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은 재보궐 전초전” 3가지 핵심 이슈는?
[정치언박싱] 추 장관 아들 휴가 청탁 의혹-'무혐의 처분' 논란에 '거짓말' 논란까지 문 대통령의 ‘47시간’-야당은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과 비교하며 총공세 펼칠 듯 정치인들 도덕성 검증-이낙연 대표 집안단속 후 야당으로 범위 확대할 가능성도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여파로 귀향 행렬이 예년에 비해 뚝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 성인남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올해 추석 때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약 60%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10명 중 6명은 “집에만 있겠다”고 답했습니다. 추석 연휴 때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인구가 30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결과가 몇 년 전 발표되기도 했었던 것에 비하면 올 추석은 그야말로 비대면의 명절이 되고 있습니다.
올 추석 귀성하는 인구는 줄어들겠지만 여론은 막힘이 없습니다. 오히려 예년보다 더 활발한 민심의 교류가 예상됩니다. 통상 설과 추석 등의 대명절을 앞두고 정치권은 서울역 등에서 귀향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올해는 그런 행사가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굳이 손을 흔들어주러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추석 등의 명절을 통해 새로운 여론의 흐름이 생겨나거나 특정이슈에 대한 판도가 뒤바뀌는 등의 민심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치권은 추석 등의 명절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추석을 거치면서 민심의 대 반전이 일어난 과거 예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최대 피해자가 바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입니다. 1997년 대선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간에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표차는 39만여 표였습니다(1.6%). 이회창 후보는 당시 보수세력 중심의 정치지형을 놓고 볼 때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추석 연휴가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과 관련된 의혹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었는데, 추석을 거치면서 민심은 이 후보 아들 병역의혹에 대해 등을 돌리고 김대중 후보 쪽으로 쏠리는 전환점이 되었던 것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는 추석 민심에 덜미를 잡혔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당내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지율이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반면 한일 월드컵의 성공 개최 바람을 타고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였습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내심 삼자 대결을 꿈꾸며 어부지리 승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티 이회창 기류가 진보층과 중도층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고 이런 기류는 추석을 거치면서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의 단일화 압박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회창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진보-중도층의 추석 민심 결집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결국 노무현 후보는 단일화 효과로 57만표 차이(2.3%)의 신승을 거두게 됩니다.
한국인은 그 어떤 국가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민도도 높습니다. 유권자들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판단을 중요 참고자료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추석은 그런 여론의 결집과 반동이 가장 활발하게 뒤섞이는, 한국 특유의 민심 교류장인 것입니다. 이번 추석은 대선과 직접 연결되는 지점은 없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기점이 되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슈가 여론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까요. 3가지 정도 추려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봐야 하는 이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청탁 의혹 사건입니다. 이 사안은 서울동부지검이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 씨의 ‘특혜 군 휴가’ 수사에 대해 추 장관과 서씨, 전 보좌관 최모(51) 씨 등을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종결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이미 추미애 장관 인맥으로 체질개선을 한 검찰조직이 직속장관 아들 청탁 건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여론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여전히 불신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특히 추 장관의 ‘거짓말’은 향후 더 큰 후유증을 남길 것입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추 장관은 서씨의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보좌관과 휴가 연장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은 “서씨의 병가 연장 및 정기 휴가와 관련하여 추 장관과 2일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해 연락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추 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문을 수차례 받은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맞느냐”고 질문하자 “제가 보좌관에게 전화 걸라고 시킨 사실이 없다고 명확하게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제가 거듭 말씀을 드리는데, 전화를 걸도록 그렇게 시킨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보좌관이 세 차례 군 관계자와 통화한 기록을 동부지검이 확보했다는데 들으신 바 있느냐”고 묻자 추 장관은 “들은 바가 없다. 지금 의원님 통해서 듣는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보좌관의 휴가 연장 ‘문의’와 관련해 추 장관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거를 내놓았습니다. 정치권에선 국회에서 ‘거짓말’을 한 추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추 장관의 ‘위증’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청문회가 아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라며 뭉개는 식의 대응은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국회에서 야당의원에게 답변하는 자리에서 버젓이 거짓말을 일삼는 것은 도덕적으로 이미 해임사유에 해당합니다.
미국인들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 분노했던 것은 불법 도청이 아니라 닉슨 대통령의 거짓말 때문이었습니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공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결격사유가 됩니다. 본인에게 불리한 일이 발생하면 거짓말로 유야무야 넘기려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추 장관이 야당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계속 괴롭힘을 당해 짜증나는 듯한 목소리로 완강하게 부인했던 그것이 검찰의 증거공개로 만천하에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여론이 여전히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긴가민가 반응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추 장관의 거짓말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석 민심이 추 장관의 거짓말에 어떻게 반응할지 상당히 관심이 모아집니다. 야당도 이 문제를 계속 추적할 계획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민주당은 그동안 수사 중이어서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풀어줄 증인 채택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 전 검찰이 기습적으로 추 장관 모자에 면죄부를 주는 수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추미애 방탄 국감’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증인 채택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법대로’를 외치면 할 말이 없지만, 공직자의 거짓말은 공적인 일을 처리할 기본적인 자격이 결여된 것을 의미합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검찰의 추 장관 거짓말 증거 공개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추 장관은 무슨 빽으로 그런 추문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느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검찰의 손을 떠나긴 했지만, 추석 여론 흐름의 결과에 따라 정치적인 문제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47시간’입니다. 야당은 북한 해상에서 우리 국민이 사살되고 불태워진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야권이 문재인 대통령의 ‘47시간’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비교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보내 의도적인 살인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이례적으로’ 사과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사건 발생 엿새 만에 ‘무한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수습에 나섰습니다만, 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사건의 팩트가 여전히 미궁속에 빠져있고, 군의 대응과 대통령의 대처 방식 등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은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이 무혐의로 결론이 남에 따라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이지만, 민간인 사살 사건이 민심을 직격하는 뜨거운 이슈라고 판단하고 총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국회 의안과에 ‘북한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피격 도발행위에 관한 긴급현안질문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당내 군 장성 출신 한기호 의원을 비롯해 태영호·하태경 의원 등이 참여하는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 TF’도 구성해 정부 당국의 대응과 문제점들을 전반적으로 따지기로 했습니다.
이런 발 빠른 대응의 배경에는 이번 사건에 얽힌 민심이 생각보다 악화돼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최근 MBC가 추석을 앞두고 여론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서해상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 이후,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남북협력을 중단하고,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53.4%로 나와, ‘북한이 잘못했지만,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 43.4%를 10% 포인트 앞섰습니다. 이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민간인 참살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접 시사하고 있습니다. 여론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정치권에선 민간인 사살 이슈가 ‘제2의 박왕자 사건’으로 비견될 만큼 정국에 미칠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추석 기간 동안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단순한 메시지가 공고화되면 정부여당으로서도 더욱 골치가 아플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대책도 없어 여론이 조정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야권에서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가 자진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북한은 자국 영해 불법 침입으로 주장한 점, 국방부의 시신 훼손(화형) 발표와 달리 북한군은 부유물만 소각 처리했다고 주장한 점, 북한군 상부 지시 여부, 총격 상황 등 쟁점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진상규명 방식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정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진영 대결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잃어버린 47시간’ 이슈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점이 많기 때문에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로는 여야 정치인들의 도덕성 검증 여부입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8일 당 윤리감찰단에 당 소속 국회의원·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다주택 보유 문제와 기타 비위 조사에 착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윤리감찰단은 조만간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의회 의원 및 지자체장 등을 대상으로 다주택 보유 문제와 기타 비위 행위들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다주택 보유 국회의원 38명 중 10여 명가량이 최근 주택을 처분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아직 20여 명은 처분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비위 조사 착수 요청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생 연후에 살타’라는 바둑 격언이 떠오릅니다. 내가 먼저 산 후에 적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나의 흠결을 제거하고 수성을 튼튼히 한 후에 적을 공격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낙연 대표가 먼저 비위 의원들에 대한 집안단속을 하는 것은 이를 발판으로 야당으로 비위 검증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박덕흠 의원의 ‘단군 이래 최악의 이해충돌’ 논란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정치권에서는 제2, 제3의 ‘박덕흠’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자당의 다주택 보유문제 등을 미리 스크린하는 것은 이를 국회 차원으로 확대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습니다. 하반기 국정감사 정국은 ‘야당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내년 서울·부산 보궐시장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국감에서 존재감 부각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야당의 총공세에 맞설 방패로 다주택 보유 문제와 기타 비위 사실의 범위를 국회의원 전원으로 확대시켜 쟁점화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그동안 10여 년 넘게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해온 국민의힘도 털면 먼지가 많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박덕흠 의원 사건과 유사한 사안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국민의힘으로서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게 됩니다.
추석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입니다. 친지들이 모인 곳에서는 으레 정치 이야기 한두 마디씩 오가게 됩니다. 이때 앞서 제기한 3가지 이슈들을 잘 정리해서 자신의 견해를 일목요연하게 밝히는 것도 정치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인 일일 것입니다. 집권여당으로서도 추석이라는 민심의 시험대를 잘 통과하면 그 자체로 큰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추미애 장관의 거짓말, 민간인 사살 진실은폐 및 소극적 대응이 현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내년 재보궐 선거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번 추석에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