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세대가 신세대에게 들려주는 트롯 이야기] ⑨진또배기
‘진또배기’는 김정인이 노랫말을 쓰고, 송결이 곡을 붙여, 김정인·김정자 부부 듀오 ‘머루와 다래’가 1990년 원곡을 취입한 노래이다.
그 후 김상옥이 개사(改詞)하여 쾌남 가수 이성우(이재열)가 다시 취입하여 KBS 전국노래자랑 등에서 불리어지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서천 출생으로 홍대 건축과를 나와 진또배기 같은 삶을 살아가던 가수 이성우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 다시 잊혀진 곡이 되었다.
이 노래를 2020 TV조선 미스터 트롯 3위에 오른 찬또배기 이찬원이 시원하게 꺽는 트롯 창법과 매혹적인 바이브레이션으로 불러 역주행 송으로 히트시킨 것이다.
이찬원은 울산 울주구 언양읍에서 태어나, 대구 선원초, 성곡중, 경원고를 졸업한 영남대학교 휴학생이며,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대한민국 훈남이다.
트롯 지식이 해박해 이찬원에 ‘나무위키’를 합성해 ‘찬또위키’, 걸쭉하고 구수한 음색이라 ‘청국장 보이스’, 진또배기를 잘 불러 ‘찬또배기’, ‘이천원’, ‘이춤원’, ‘미찬원’, ‘건치남’ 등의 애칭을 갖고 있다.
대구에서 맛집 ‘불티나 생막장’ 집을 운영하던 부모님은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자 아들 인기에 편승했다는 오해로 혹여 이찬원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까 봐 폐업을 했다니, 대구판 맹모 삼천지교(孟母 三遷之敎)라 하겠다.
이찬원은 이미 2008년 열세 살 나이에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이래, 네 번의 도전 끝에 최우수상을 받은 의지의 트롯 신동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SBS 예능 스타킹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무대 감각을 익혔다.
‘진또배기’란 ‘짐대박이’의 강원도 방언으로 솟대를 가리킨다. 곧 신간(神竿)인 솟대로 지칭하는 ‘짐대’에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의 무엇이 박혀있다는 뜻의 접미어 ‘박이’가 덧붙여지고, 이것이 ‘ㅣ모음 역행동화’를 일으킨 ‘짐대배기’가 다시 ‘진또배기’로 된 것이다.
4~5 미터 정도 높이의 장대 꼭대기에 세 갈래진 나뭇가지를 가로로 얹고, 갈래마다 나무 오리를 올려 놓는다.
어 허야듸야 허야듸야/ 어 허야듸야 허야듸야 허야듸야/어 촌 마을 어귀에 서서/ 마을에 평안함을 기원하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오리 세 마리 솟대에 앉아/ 물 불 바람을 막아주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바다의 심술을 막아주는/ 말없이 마을을 지켜온/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어허 허야듸야/ 풍어와 풍년을 빌면서/ 일년 내내 기원하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어 허야듸야 허야듸야 허야듸야/ 배 띄워라 노를 저어라/ 파도가 춤을 춘다 노래 한다/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어허 허야듸야 허야듸야 허야듸야 얼쑤
진또배기의 유래를 살펴보면, 어느 날 강원도 강릉 강문 포구 마을 남쪽 입구에 ‘짐대’(솟대)가 떠내려왔다.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건져 땅에 박아 세우고 제사를 지내자 동네가 번성하였다.
음력 정월 보름, 사월 보름, 팔월 보름에 서낭제를 모시는데, 그 중 진또배기는 사월 보름에 높이 4.5m, 둘레 35cm 굵기로 소나무를 깎아 세운다. 이때 오리 세 마리는 모두 서북쪽 경포대를 향하게 한다.
진또배기는 서낭신을 보필하고, 물(수재), 불(화재), 바람(풍재)으로 인한 삼재를 막아주어 마을의 안녕과 풍어 그리고 풍년을 가져준다고 믿게 되었다. 노래 ‘진또배기’는 이 내용을 그대로 가사화한 것이다.
이처럼 진또배기는 영동 지역에서 ‘짐대 서낭’ 또는 ‘진대’로 칭하는데, 특히 박혀있다는 의미로 ‘배기’를 붙여 진또배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소의 양지머리뼈에 붙은 살 모양이 흡사 ‘차돌처럼 단단한 것이 박혀있다’해서 차돌배기라고 부르고, 오이에 소(양념속)를 박아넣은 음식을 ‘오이소박이’라 쓰고, ‘오이소배기’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은 용례이다.
‘진또배기’는 ‘비나리’와 ‘뱃노래’가 융합된 형태의 노래이다. 비나리란 지난 ‘⑤비나리’ 편에서 언급하였듯이, 본디 남사당패 놀이 성주풀이 굿에서 상 위에 돈과 곡식을 놓고 외는 고사문 또는 고사문을 외는 사람을 지칭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사람들의 행복을 비는 말로 쓰이고 있다.
남사당패 놀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농악(풍물), 대접 돌리기(버나), 땅재주(살판), 줄타기(어름), 가면극(덧뵈기), 인형극· 꼭두각시놀이(덜미)의 여섯 가지의 연희이다.
성주풀이란 집터를 관장하는 성주신을 기리는 노래로, 무가 즉 무당이 부르던 것이 민가에 퍼져 대표적인 남도 민요가 된 것이다.
‘진또배기’의 첫 도입부와 마지막 소절의 “어 허야듸야”라는 의성어는 본래 경상도 민요 ‘뱃노래’의 후렴구로 굿거리 장단의 활기차고 율동적인 가락이다. 이는 뱃사람들이 힘을 쓰며 노를 저을 때 서로 매기고 받는 “어기 여차 에헤야” 그리고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서 여음구(餘音句, 후렴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와도 맥을 같이 한다. 여기서 ‘지국총’은 노를 젓고 닻을 감는 소리이고, ‘어사와’는 “어기여차, 어여차”와 같은 감탄사이다. 예전에 우리가 “에야누 야누야 에야누 야누”로 불렀던 후렴구는 일본 뱃노래의 후렴구이니 주의하실 것.
이처럼 뱃노래는 여럿이 일할 때 힘을 덜 들이고 동작을 맞추는 노동요이다. 뱃노래 같은 어업 노동요 외에 농사 노동요, 운반(상여) 노동요, 길쌈 노동요 등이 있다. 또 엿장수 타령 등 장사꾼의 노래도 호객요(呼客謠)이자 노동요이다. 또 ‘얼쑤’는 흥에 겨워 떠들 때 가볍게 장단을 맞추며 내는 소리인 ‘얼씨구’의 준말이다.
한편 ‘진또배기’ 원곡자인 ‘머루와 다래’는 이 노래 외에도 못잊을 사람(박용재 작사, 박성훈 작곡), 그대 내 사랑(조 복동 작사· 작곡), 작별(박성훈 작사· 작곡), 먼 영상(윤지원 작사, 송결 작곡), 아리랑 쓰리랑 부부(김용만 작사· 작곡), 강산 아리랑(김정인 작사, 조복동 작곡), 정 주며 살아가리(조복동 작사· 작곡), 말도 안돼(송결 작사· 작곡), 심봤다(임호 작사·작곡) 등이 있는데, 작금에는 ‘자비하신 님이시여’(조영근 작사·작곡)를 취입하는 등 ‘노래하는 포교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한다.
‘진또배기’ 작곡자 송결은 장윤정의 ‘장윤정 트위스트’, 박일준의 ‘왜 왜 왜’, 이윤채의 ‘서울 아리랑’을 취입했으며, 가수 현우의 ‘김떡순’(김밥·떡볶기·순대)이라는 댄스곡을 발표할 예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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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을 찾아주는 진또배기는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그리고 모임 자제일 터.
* 만담가 장광팔은...
본명은 장광혁. 1952년 민요만담가 장소팔 선생 슬하의 3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의 전통 서사문학 만담과 대중가요 가사연구에 대한 글쓰기와 만담가, 무성영화 변사,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에서 서사문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