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청소기' 한경희 대표 겹악재…워크아웃 불발에 사기피소
한 대표 측 "악의적 고소에 불과 " 혐의 부인…법원에 법정관리 신청할 가능성 높아져
한때 여성벤처업계의 신화였던 가전브랜드 미래사이언스(옛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 위기 돌파구였던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이 채권단으로부터 거부당한데 이어 이번에는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는 등 재기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24일 회사 안팎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양재혁)는 지난달 한 대표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받고 수사에 나섰다.
고소인은 고소장에서 한 대표가 지난해 5월 경영실패로 자금난을 겪자 신주를 발행할 의사도 없으면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계약을 해 납입대금 8억원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발행기업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기업으로서는 장기자금 조달이 용이해 회사채의 일종으로 종종 발행한다.
한 대표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진실 미래사이언스 홍보팀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주주끼리의 내용(갈등)으로 보면 된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8억원이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 않나"며 "대표께서 확실히 갚겠다고 약속을 하셨는데 고소인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거부를 해서 고소를 당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사채 만기일도 다가오지 않았는데 고소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고소인 및 고소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은 한 대표에게 직접 입장을 묻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 대표가 1999년 설립한 생활가전 업체인 미래사이언스는 스팀청소기로 소위 '대박'을 쳤다.
창립 11년 만에 매출이 10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회사를 키워 한 대표는 '성공한 1세대 여성 최고경영자'로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발 거액의 투자 손실까지 입은데다 뚜렷한 후속작을 내지 못하면서 2014년 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급기야 2015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IBK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등 미래사이언스의 채권이 250억원으로 불어나자 채권단은 지난해말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뒤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 재무상태를 정밀 실사해왔다.
그런뒤 채권단은 지난주 채무 규모가 자본금 및 회사규모에 비해 많다고 보고 미래사이언스에 대해 최종적으로 워크아웃 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래사이언스 관계자는 "다시 재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으로 한 대표가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미래사이언스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하는 신제품군 보완, 유통망 재정비의 카드로는 회생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법정관리는 죽기 직전의 회사가 마지막으로 회생 수술대에 오르는 기회로, 법원은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사망선고(청산)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