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언박싱] 김종인 위원장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국민의힘 접수 6개월, ‘당 혁신’과 ‘야권 대권주자 만들기’ 모두 신통찮아 권위적 리더십으론 한계‧‧‧공감형 리더십으로 미래에 싹틀 ‘모종’ 심어야
최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의 대권 주자군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야권에 이렇다 할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렇다고 본인이 직접 대권주자들을 발굴해 내세운 것도 아닙니다. 김 위원장은 야권의 대권주자 구도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으로 몰아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야권 대권주자 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론이 자신에게로 쏠리는 듯하자 김 위원장은 “우리 당내에서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느 정도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지금 세 사람밖에 없다.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이라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는 김종인 위원장 입에서 나온 첫 번째 야권 대권주자 후보군입니다. 야권의 대선주자는 이들 중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론조사 판을 휘젓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유령 지지율에 불과합니다. 현재 보수층에서는 ‘도대체 야권의 대권주자가 어떻게 형성돼 가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습니다. 당은 당대로 자리를 못 잡고, 대권주자군 형성도 윤석열 아우라에 가려져 올 초보다 여타 후보군들의 위상이 오히려 더 퇴보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의 리더십 부재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중간평가’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는 지난 5월 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접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임기를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해달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은 마뜩찮았습니다. “‘저쪽의 대표’를 꼭 모셔 와야 하느냐”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습니다. 참여한 선거에서 이기기도 했으니 그 ‘승률’에 기대를 걸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6개월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야당의 사령탑이 된 김종인 위원장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지 한번 짚어보시기 바랍니다.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의 미션을 굳이 간추려 보자면 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과 차기 대권주자 만들기 정도일 것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하며 당 혁신을 김종인 위원장과 함께 주도했던 박형준 전 의원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당 혁신과 관련해 “지금 혁신안은 사실 당시(총선)에 만들어놓은 것들이 많다. 통합하면서 혁신안을 다 제출을 해놨는데 그 혁신안들이 그 뒤에 충분히 지금 관철이 되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가치나 노선, 정책, 이런 부분도 있지만 체질과 문화의 혁신, 그리고 이 세대의 혁신,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체질과 문화, 특히 청년 정치 생태계를 저희가 독자적으로 구축을 해서 그야말로 세대교체를 이루는 발판을 제대로 만들자는 혁신안이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 제대로 이행 안 되고 있는 게 좀 아쉽다”라고 말했습니다. 박형준 전 의원의 평가는 새겨볼 만합니다. 당의 이해관계와 무관한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6개월 전에 김종인 위원장이 중심이 돼 만든 당 혁신안이 거의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원은 야당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혁신이라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강력한 대권주자가 추진해도 당 고유의 체질과 정체성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임시직’이 와서 당 혁신을 추진하려고 하니 더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보장된 임기 위에서 추진력을 발휘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성적은 신통치 않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뭔가 화두를 던지고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그런 생각에 동의하고 따라가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습니다.
박형준 전 의원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이에 대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또 그런 데 필요한 어젠다와 이슈를 적절하게 제기를 하고, 그 어젠다와 이슈가 던져졌으면 의원들과 지도부가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니고, 그게 조금 더 논의를 해야 한다. 당내에서 민주적 토론을 더 활성화해서 좀 집요하게 야당이 제기하는 이슈를 가져가야 되는데, 예를 들어서 노동 개혁 같은 거, 적절하게 문제 제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노력들이 거의 없으니까 울림이 굉장히 적은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전향적인 자세로 진보진영의 정체성까지 아우르며 중도지지층 확장을 위해 화두를 던졌지만 의원들이 이에 호응해주지 않는다는 진단입니다. 왜 그럴까요? 김 위원장의 리더십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당이 체계적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공감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103석의 역대 최약체 야당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화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혁신은 의원들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타오르다 마는 장작이 되고 있습니다.
당 혁신이 낙제점이라고 본다면 대권주자 만들기는 어떨까요? 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일단 박형준 전 의원의 진단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얘기하면 그동안 사람 키우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답합니다. 박 전 의원은 이어 “못 키운 것이기도 하고 스스로 못 크기도 한 것이다. 이 정치라는 것은 정책이나 노선도 중요하지만 결국 상징의 게임이기 때문에 그 상징은 결국 인물을 통해서 표출이 되는 것이다. 그 인물이 바로 정치적인 지도자, 또는 은유적으로 얘기하면 여왕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정치적 여왕벌이 지금 단절돼 있는 상태다. 이러다 보니까 지금 정권 교체를 바라거나 정권 견제를 바라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누군가 그걸 대변해 주는 사람을 찾게 돼 있는데, 그 여왕벌을 찾게 돼 있는데 마침 거기에 이제 윤석열 총장이 등장을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당내 잠재적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은 정체를 보이고 거기에 잠재적으로 지지를 해 주고자 열망을 가진 분들의 지지는 윤석열 총장으로 몰려가는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지금 야권은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대권주자의 부상을 열망하고 있는데 그런 ‘여왕벌’이 제때 나타나주지 않으니 윤석열이라는 ‘짝퉁 주자’에게 관심이 확 쏠리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반 문재인 세력, 또는 중도층의 보수 대권주자에 대한 열망을 현재의 야당 대표 리더십이 제대로 견인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야심차게 당 혁신작업을 진두지휘하려고 했지만 의원들의 ‘뚱’한 반응에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무슨 혁신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반응이 신통치 않습니다. 또 다른 미션인 대권주자 키우기는 평가가 더 좋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자신을 희생해서 조직의 한 가운데 몸을 던지는 공감형 리더십이 아닙니다. 자신의 스펙을 앞세워서 조직의 맨 앞에 나가 그냥 따라오라고만 외치는 권위적인 리더십입니다.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실력이 없는’ 무능한 사람으로 여깁니다. 그들의 ‘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비례대표 5선을 했는데 왜 저렇게 못할까, 답답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자신의 관록을 앞세워 훈장님처럼 훈계만 합니다. 마치 남의 일처럼 태연하게 집안의 썩어가는 대들보를 타박합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대권주자 키우기입니다. 야권이 김종인 위원장을 온갖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모셔온 뜻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만신창이가 된 야당을 좀 일으켜 세워주고 무엇보다 대권주자를 제대로 키워서 정권창출의 키플레이어가 돼 달라는 열망이 숨어 있었을 것입니다. 과연 김 위원장은 그런 야권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 위원장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정치인입니다. 사람을 보는 눈도 높고 까탈스럽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웬만한 인물이 야권의 대권주자로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여기에는 ‘왕자병’도 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야권의 기존 후보군들이 영 마뜩찮게 보이는 것은, 본인이 가장 적합한 대권주자라는 망상에 빠져 팩트를 보는 눈이 좀 흐려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차하면 본인이 그 꽃가마를 탈 준비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권병’에 빠져있으니 야권의 기존 후보들도 전부 그렇고 그런 인물들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최근 김 위원장은 당내의 대권주자 후보군을 처음 언급했습니다. 당 안팎에서 김 위원장이 자당 대권주자들의 평가에 인색하고 오히려 폄훼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검증이 끝나 시효가 지났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가는 곳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우리 당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도대체 김 위원장은 어디 소속 당 대표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유력한 후보가 없다는데 국민 누가 우리 당에 관심을 갖겠는가. 정부 실정에 대한 반사이득도 오지 않는다”라고 일갈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런 비판을 더 이상 감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이 직접 서울‧부산시장 후보나 대권주자들을 발굴해보려 한 것이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 합류 초반에 대권주자 기준에 대해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가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야권 대권후보 1위로 떠오른 홍준표(1954년생) 의원, 유승민(1958년생) 전 의원 등 1950년대생은 물론이고 원희룡 제주지사(1963년생)도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가 당 안팎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김 위원장의 70년대생 대권주자 이야기는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대권주자 키우기 로드맵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애초에 자신이 생각했던 인물의 기준을 가지고 당에 자세히 설명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주자들을 한두 명씩 띄워서 경쟁을 유도했다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손에 든 성적표는 엉뚱한 윤석열 급부상입니다. 이마저도 그는 ‘우리당 사람이 아니다’며 내치고 있습니다. 무조건 뺄셈부터 하고 보니, 지금 김 위원장의 손바닥에는 그 누구의 대권주자 이름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김 위원장이 대권주자를 만들 의중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냐는 반응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6개월을 허송세월한 것입니다. 내년 보궐선거 후보군도 제대로 키우지 못해 죽 쒀서 민주당 주는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김 위원장은 마지못해 3명의 ‘우리 후보’를 슬며시 꺼내놓았습니다.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입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비토’했던 유승민 전 의원의 주택문제 토론회에 참석하며 ‘있는 사람’ 키우기에 먼저 나섰습니다. 아니면 키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으로 내몰려서일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내에 있는 사람으로서 대선을 준비하는 개소식을 처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시작을 축하하러 간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원희룡 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사를 한다면 다 가서 축하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앞으로 당내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보수 대권후보 경쟁의 판 깔기에 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현재는 유승민 전 의원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그는 한 언론에 “마지막 도전이다. 모든 것을 걸 거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간다. 대선은 자신과의 싸움이다”며 한판 붙어보자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원희룡 지사도 지난 19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도정질문에서 “요즘 생각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 않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현길호 의원(제주시 조천읍·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우선 제가 속해 있는 야당(국민의힘) 전체가 국민들의 기대와 주목을 아직은 받지 못하고 있다"며 "또 그 안에서 본격적인 주자들의 경쟁 흐름이 형성돼 있지도 않다. 이 두 가지는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몰라볼 정도로 바뀔 수 있는 영역이다. 어차피 경선을 통해 야당의 대표 (대선) 주자로 선출되는 순간 누가 되든 (민주당과) 4 대 5, 내지는 4 대 6 정도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구체적인 대권도전의 의중을 드러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도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농부가 1년 뒤에 큰 수확을 하는데, 겨울에 배가 조금 고프다고 해서 종자 씨를 먹어버리면 1년 농사를 어떻게 짓겠느냐”며 대권 도전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쳤습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언급한 국민의힘 ‘내부’ 대권주자들의 결의는 대단합니다. 의욕도 충만합니다. 이들의 경쟁력도 다시금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후보가 대통령이 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국회에서든 지방자치단체에서든 ‘정치’의 영역에서 이리 저리 부대껴 본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김 위원장이 찾고 있는 인물이 위에 언급한 세 사람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정치현장에 발을 디디고 그곳에서 좌절과 부침을 경험한 인물이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30~40대의 젊은 인물들도 새로 발굴해 기존 주자들과 경쟁을 시켜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대선의 결과에만 목을 맨다면 이런 시도는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20년 장기집권을 꿈꾸는 민주당입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내년 보궐선거도 버거운 상태입니다. 대선 승리의 미련을 접고 미래에 싹틀 모종을 지금 심어야 합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씨앗을 준비해 지명(地命)이 다해가는 보수의 대지 위에 골고루 뿌려주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