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국감] 금융위-금감원의 동상이몽, 윤석헌 "출발부터 문제"

윤석헌 작심발언 "금감원이 금융위에 예속돼 감독 집행 한계 있어" 금감원 독립‧금융지주 회장 셀프연임 놓고 금융당국 수장 간 이견 

2020-10-23     양세정 기자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나란히 앉은 자리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업무를 독립‧중립적으로 하는 것은 존중하나, 금감원의 예산을 독립하는 것은 다른 스토리"(은성수 금융위원장)

"해외의 여러 금융감독의 독립성에 관한 문헌을 보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예산 독립" "2008년 MB정부 때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 육성과 금융 감독이라는 상치된 목적을 갖고 출발한 것부터 문제의 씨앗이 있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나란히 앉은 자리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금융위에 예속돼 감독 집행에 한계가 있다며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두 금융당국 수장은 금융지주 CEO의 연임을 놓고도 사뭇 다른 견해차를 보였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감사 자리에서 "최근 금융관련 문제들은 구조적으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금융감독원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2021년 금융위원회 설치법을 개정해서 분가를 시키는 게 어떨까"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지난 2008년 금융위에서 감독 기능을 빼고 공적 특수법인 금감원이 등장했는데,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과 인력 충원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하고 지도하면서 사실상 금감원 독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이에 "한국은행 예산도 기획재정부의 절차를 거친다"며 "금감원의 예산이나 인원은 국회가 됐든 기재부가 됐든 누가 쥐어야 하는데, 금융위가 제일 연관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화를 많이 하고 각자 존중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중립적으로 하는 것은 존중하는 것이고, 금감원의 예산을 독립하는 것은 다른 스토리"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또 "분가까지 생각할 정도로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나"며 말문을 연 윤 원장은 금감원이 금융위에 예산과 조직인원 문제로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윤 원장은 "해외 여러 금융감독의 독립성에 관한 문헌을 보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예산 독립"이라며 "(송 의원이) 지적하신 대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한국은행 예산은 기획재정부 절차를 거친다'는 은 위원장의 대해서는 "아까 한국은행 얘기가 나왔는데 금감원은 사실 한국은행보다 열위에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2008년 MB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위가 출발했는데, 금융위가 금융산업 육성과 금융 감독이라는 상치되는 목적을 갖고 출발한 데서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고 본다"며 "금융위가 가진 금융정책 권한 그 아래 금융감독 집행을 담당하는 상황인데 예산과 조직인원 문제 등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이나 집행에서도 감독 규정을 갖고 있지 못해 시장 상황을 즉시 의지대로 감독 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이런 문제가 검토됐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두 금융당국 수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서도 견해차를 보였다. 은 위원장이 사회적인 감시와 더불어 주주 및 이사회 내의 역할로 충분하다고 답했지만, 윤 원장은 지배구조법 개정안과 더불어 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등은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주회사와 자회사에 절대적 지배권을 갖고 황제 경영을 하고 있지만 정작 채용비리나 부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까지 책임을 안 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폐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며 질의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가 나가는 방향은 주주와 이사회에서 그분들(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감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적인 감시도 그 역할을 한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금융위원장 월권으로 생각해 자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윤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윤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의) 책임과 권한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며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올라갔는데, 기본적으로는 그쪽에서 문제 해결 방향이 잡히면 금감원이 발을 맞춰 쫓아가겠다"며 "지주 회장이 임추위(이사회 내 임원추천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고, 셀프 연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원장은 또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금감원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연임에 대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견을 묻자 "다소 부적절했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