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온 편지-11] 최대 명절 더딘쪼, 양곤 골프 시즌이 시작되다
우리 명절 같은 더딘쪼 축제 어른들 찾아 인사하고 덕담·세뱃돈도 받아 시내 골프장 8곳 대부분 공항 근처 한인타운에서 10~20분 거리에 산재 펀라잉·양곤 제외하곤 대부분 50달러에 O.K···3대째 캐디 가문 적지않아
11월이 시작됩니다. 미얀마는 지금 더딘쪼(Thadingyut Full Moon Day) 기간입니다.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최대 명절입니다. 이 시기는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고, 우기가 끝납니다. 건기가 시작되는 11월 초부터 3월 초까지는 미얀마 골프 성수기입니다. 이 무렵 많은 한국인들이 양곤을 찾곤 했습니다. 지금은 교민들만 연휴를 맞아 간간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미얀마 국민들도 더딘쪼 축제를 간소하게 맞는 중입니다.
이 기간에는 오랜 관습대로 낮에는 어른들을 찾아갑니다. 부모님, 친척어른, 선생님, 큰스님 등. 선물을 사들고 가 합장하고 절을 합니다. 존경을 표하는 예의이지만 한해 동안 잘못한 게 있다면 용서를 구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덕담도 해주고 세뱃돈도 줍니다. 밤에는 집안과 거리에 촛불과 등을 한가득 켜놓고 지냅니다. 불의 축제입니다. 불은 불순물을 태워버립니다. 마음속 더러운 것들을 태우고, 촛불을 밝히며 그 무엇을 기다리는 예식입니다.
미얀마에도 골프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 직전에는 주변나라 중 태국 치앙라이, 말레이시아 페낭, 인도네시아 반탐 등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었지요. 여긴 좀 먼 나라라 미얀마 매니아들은 따로 있습니다. 양곤에는 시내에 8곳의 골프클럽이 있습니다. PGA 등 국제대회가 열리는 펀라잉(Pun Hlaing) 골프클럽부터 작년 1월 오픈한 현대적 분위기의 다곤(Dagon) 클럽까지. 이중 양곤(Yangon) 골프클럽은 1909년 오픈했습니다. 111년의 긴 역사를 간직했기에 이야기가 많습니다. 각각의 골프장은 특징도 다르고, 요금도 다르지만 몇가지 공통점도 있습니다.
우선 공항 근처 한인타운이 있는 9마일 삼거리에서 10분~20분 정도 거리에 대부분 있기에 교통이 편합니다. 그 삼거리에 한국계 호텔과 레스토랑이 몰려있습니다. 호텔비는 보통 트윈 45불입니다. 그리고 펀라잉과 양곤 골프장만 제외하고 보통 50달러선의 저렴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린피, 캐디피, 트롤리 모두입니다. 캐디팁 10불 정도는 별도입니다. 가장 좋은 클럽으로 꼽히는 펀라잉은 평일 100불, 주말 120불선입니다. 역사가 깊은 양곤클럽은 평일 80불, 주말 100불선입니다.
이중 YCDC가 운영하는 시티 클럽은 36홀이고, 한타와디(Hanthawaddy) 클럽은 한국계가 운영합니다. 그외 밍글라돈 클럽, 오칼라 클럽이 시내 주변에 있고, 미얀마 클럽은 9마일 오션 마켓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영국 식민시절에 세워진 양곤 클럽은 몇년 전부터 토종잔디에서 양잔디로 단장해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 탓인지 좀 높은 포대그린이 많이 보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1909년부터 역대 운영자 캡틴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모두 영국인이고 1954년부터 미얀마인 이름이 보입니다. 1943년부터 1946년까지는 공백입니다. 이때는 제2차대전 전쟁 시기이고 일본의 지배를 받던 때였습니다. 골프를 사랑하던 영국인들의 자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얀마에는 다른 나라에서 보지 못하는 몇가지 골프 풍경과 관습이 있어 미소를 짓게 합니다. 평일날 양곤 외곽 골프장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그래서 8명 동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4명 2팀. 플레이어 한사람당 우산 캐디, 백 캐디까지 3명, 모두 24명이 한 홀씩 옮겨다니며 경기를 합니다. 볼 캐디 2명이 먼저 나가 공 위치를 파악하고 러프, 오비를 불러줍니다. 바글바글 사람이 많아 누가 뭘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체로 오면 권장해보고 싶은 재미있는 경기입니다. 미얀마 거리에는 개가 많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같이 살아갑니다. 골프장 주변에도 개들이 있어 구경하러 옵니다. 물론 펀라잉과 다곤 등은 통제를 하지만 보통은 그냥 내버려둡니다. 시티 클럽을 다니는 한 사람은 친한 개가 있습니다. 드라이버 때 뒤에 있다가 세컨샷 하러 가면 따라붙습니다. 그린 옆에서 퍼팅하는 거 보고 응원을 합니다. 그래도 9홀 이상은 안간다고 합니다.
미얀마 클럽에는 3대째 캐디를 하는 가문들이 좀 있습니다. 모녀 캐디, 부부 캐디는 아주 많습니다. 천직으로 생각합니다. 영국인들이 남긴 전통 때문인지도 모르고, 돈벌이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 클럽에서 일하는 남자캐디들 중에는 싱글 치는 청년들도 있어 처음 시작하는 어른들에게 개인레슨도 합니다. 실제로 미얀마 프로골퍼들 중에는 캐디 출신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클럽에서 태어나 골프장을 놀이터로 삼아 자랍니다. 15세가 넘으면 비기너들 공 찾아주는 일을 하다 본격적으로 캐디 일을 배웁니다. 텅 빈 저녁에는 형들이 골프도 가르쳐줍니다. 나중 클럽에서 만난 캐디와 결혼도 하고. 그래서 대대로 캐디 가문이 됩니다.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남편, 딸 등 전가족이 이 직업에 종사합니다. 영국의 집사가문처럼. 클럽 인근 마을에선 캐디가 부족한 날이면 할머니, 어머니도 달려나갑니다. 가방만 들 수 있으면.
우리의 추석 대신 미얀마 더딘쪼 명절을 양곤에서 보냅니다. 내일이면 끝나게 됩니다. 페이스북에는 제가 사는 마을의 청년들이 명절인사를 합니다. 사무실 바로 앞에는 미얀마 골프클럽이 있습니다. 한국의 오랜 친구가 은퇴후 미얀마로 와 1년을 살아보겠다는 연락도 있습니다. 비대면 시대의 여행, 이제는 장기로 다녀야 할 판입니다.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여행. 25년 전에 중단한 골프를 친구 때문에 다시 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클럽을 나섭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