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언박싱] 옵티머스의 숨은 투자자 정체를 밝혀라
투자자 명단서 진영 장관‧민주당 의원 발견‧‧‧더 많은 유력인사 있을 수도 권력은 불똥 튈라 조기 진화 안간힘‧‧‧차명인사 등 진실 규명 어려워질 듯 국민의힘 ‘권력형 비리게이트’ 규정, 특검 도입 강조하며 공세 수위 높여
5000억원의 피해액을 남긴 옵티머스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금융사기사건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권력형 게이트로 가느냐는 중대 길목에 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의 성격 규정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현 단계에서는 금융사기사건으로 보이지만 향후 진실이 더 밝혀질 경우 권력형 게이트로 발전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홍 의원은 한 언론에 “현 단계에서는 아직 금융사기 사건에 준하는데, 야권 또는 언론에서 문제 제기한 것처럼 이것이 권력형 게이트로 갈 수도 있다. 조금 더 사건의 추이를 봐야 되는 것이고, 대통령도 이야기하신 것처럼 청와대나 관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검찰도 빠른 시일 내에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연일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범죄자들의 금융사기 사건이다. 일부 언론과 국민의힘이 별 근거도 없이 금융사기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번 사건을 대하는 여당 의원들의 시각이 차이가 나는 것은 이번 사건의 성격 때문입니다. 홍익표 의원은 이에 대해 “이 금융 문제와 관련해서 부당한 개입을 했거나 정치적으로 어떤 압력을 행사했다고 하는 경우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미국도 시장 질서를 왜곡하거나 시장 질서에 부당하게 개입해서 피해를 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한국) 사법부에서도 이 문제를 좀 더 엄격하게 다뤄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 시장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옵티머스 사건과 같은 사기행각은 투자질서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천문학적인 피해액을 국민들에게 안겨준다는 점에서 여권 일각에서도 이를 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번 사안이 5000억원이라는 거액의 피해액 때문에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보다는 권력형 게이트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 주변 핵심측근이나 친인척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는 주로 뇌물을 받거나 이권에 개입하는 것이었습니다. 김대중 정권 시절 차남 홍업 씨가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돈을 그냥 받아 챙긴 유형이 바로 재벌 ‘삥뜯기’입니다. 이것이 초보적인 형태의 권력형 비리입니다. 그 뒤 권력형 비리는 좀 더 진화하게 됩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형 이상득 의원이 최측근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앞세워 해외자원개발 등의 각종 이권에 개입해 거액을 챙긴 유형입니다. 이것이 이권 개입형 권력 비리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초보적이고 직접적인 권력형 비리는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권력의 자체정화 눈높이가 강화된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대놓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를 수 없을 정도로 사회 감시망이 촘촘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니 권력형 비리는 좀 더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 허인회 전 의원(2020년 8월 특정 업체 납품 청탁 혐의로 구속)이 주도한 태양광 사업 정도가 있습니다만 권력형이라고 할 수준의 조직적인 범법 행위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형 비리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보수정권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한 진보정권이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엄정하게 주변을 관리한다고 해도 감시의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고도로 지능화된 형태의 새로운 권력형 게이트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옵티머스 사건이 국감에서 연일 논란이 되며 국민적 관심이 확산될 즈음, 문재인 대통령은 갑자기 현안에 대해 지시를 내리게 됩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청와대는 라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청와대 출입 기록 등을 요청하면 검토해서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협조 지시를 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파문이 청와대로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15일 KBS에서 단독기사 하나를 보도하게 됩니다. 바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가족 등의 명의로 5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 KBS의 단독보도가 이번 사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KBS의 보도내용을 보겠습니다. KBS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옵티머스에 투자한 사람들 명단을 전부 확보한 것입니다. 이 명단에는 2017년 6월부터 환매 중단 직전인 지난 5월 말까지 누가, 얼마를, 어느 증권사에서 가입했는지가 나와 있습니다. 이 명단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진영 장관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모 의원의 ‘정치인’ 이름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런데 KBS가 더 많은 정치인의 이름을 확인하고서도 사건의 파문 등을 의식해 ‘전부’ 보도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KBS가 순수 독립언론기관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면 이런 추론은 위험하지만, 사장부터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로 바뀐 이상 KBS도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KBS가 보도한 옵티머스 수익자 명단에 대해 권력의 ‘정무적 마사지’가 개입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의 사건 철저 협조 지시 이후 KBS에서 옵티머스 투자자 전체 명단을 보도한 ‘오비이락’에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여당에서조차 ‘권력형 게이트로 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여권 내부에서는 날마다 주도면밀한 대책을 세울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꼬리 자르기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수천명이나 되는 명단 속에 권력이 감추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일부 여권 인사들 외에 더 많은 ‘정치인’이나 유력인사들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올 만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옵티머스에 투자한 사람들 명단 가운데 차명으로 된 경우도 많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년 동안 옵티머스와 투자 계약을 한 것이 3천 3백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에서 친인척이나 지인을 내세워 차명으로 계약을 한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특히 권력층 인사들이라면 더더욱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한다. 옵티머스가 펀드 투자 초기부터 의도적으로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하며 로비를 벌인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옵티머스에 가‧차명으로 투자를 한 사람들을 밝혀내는 것이 이번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서 규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그럴 의지가 있는지, 야당도 또 그럴 만한 능력이 되는지 의문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옵티머스에 가‧차명으로 투자한 사람들의 실체를 밝혀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권 코드인사로 검찰이 장악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권력과 관련된 숨은 차명 투자자들을 찾아낼 열혈검사도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이번에 KBS가 보도한 수천명의 옵티머스 투자자들의 신원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권력형 게이트의 실체도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현 정권과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진실규명 해낼 의지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KBS가 공개한 수익자 명단에는 진 장관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소속 모 의원도 있었는데, 지난해 초 옵티머스에 1억 원을 투자했다가 환매를 통해 투자금 등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해당 의원은 “증권사를 통해 투자했을 뿐 그게 옵티머스였는지는 몰랐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검찰은 투자와 연계해 실제 어떤 역할을 한 게 있다면 살펴볼 여지가 있지만, 단순한 투자자라면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이 단순한 투자자로 규정만 해버리면 차명으로 이름이 오른 사람들의 정체를 밝혀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전 정권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성격과 방식 등에 대해 필자에게 소상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민정실이 청와대 직원들의 주식투자를 면밀히 스크린하고 거래를 엄격하게 금지시키는 것은 정부의 정책 등을 보고 오를 주식을 찍을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청와대 민정실 일개 행정관이 국감에 불려나올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봤다. 그가 아마 옵티머스와 권력의 중간창구 역할을 한 것 같은데 민정실 직원이 10여명 정도밖에 안 된다. 대부분 파견직원들이라 그런 대범한 일을 벌일 수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 모 행정관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고 중요한 다리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옵티머스 직‧간접 투자도 면밀하게 보아야 한다. 진영 장관이 투자를 할 정도면 웬만한 정치인들에게도 소문이 다 났을 것이다. 청와대라고 예외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도 청와대의 상황을 상당히 잘 알고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나 권력 핵심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을 통해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옵티머스에 차명으로 투자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차명으로 한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큰돈인데 나중에 돌려주지 않을 불상사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직자나 숨은 권력자들이 옵티머스에 투자했다면 ‘묻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펀드회사의 정보를 입수하거나 연결한 뒤 특정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송금을 하거나 직접 돈을 건넨 뒤 투자를 하게 해서 나중에 그 돈을 다시 돌려받는 식이다. 이때 만약 문제가 되면 은행이자보다 좀 더 낫게 해서 돈을 빌려주었다고 해명을 하면 된다. 차용계약서를 쓰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펀드회사가 수천억원이 생긴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했겠는가. 특정 정보에 접근해서 주식을 집중매입하든지,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지금 주식과 부동산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고가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뭉칫돈들 때문에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권력은 어떻게 해서라도 비리의 불똥이 자신들에게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합니다. 거짓말에 진실 은폐도 불사할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까지 가서 망했다는 점 때문에 이번 문재인 정권은 그것을 반면교사 삼아 작은 불씨도 조기에 진화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번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권력형 비리의 냄새가 남에도 그 진실규명은 상당히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이럴 때 야당의 역량이 드러납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 특검 도입을 강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진영 장관이 지난 2월 본인과 배우자, 아들 명의로 모두 5억 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어떻게 5억이라는 거금을 신생 펀드에 투자하는데 확신을 갖게 됐는지, 현직 장관의 투자 사실을 펀드 측에서 홍보하며 평판을 조성했는지, 투자처인 공공기관이 행안부 소관 기관이라면 이해 충돌은 없는지, 손해 중 상당액을 판매사들에서 선배상하는 이례적인 결정이 이뤄졌는데 혹시 관련은 없는지”라며 의문점을 나열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의 모 의원도 옵티머스에 1억 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지난 5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돼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로써 이 문건 자체가 사실일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언론이 보도한 것 이상의 충격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야당은 여권의 유력 잠룡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연루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정치적으로’ 전선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금융사기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야당이 도를 넘은 정치 공세라고 비판하며 방어하고 있습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라임·옵티머스 등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확인된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실무적으로 사실상 봉합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옵티머스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치인들과의 커넥션 정황과 광범위한 로비의 흔적, 청와대 민정실 행정관의 은밀한 역할 등을 종합해볼 때 권력형 게이트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봅니다. 날로 진화하는 권력형 비리를 깨어있는 시민사회가 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비판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꼬리나마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