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언박싱] 표 욕심에 누더기가 돼 가는 동남권 신공항 사업

2006년 노 정부 대형 국책사업으로 추진 이래 ‘백지화’와 ‘입지 검증 작업’만 반복 여권 불복으로 다시 정치적 격랑 속으로···유권자 깨어 있어야 번복·예산낭비 막아 

2020-11-18     노승주 언론인
김해신공항 추진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정치권이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 /연합뉴스

 

정부의 동남권신공항 사업이 누더기가 되고 있습니다. 국토의 균형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허브공항은 국가의 중대한 국책사업으로 백년지대계로 건설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하지만 정권을 거치며 이리저리 뜯어고쳐진 신공항 건설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을 기뻐하는 사람은 ‘확인되지 않는’ 부산시민과 민주당뿐입니다. 부산이 표밭인 국민의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과 변칙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김해신공항 계획이 무산되면서 아직 어디에 지을지 결정되지도 않았지만, 민주당은 ‘가덕신공항특별법’을 발의해 가덕도안이 확정된 것처럼 밀어붙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당의 ‘정략적 번복’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내년 보궐선거 표가 걸린 단판승부에서 민주당은 판쓸이를 하기 위해 거액의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건설할 것이라면 돈 좀 더 들여서 짓고 표도 모으고 좋은 게 좋은 것이다’는 이야기입니다. 신공항 건설사업은 더 이상 꿰맬 곳이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입니다. 이 논란에서 한국 정치에 만연돼 있는 불복의 고질병이 또 다시 떠오릅니다. 

지난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김해신공항 계획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재검토를 정부에 주문했습니다. 이로써 10년 넘는 논란 끝에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으로 결정된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4년 만에 또 다시 재논의 절차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정부가 2016년 6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아닌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결정이 사실상 백지화됐습니다. 또 동남권 신공항이 대두되기 시작한 지 14년 만에, 다시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이 가덕도안은 2차례나 유력한 후보지역에서 탈락했으나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부활하는 ‘신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역대 대통령들의 인프라정책 ‘노리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골 소재였습니다. 이 문제는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2003년 1월,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남부권 항공수요 증가에 대처하고 국토균형 발전을 위해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 뒤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현 광주광역시장)에게 신공항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 추진이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국토연구원은 2007년 11월, 김해공항 활주로가 2025년 포화 상태가 돼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 때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남부권’이 아닌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게 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후 국토연구원은 2차 용역을 실시했습니다. 영남권 지자체가 추천한 35개 후보지를 검토해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압축한 뒤 타당성 조사를 벌였지만, 두 곳 모두 비용대피 편익 비율(B/C)이 밀양 0.73, 가덕도 0.7로 나와 두 곳 모두 타당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4월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동남권에 대규모 공항을 건설해봤자 투자 대비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항공수요가 이어질지도 미지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낸 ‘남부권’ 공항을 영남권 신공항으로 발전시켜 추진하려고 했지만 결국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정치적으로 욱여넣어도 될 수 있었지만 역시 경제적 타당성이 수준이하로 드러나 어쩔 수 없이 ‘사업포기’를 선언한 것입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보란 듯이 파기했다며 큰 비판을 받았지만, “국책사업에서 정치논리는 배제해야 한다”며 경제가치의 우선순위를 내세웠습니다. 당시 야당에서는 “대선공약을 경제논리로만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분별없는 정치력”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죽었던 카드가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11월 30일 부산 유세에서 “부산 가덕도가 최고의 입지라면 당연히 가덕도로 할 것이다. 부산시민 여러분이 바라는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야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도 “확장 가능성 면에서 부산 가덕도가 적절한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논리로 백지화시킨 것을 정치논리로 부활시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왜 영남권에 대규모 공항을 지어야 하느냐는 논의는 쏙 빠지게 됩니다. 정작 이명박 정부는 ‘필요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는 오로지 ‘어디에’ 지을 것인지의 문제만 부각시켰습니다. 마치 대규모 공항 건설이 당연하다는 인식 위에서 후보지역에 대한 논란만 들끓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타당성 조사’가 묵살되고 정치적으로 부활하며 지금의 논란을 잉태했던 시기입니다. 

빅근혜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하면서 객관성 담보를 위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연구 용역을 맡겼다. 그 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이 최적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문 정부에 의해 사실상 백지화됐다. 17일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 항공기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국토교통부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6월 객관성 담보를 위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연구 용역을 맡겼습니다. ADPi는 2016년 6월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놓는 ‘김해신공항안’을 확정했습니다. 국토부는 2021년 김해신공항을 착공하고, 2026년에 문을 열 계획이었습니다.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사업 타당성 연구 용역의 책임자로 김해공항 확장안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던 공항 설계 전문가 장 마리 슈발리에씨(75)는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슈발리에 씨는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 완공(2026년) 이후 30년 뒤인 2056년 기준 여객 수요와 관련해 “변화를 수용하기에 입지가 제한적”이라며 김해신공항을 부정적으로 본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을 했습니다. 그는 “어떤 공항이든 30년 후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건 똑같다.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나면 연간 이용객을 4000만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추가 확장이 필요하더라도 김해신공항이 가덕도 공항을 늘리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더 쉽다. 미래 수요가 걱정되면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바꿔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김해신공항 확장 공사에 착수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만약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한다면 바다 위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 시 위험이 가중된다는 문제부터 부각될 것이다. (건설비용도)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려면 전체의 80%를 인공 매립해야 한다. 주변 바다 수심이 깊은 데다 가파른 산을 깎아야 하기 때문에 (같은 해수면 매립 방식인) 홍콩 첵랍콕공항을 건설했을 때보다 어려운 공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4년 전 김해공항 확장에 4조 3000억원, 가덕도 공항을 짓는 데 10조 2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슈발리에 씨가 “4년 전 다른 요소는 일절 배제한 채 수많은 답사를 거쳐 기술적 차원의 객관성만 따져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한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최대한 객관적 검증을 했던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김해신공항은 내년에 공사에 착공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동남권 신공항’은 또 다시 ‘공약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됩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11일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첫 번째 공약으로 ‘동남권 관문공항과 공항복합도시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동남권 관문공항과 강서구 김해 일원까지 아우르는 공항복합도시를 조성하여 동남해안권 중심도시로 키워가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도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했고,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부산에서 5석을 준다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이후 2017년 대선에서도 또 다시 동남권 공항 건설을 내걸며 지역공약에 ‘올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김해신공항 건설안은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정책 연속성의 동력이 꺼져버린 것입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무시하고 뒤집는 못된 관행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의 결정이 박근혜 정부 들어 뒤집어졌듯, 이 사안은 문재인 정부 들어 또 다시 뒤집어졌습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말입니다.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수와 오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군끼리의 충돌’까지 노정하며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실에서 막 회의를 마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누군가와 통화하며 이렇게 말하는 모습이 기자들한테 포착됐습니다. 

“국토부 2차관 빨리 들어오라고 해.”

국토교통부는 차관이 2명인데 이 가운데 손명수 2차관이 항공, 공항 등 교통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복도에서 이동하던 중 혼잣말로 ‘항명이야, 항명’이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김 원내대표가 국토부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발단은 국토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용역비 20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용역비 20억원을 예산에 집어넣은 것은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기 위한 일종의 ‘종잣돈’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 공무원들이 이를 ‘무시’하자 김 원내대표가 극도로 흥분해 국토부 2차관을 호출한 것입니다. 민주당이 이런 뒤집기 절차들을 얼마나 고압적으로 추진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이뿐이 아닙니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조차도 ‘이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저항을 한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가덕도 재추진 관련 용역비 20억원 삭감에 항의하자 같은 편인 김현미 장관은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국토부로서는 따르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면서 “국회가 절차를 만들어서 국토부에 건너뛰도록 결정하면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절차도 없이 국토부에 ‘그냥 이렇게 해’라고 하면 저야 정치인 출신이니 ‘그러겠다’고 하겠지만, 공무원들은 못 한다”고 응수했다고 합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 몇몇 관계자들에게 의해 무리하게 추진된 것이 바로 이 가덕도 안입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목전에 둔 민주당 지도부의 급조 아이템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10조원이 왔다 갔다 하는 대형 국책사업이 같은 당 소속의 국토부장관과의 최소한 의견조율도 이뤄지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입니다. 
 

김해신공항 추진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가덕도가 유력한 신공항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 항공기 모형이 설치 돼 있다. /연합뉴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이래 ‘백지화’와 ‘입지 검증 작업’만 반복하며 겉돌고 있습니다. 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만 보더라도 김대중 정부 때 김포공항 확장안 검토를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때 두 번, 이명박 정부 때 두 번, 박근혜 정부 때 한 번 등 총 여섯 차례 진행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김해신공항 검증위까지 포함하면 총 일곱 차례입니다. 이 모든 ‘도돌이표 논란’은 정치인들의 표 욕심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여권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정책을 급선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안중에도 없습니다. 당장 부산 민심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18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11월 2주차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PK에서 민주당은 32%의 지지를 받아 국민의힘 22%를 크게 앞섰습니다. 줄곧 국민의힘이 여당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던  PK 민심의 반전 배경은 부울경 지역 숙원이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민주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기 때문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 민심도 여론조사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김해와 가덕도의 부산벨트 유사성과 접근성 효율성 등을 따질 때 굳이 가덕도일 필요가 있느냐는 부산 민심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인천의 경쟁력마저 약화시킬 수 있는 동남권 허브공항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어리숙한 야당은 이번에도 ‘똥볼’을 찰 기세입니다. 일사불란한 여당과는 대조적으로 국민의힘은 일정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습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이 공식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시장 성범죄 보궐선거’를 앞둔 표변”이라고 비판했지만 속내는 다릅니다. 당내 PK와 TK 의원들 움직임이 판이하고, 지도부 내에서도 메시지가 엇갈립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는 건 유감”이라면서도 “일단 결정이 되면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거다. 그렇게 치면 부울경 지역 가덕도 공항에 대해 (당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김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는 PK 숙원인 가덕 신공항에 어깃장을 놓았다가는 얼마 안 남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보궐선거에 승리해 목숨을 연장해야 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가덕도안의 효율성을 따져볼 여유가 없습니다. 오로지 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정치생명도 연장되기 때문입니다. 무소신 오락가락 리더십의 전형입니다. 

사실 국민의힘으로서는 전임 박근혜 대통령이 TK 여론을 의식해 2016년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한 만큼 보수 텃밭 지지층의 반발을 외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정치적 유·불리나 표 계산으로 따지지 말고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집권여당의 실정과 정책의 실책을 따지고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부산시장을 잃더라도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정치의 악습을 끊겠다’고 선언한다면 어떨까요. 자기희생과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책임있는 야당의 자세를 보여주게 된다면 그 자체로 집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대선에서의 전국적인 동력 확보도 되는 것입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여권의 불복으로 또 다시 정치적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정치인들 말장난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부산 민심은 솔깃하겠지만, 금세 단맛이 빠지는 풍선껌의 유혹을 끊어내야 합니다. 정치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다시는 이런 해괴한 번복과 예산낭비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불복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반발과 김태년 원내대표의 오만이 버무려진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예정된 시간에 착륙을 하지 못하고 하릴없이 떠돌고 있습니다. 표 욕심에 ‘외딴섬’으로 ‘급변침’했다가 사업 자체가 좌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덧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