 속에는 김종인이라는 제1야당 수장의 리더십과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이제 이 백해무익한 사과논쟁도 끝낼 때가 되었습니다. ‘사과’ 하나로 자신의 재신임을 묻고 있는 김 위원장의 벼랑끝 전술은 힘없는 국민의힘이 아닌 174석의 무소불위 민주당을 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