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정치권의 코리아 패싱
한국국민들의 안보불안 지수가 급격히 올라갔다. 미국과 북한의 ‘행동하지는 않은 선전포고’가 몰고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이 건 선언”이라고 확인까지 했고, 북한의 김락겸 핵 전략군 사령관이 “화성 12형 미사일의 괌 공격”을 구체적으로 공언한 사태는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자연히 밥상머리의 화두도 온통 전쟁 걱정이다. 엊그제까지도 “휘발유 비축이 3일치도 안되는 북한이 무슨 전쟁이야”, 또는 “한국은 심각한 피해 때문에 전쟁은 절대 반대하잖어”, 또는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반대하는 전쟁을 벌이겠어?”라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은 미사일과 핵실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은 극악한 적국의 핵무기 사정권 안에 드는 걸 용인하겠어?”, “트럼프의 성격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 “트럼프가 ‘저 쪽에서 일어날 일’이라니 한반도가 쑥대밭이 될 수도 있겠네”, “미국이 정밀 타격을 하지 않겠어? 그래도 유탄은 날으겠지”라는 우려가 대세다.
물론 생업에 바쁜 국민들은 전쟁을 걱정할 틈도 없을 수 있다. 또 외신들이 전하는 바 대로 그냥 넘어가겠지’하는 안보불감증에 젖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감은 훌쩍 높아지고 있고, 표현을 않는 것이지 마음까지 편한 건 아니다. 불편함이 내면화하면 질병에 걸린다. 당장 경제의 촉수인 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물이 쏟아져서 정국의 혼란 중에도 상승하던 지수가 폭락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불안을 부추켜서는 안된다. 그러나 엄중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넋놓고 있다가는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의 이라크 타격도 느닷없이 이뤄지지 않았나?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정부가 미·북 간의 설전으로 돌리려 한다든지, 중요한 시기에 주무 장관들의 휴가가 이어지는 식의 방법은 옳지 않다. 국민들에게 안보상황을 더 소상하고도 적확하게 알리고, 어떤 상황에라도 대처할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일차적인 당사자고 국가의 비상사태 같은 폭발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북 간의 문제로 간주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안보실장 주재의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미지근한 발표를 한 뒤, 안보실장과 미국의 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한 것만으로는 사안의 심각성으로 보아 너무 미진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여온 대화는 단서도 보이지 않았고, 선제공격이나 예방공격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나 참여에도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똑 같은 ‘굳건한 동맹’이라는 말의 성찬 뿐이었다. 이 일이야말로 ‘한국의 소외(Korea Passing)’라는 비난의 소지도 높다. 또 국민의 안위에 행동하지 않는 정부는 국민으로부터도 소외당했음을 우리는 역사로 알 수 있다.
정치권도 무기력함을 여실히 보였다. 여·야는 서로 비난전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당권투쟁에 여념이 없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국민들이 그토록 염증을 내고, 비난을 해도 정치권은 누란의 국가안위 앞에서도 소아주의, 집단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고, 대국적이지 않다. 이시각에도 쉼없이 입력되고 있는 역사의 빅데이터가 두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