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5만원미만 명절선물 5%도 안돼…매출급감 불가피"
농림축산식품부 등 일부 부처…'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상한선 조정 요청
유통업계는 28일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유통업계가 이같은 실망감을 보이는 이유는 공무원, 교원 등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의 가격을 5만원으로 제한한 김영란법 시행령 부분 때문이다.
헌재는 이날 허용금품·가액의 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내용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 백화점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비중 불과 5%…매출감소 불 보듯 뻔해"
백화점은 특히 명절 선물세트 매출에서 5만원 미만 세트 비중이 5%일 정도로 고가 선물 수요가 많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비중이 워낙 작아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이번 추석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이미 시장은 한껏 위축되어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업계는 추석 선물세트를 출시하면서 5만원 이하 저가 세트 물량을 기존보다 20∼30% 늘리는 등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건전하게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 자체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 대형마트 정육·수산·과일 등…5만원 이상 선물세트 절반 이상
대형마트는 백화점보다는 영향이 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역시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대형마트는 명절 선물세트에서 5만원 미만 세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정육·수산·과일 같은 신선식품 선물세트는 5만원 이상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추후 국회에서의 법 개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청와대에서 내수 위축을 우려하며 법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고,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개정 움직임이 일부 보였기 때문이다.
명절선물세트에서 한우, 굴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법 개정을 통해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이 제외된다면 명절 매출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 외식업계, 호텔업계 "금액 상한선 3만원…장사 자체가 불가능"
이밖에 외식업계와 호텔업계 또한 김영란법 한헌 판결 소식에 비상에 걸렸다. 특히 일부 고급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인당 대부분 3만원대를 훌쩍 넘는 한정식은 인건비, 재료비 등 생산비가 많이 투입돼 가격 인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앞서 5월 업종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한정식의 61.3%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일부 부처와 소상공인연합회, 화훼농가 등 관련 단체들은 법제처에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상한선을 둔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해 내용 조정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