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새해 첫 회장단회의 철통보안치는 이유

여론 눈길 따돌리려 극비리 개최 추진…주요 대기업 불참으로 쇄신안 마련·회장 선임 난항 예상

2017-01-09     안준영 기자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내부적으로나 회원사 모두 여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하기에 구체적인 행사 시간이나 장소를 우리도 모른다. 실무부서에서 토스하지도 않는다" (전경련 홍보팀 관계자)

반세기동안 재계 본산 역할을 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순실발(發)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되면서 존폐 기로에 선 가운데 새해 첫 회장단 회의가 철통보안 속에 극비리에 준비되고 있다. 민감한 시기 여론의 관심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조치로 풀이되지만 그럴수록 국민의 눈높이와는 멀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12일 주요 그룹 총수들을 대상으로 정기 회장단회의를 열어 조직 쇄신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경련 회장단 모임은 지난해 9월 초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전경련이 경제단체(CEO 친목단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느냐 싱크탱크(민간경제연구소)로 전환하느냐는 정체성에 대한 선택지를 놓고 회원사들간 결론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장단을 구성하는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얼개짜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전경련은 지난달 15일에도 30대 그룹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조찬모임을 가졌지만 대다수 회원사들이 보이코트했다. 5대 그룹에서는 유일하게 LG그룹만 부사장급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다음달 세번째 임기가 끝나는 허창수 회장의 후임 논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허 회장과 이승철 부회장은 임기가 끝나는 내달 연임하지 않고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핵심 이슈가 산적한 행사이지만 개최를 불과 3일 앞둔 시점까지도 시간, 장소 등 기본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경련 홍보라인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어차피 비공개 행사인데다 분위기가 분위기다보니 해당부서인 테스크포스팀(TF팀)에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서 "쇄신안 윤곽에 대한 가늠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날 수렴된 의견을 종합해 내달 2월 중순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대대적인 쇄신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회원사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순실 청문회'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로 질타를 받은 후 주요 회원사인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의 탈퇴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된 탓이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설립허가 취소까지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해체 수순이 불가피해지면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임직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 총수 청문회가 끝났을 때만 해도 "대대적인 쇄신안을 마련하면 조직을 살릴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희망이 남아 있었지만 '큰손' LG그룹이 탈퇴를 공식 통보하고 수뇌부 동반 사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부적으로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전경련 임직원은 한국경제연구원과 중소기업협력센터 등 유관기관까지 합쳐 250여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경련은 선발절차가 진행 중이던 내년도 신입사원 공채도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또 다른 전경련 관계자는 "가장 민감한 문제인 회사가 문을 닫을수도 있다는 소문에 조직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직장이 없어진다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