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가성비의 제왕"…캐딜락 CT6, 수입 대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
캐딜락 CT6 플래티넘…상품성 높이고 가격은 합리적으로
캐딜락은 미국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 제공될 만큼 아메리카 드림의 상징이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독일차에 밀려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출시된 캐딜락 CT6이 캐딜락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기 위한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캐딜락과 비교할 수 없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CT6는 국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19일 공식 출시 이후 CT6의 누적계약 대수는 400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캐딜락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작년 캐딜락은 국내 시장에서 886대를 판매했다. GM코리아는 이 여세를 몰아 CT6를 올 연말까지 1000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번에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플레티넘 모델이다.
차량올라 시동 버튼을 누르자 소리도, 떨림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실내가 고요하다. 가속페달을 밟자 차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출발한다.
이동구간은 인천 영종도를 출발해 파주 헤이리를 오가는 70Km 구간을 달려봤다.
영종도를 빠져나와 신불IC을 지나 신공항 T/G 진입과 동시에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가속 페달에 힘줘봤다. 가속페달을 발을 살짝만 올렸는데도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섰다. 가속 페달을 거칠게 밀어붙이자 시속 200km을 넘어서며 기대 이상의 거침없는 질주 성능을 보였다.
CT6에는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39.4kg·m의 힘을 발휘한다. 자동 8단 변속기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재빨리 최적의 기어 단수를 찾아 옮겨가 변속 충격도 거의 없다.
헤이리에 도착해 차근차근 외관과 실내를 살펴봤다.
외관은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풀사이즈 대형 세단 이미지다. 전면부는 가로형 그릴과 세로형 헤드램프로 정체성을 표현했다. 그릴은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레이더의 전파 간섭을 막기 위해 캐딜락 엠블럼을 프린트 처리했으며, 가로지르는 바도 촘촘히 했다. 헤드램프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포함하는 LED를 길게 내려 독특한 인상을 준다. 하나의 제품으로 보면 낯설지만 차를 이루는 요소로 보면 꽤 자연스럽다.
측면부는 짧은 프론트 오버행, 롱 노즈 숏 데크, 긴 리어 오버행 등 전형적인 후륜구동 기함의 자세다. CTS를 확대한 모양이기도 하지만 옆 창을 C필러까지 길게 이어 넓은 실내 공간을 기대하게 한다. 길게 뻗은 캐릭터라인은 시원스럽고, 펜더엔 캐딜락 엠블럼을 부착해 허전함을 달랬다. 휠·타이어는 5스플릿 스포크 알로이 휠과 굿이어의 245/40R20을 장착했다.
후면부는 앞모습과 마찬가지로 세로형 테일램프를 최대한 바깥으로 빼 넓은 이미지를 표현했다. 너비를 강조한 나머지 타이어가 얇아 보일 정도다. 램프는 크롬을 살짝 덧대 포인트를 줬다. 4개의 배기 파이프는 두께가 아쉽다.
실내는 천연 가죽, 탄소 섬유, 원목, 알칸타라 등 다양한 소재로 장식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많은 편의기능을 모니터 하나로 제어하는 큐(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분에 간결해 졌다. 완성도 높은 마감은 럭셔리함을 더했다.
편의품목인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풀 컬러로 운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며 룸 미러는 면적이 작지만 후방 카메라로 실시간 촬영한 영상을 보여줘 시야를 넓힌다. 거울 대신 모니터를 보는 느낌이어서 적응 시간이 필요하지만 원치 않으면 일반적인 룸 미러 기능으로 쉽게 전환할 수도 있다.
음향 시스템은 CT6 전용으로 개발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이다. 곳곳에 심어놓은 34개의 스피커는 넓은 실내 공간을 맑고 풍성한 음질로 채우는데 부족하지 않다.
세단의 가장 큰 묘미는 뒷자석인 만큼 고급세단답게 뒷자석 또한 넉넉하고 편안하다. 레그룸은 경쟁 고급 세단의 롱 휠베이스 제품 부럽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다. 각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편엔 10인치 모니터를 장착해 다양한 미디어를 재생할 수 있다. 뒷좌석은 전동식으로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마사지, 열선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좌석마다 온도를 달리할 송풍구는 센터터널과 측창 위에 마련했다. 적재공간은 433ℓ로 작은 편이다.
이 차량의 경쟁 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이며 국산 브랜드 중에는 제네시스 EQ900가 경쟁 차종으로 꼽힌다.
현재 CT6의 트림은 프리미엄(7880만원)과 플래티넘(9580만원) 2가지이다. 이 차량의 가장 큰 매력은 합리적인 가격에 있다. 1억을 훌쩍 넘는 다른 수입차량에 비해 부가세를 포함해도 1억원이 채 안된다. 이차가 주목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