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화합" 한목소리…노동계 대표 참석한 재계 신년인사회

박용만 "노사 간 소통·타협 희망"…김주영 "노동자는 하인·머슴 아냐 대가 정당 해야"

2018-01-03     정창규 기자
사진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새해를 맞아 경제계와 노동계, 정치권이 한자리에 모여 변화와 의지를 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정·관계, 노동계,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주요인사 1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노동계 대표가 15년만에 참석해 새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5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불참해 다소 썰렁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규제장벽과 노사 갈등에 대한 안타까움을 염두에 둔 듯 "제도와 정책을 기업이 많은 일을 새롭게 벌일 수 있게 설계해주면 좋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규제를 찾아 바꾼다는 최근 발표를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 갈등과 관련해 "필요한 변화를 막거나 상대방 이야기를 무조건 대립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사 구성원 간 신뢰를 단단히 하고, 그 토대 위에서 우리가 소통하고 타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2018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통령이 오지 않은 데다 전날 청와대에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인사회가 열린 탓에 5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불참해 다소 썰렁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무역업계를 대표하는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역시 "서로 위하고 같이 간다는 상위동행이라는 말이 있다"며 "올해 경제계 모두가 서로 협력하고 돕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며 노사정 화합을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부담이 늘어날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자의 저임금과 과로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노사 양측의 현실을 함께 감안한 정책을 약속했다.

여야 3당 대표도 나란히 참석해 재계와 노동계에 대해 동시에 '구애 경쟁'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재계와 노동계의 상생을 당부했다. 추 대표는 "수출도 기록경신을 하고 무역거래도 3년 만에 1조 달러 시대에 재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며 "국민과 함께 일자리도 나누면서 '노동자와 함께 한다'는 의지를 다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기업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였다. 홍 대표는 "어릴 때 지독한 가난 속에서 살았지만 가진 자를 단 한번도 증오한 적이 없다"며 "한국사회가 가진 자에 대해 분노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자유한국당은 '기업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라는 모토로 새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특히 노동계 대표가 모처럼 참석해 새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참석자들이 인사말을 듣고 있다./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부 정책을 질타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안 대표는 "반도체가 대부분인 수출 호황이 올해 하반기에 꺼지게 되면 정말 심각한 민낯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규제프리존법이 통과되지 않는 문제까지 여러 걱정과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질타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노동계 대표로 참석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었다. 그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상의가 주최하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 연단에 올라 직접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지난 2003년부터 여기에 초청받았는데 15년만에 왔다"며 "그만큼 (경제계와 노동계가) 거리가 멀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영계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성장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산업화와 압축성장에는 노동자가 있었다"면서 "이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없는 일터에서 마음 놓고 일하고 그 대가를 정당하게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동자들을 옛날 방식으로 하인이나 머슴으로 보지 않고 민주화 시대에 맞는 노사관계가 정립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입장 전 취재진과 만난 손경식 회장은 올해 전반적인 경기 전망과 관련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정창규 기자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정관계·노동계·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주요인사 1300여 명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김준 SK 이노베이션 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황각규 롯데 지주 대표, 손경식 CJ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 수석,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주한 외교사절로는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 파비앙 페논 주한프랑스대사, 줄리아 클레어 주한아일랜드대사 등이 참석했다.

행사장 입장 전 취재진과 만난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올해 중국 시장 전략에 대해 "작년에 정말 많이 어려웠다"면서 "올해는 죽기 살기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실적 개선의 의지를 다졌다.

손경식 회장과 권오준 회장 등도 올해 전반적인 경기 전망과 관련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반적으로는 올해가 작년보다 전망이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위험 요인이 있기 때문에 잘 관리해서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