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도전 질문에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노 코멘트 하겠다" 침묵

범금융 신년인사회 금융 CEO들로 '북적'…민감한 질문엔 함구

2018-01-03     정창규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이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 부총리,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금융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

금융권 수장들이 입을 모아 경제 혁신을 위한 금융사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국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업권별 협회는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2018년 범금융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권이 이제까지의 담보 위주 대출에서 투자 중심으로 (대출을) 한다든지 우리 경제의 3% 성장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금융산업 자체의 혁신도 필요하다"며 "신기술과 결합한 금융, 여러 다양화된 금융을 통해서 3% 성장을 위해 금융인 여러분이 역할·헌신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성장세가 회복되고 금융 건전성이 양호한 지금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다"라며 건실한 성장을 위한 금융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모처럼 맞은 경기 회복 모멘텀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작지 않다"며 "기업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기술개발을 통한 혁신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기업의 성장이 가계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용창출 기업에 대한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장 역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이다"라면서 "생산적 금융을 구체화해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업에서 성장, 회수, 그리고 재기에 이르기까지 기업성장 사이클에 맞춰 필요한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금융과 실물경제의 연결고리를 보다 치밀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며 "공적자금 지원체계를 재조정하고, 시장의 실질적 IB(투자은행) 기능을 활성화해 창업 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역동적 성장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최 위원장은 대통령 행사 참석과 일정이 겹쳐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왼쪽)과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이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최흥식 금감원장도 금융권에서 혁신분야로 자금공급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원장은 "(금융사가) 혁신분야에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해 경제 성장을 촉진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세심하고 과감하게 자금을 공급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신규 수익 창출의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은 격려사에서 "대한민국 금융에서 삼성전자 같은 금융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대한민국 금융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미래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년사와 격려사에 이어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도 건배사를 통해 "금융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버팀목이 되고 핵심 서비스산업으로 도약해 경제성장의 디딤돌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면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3연임 도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회장은 입을 다물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

이날 행사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기자들과도 만나 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눴지만 민감한 질문에는 함구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배구조 관련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3연임 도전 여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행사 내내 "노코멘트 하겠다" "오해가 될 수 있어 대답하지 않겠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신년인사회 중간에 행사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김 회장은 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압박과 관련해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으며 하나금융에 경영 유의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면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반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 방식과 관련 회장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제외할지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는 지배구조 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기회가 되면 앞으로 논의해 볼 것이다"고 답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부회장직을 신설과 관련 "더이상 부회장직을 신설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3년째 공석인 국민은행 감사 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감사 선임은) 3월 주총까지 허인 행장이 알아서 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KB금융은 최근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에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친노' 인사로 알려진 김정민 전 사장을 선임했다. 김 신임 부회장 임기는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관련 압력을 받던 KB금융이 문재인 정권을 의식해 일부러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정권과 가까운 인사를 앉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은행장들에게는 구조조정이나 금리 등이 단연 화제였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최근 인상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다시 내릴지에 대해 "지금 담당 부서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과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각각 0.05%포인트씩 인상하자 금융당국은 "가산금리 인상에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 말 시행한 점포 감축과 임금피크제 대상자 희망퇴직 접수와 관련해 "점포 감축은 통상적인 범위에서 한 것이다"라며 비대면 강화에 따른 축소는 아니라고 밝혔다.

영업점 축소에 대해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지점을 기능별로 통폐합하는 작업이 현실적이다"라며 "규모는 유지하겠지만, 기능별로 통폐합해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최운열 의원,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 국민의당 박선숙·김관영 의원 등 1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