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 확진에 민주당 지도부 자가격리 초비상
[정치언박싱]예민한 이슈 차기 지도부에 떠넘기기…차기 지도부 부담 커져 당내서도 불만 높아 “일 안 하는 지도부에 국민들이 봉쇄명령”
더불어민주당이 이래저래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했던 기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당에는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기자는 당직자 의원 등 50명과 접촉을 해 당이 바짝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해당기자의 검사 사실이 알려지자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의 지도부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8.29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지도부를 비롯해 공보라인 등이 부분 셧다운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당 최대의 행사인 전당대회에도 차질이 더욱 불가피해졌습니다.
비록 기자의 양성으로 인한 초유의 사태이긴 하지만, 코로나19에 한발 비켜나 있는 미래통합당과 비교되면서 최근의 어수선한 민주당 분위기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범방역을 정권 최대의 치적으로 삼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코로나19에 정면으로 뚫린 것이 아이로니컬하기도 합니다.
사실 코로나19가 재 확산되는 시점에서 집권 여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당 차원에서 한번쯤 총의를 모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시점이 바로 8.29 전당대회이기는 하지만 이것마저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어 분위기가 뜨지 않는 데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 만연해 컨벤션 효과도 거의 누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당대회를 앞둔, 지도부 교체의 과도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준전시 상황’입니다. 이 말은 야당에서 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직접 한 것입니다. 그는 최근 “3단계 격상은 사실상 준전시 상황에 가까우며 일상생활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3단계를 목전에 둔 지금이 바로 준전시 상황 아닐까요? 집권여당의 대표가 국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한 말이긴 하지만, 이런 말을 할 정도라면 뭔가 당도 비상하게 움직여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준전시 상황을 대비하는 집권여당의 그것과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임기를 불과 며칠 남긴 민주당 지도부는 예민한 이슈(골치 아픈 쟁점)를 전부 차기 지도부에 떠넘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민주당 현 지도부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금태섭 재심’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현안과 관련해 “다음 지도부에서 정할 일”이라며 결정을 미룬 것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결정을 차기 지도부에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내 의견이 ‘선별 지급’과 ‘전 국민 지급’ 등으로 엇갈린 데 따른 것입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에 “지도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50% 이하 9월 지급’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면서 차기 지도부가 이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여부도 차기 지도부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4일 월례회의를 개최했지만, 금 전 의원 재심 안건은 상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금 전 의원 징계 여부는 어떤 결론이 나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징계가 경감되면 친문 주류에서 반발할 것이고, 징계를 유지하면 ‘독재당’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당 지도부로서는 며칠만 ‘개기면’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침대축구’를 연상시키는 지연작전을 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차기 지도부는 더욱 현안을 검토할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고스란히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죠. 29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의 임기는 즉시 시작됩니다. 업무파악, 업무 인수인계로 또 며칠 몇 주가 갈 것입니다. 이렇게 넘겨주고 넘겨받는 시간 다 제하고, 할 것 다 하면, 도산에 폐업에 매출추락으로 일분일초 애가 타들어가는 서민들의 피폐해지고 있는 삶은 누가 살펴줍니까. 민주당의 즉각적이고 즉시적인 코로나19 대책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계속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직하할 것입니다.
2차 재난지원금만큼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 있을까요? 이해찬 대표 스스로가 3단계 준전시 상황을 언급했다면 현재의 지도부가 차기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과 검토 불충분의 시간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정책 준비는 해놓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해찬 지도부는 너무도 소극적으로 시간을 허비했고 골든타임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아 사실상 현 지도부 임기는 종료가 되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습니다. “차기 지도부가 정치적 부담 없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일 수 있도록 정리해줄 것은 정리하는 것이 현 지도부가 마지막으로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라는 비판이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일하는 국회’라는 슬로건을 크게 써 붙여 놓고 매일 회의를 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정작 자신들의 일은 하지 않고 책임을 방기하다가 결국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일 안하는 지도부에 국민들의 ‘봉쇄’ 명령이 내려진 것이라는 멋쩍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에게서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간다는 말년 병장’의 군기 빠진 모습이 떠오릅니다. 방역조치 3단계를 목전에 둔 지금은 준전시 상황이라고 말한 장본인이 바로 민주당 대표였습니다. ‘모범 방역국’을 의기양양하게 내세우던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