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면세점 들어오니 가게 빼라” 입점상인 울린 갑의 횡포
"갑작스러운 퇴점 통보로 투자비용 3억원 공중분해"…사전 구두계약 '나 몰라라'
"면세점 들어오니 빨리 가게 빼라."
현대백화점이 기존 입점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영업 중단을 통보하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하반기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 유력후보로 현대백화점이 떠오른 가운데 본격적인 듀티프리 준비 과정에 착수하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한 한 매장이 현대백화점의 계약 해지 통보에 영업을 중단할 위기다. 입점 계약 당시 현대백화점이 연장을 약속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적잖은 비난이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9층에서 3년째 키즈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씨는 “지난 6월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퇴점 통보를 받았다”며 “면세사업이 확정되면 8~9층이 리뉴얼 공사에 들어간다고 들었다. 현대백화점이 입점업체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매장 정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두상이지만 기존 키즈카페의 계약 사례를 들어 연장 계약이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는 약속을 받았다”며 “이를 믿고 3억원의 거금을 투자한 입장으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20년간 직장에서 일했지만 퇴직금까지 합쳐도 3억을 모으지 못했다. 그만큼 큰 돈이다”고 주장했다.
계약 당시 이씨는 38평의 매장에 총 3억원의 가맹점 개설비용을 투자했다. 이 매장은 일정 수수료만 납입하는 특약매입 거래 매장이기에 권리금은 보장 받지 못한다. 최소 6년은 영업을 해야 본전을 건질 수 있다.
이씨는 “계약 기간은 2013년 8월 20일부터 2016년 8월 21일까지였다”며 “3년 동안의 영업수익으로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현대백화점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재계약 여부에 대해 불안해하니 담당 직원이 ‘자기가 현대백화점을 그만둘 사람도 아니고 백화점이 양아치인 줄 아냐’는 말까지 했다”며 “이후에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실무자가 인정했지만, 사전에 법률자문까지 구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또한 이씨는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다른 층에서라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처음에는 조율해보겠다고 하더니 또다시 어떠한 보상도 해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면세사업자 선정이 되지 않더라도 기존 9층 매장을 전면 리뉴얼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 총 수익이 목표치에 미치지 않아 비교적 수익이 낮은 9층이 리뉴얼 대상이 됐다고 이씨는 전했다. 현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9층에는 가전, 식기, 침구, 가구, 아동·유아 등 총 103여개의 매장이 입점해있다.
이씨는 “일반적으로도 사업자 매장은 임대차 보호법에 의해서 5년 동안 보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매장이라는 이유로 그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고 입점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 계약만료로 일방적 퇴점 조치를 당함에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계약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현대백화점은 이씨 뿐만 아니라 8~9층에 위치한 매장 대부분에 동시 퇴점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이 하반기 면세사업자 선정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특약매입 거래는 통상 1년인데, 해당 건은 3년 계약으로 오히려 계약 기간을 통상보다 더 늘린 것에 해당한다"며 "추후 계약을 해주겠다는 부분은 사실무근이며, 3억원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를 했다고 했지만 실제 계약한 내용을 보면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소장한 계약서에 가맹점 개설 비용으로 약 3억원의 비용이 기재돼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이씨는 "5월 20일 자로 된 녹취록을 소장하고 있다"며 "녹취록에 '기존 계약 당시 "백화점이 사정을 더 잘 아는데 왜 연장계약을 안 해주겠냐, 백화점이 그렇게 양아치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라는 물음에 '그때는 통상적으로 그렇다라고 얘기한 거고 지금 상황이 바뀌었다'고 담당 실무자가 답변한 부분이 녹음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면세사업권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면세점 특허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영업 중인 면세점은 모두 9개로, 여기에 신규 면세점 4개(대기업 3곳)를 더 추가한다. 관세청은 오는 10월 4일까지 면세점 특허 신청서를 받고 12월 중 선정 결과를 내놓는다. 현대백화점은 대표 점포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