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들 예쁘게 옷 입고 화장했지만 ‘판박이 미인’

미국·중국 등 4개국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본 한국인의 모습…"수직적 조직문화 아쉬워"

2016-05-25     이유진 기자
▲ 왼쪽부터 저우텐둬, 다카하시 유키, 소피 볼라데라스, 찰스 어셔가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진행된 대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yim@seoulmedia.co.kr

일본, 중국, 뉴질랜드, 미국 등 다국적 외국인들이 모였다. 공부, 여행 등 각자 다른 이유로 한국에 왔지만 현재는 서울의 한 출판사에서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 사이다. 오랜 기간의 한국 거주로 웬만한 한국어 표현이 거뜬한 것은 물론 야근, 회식과 같은 한국 직장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깊다.

국내에서 일하며 한국 여성을 누구보다 많이 접해왔을 이들에게 한국 여성관에 대해 물었다. 서울 용산구 여성경제신문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대담에서 이들은 한국 여성을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묘사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다’ ‘비슷한 성형수술을 한다’ ‘미의 기준이 좁고 획일적이다’ 등 거침없고 솔직한 답변에 기자도 뜨끔했다.

-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다카하시 유키: 한국에 너무 오래전에 와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저우텐둬: 2년 전에 한국에 왔다. 연예인을 좋아해 (여행으로) 자주 한국과 중국을 오가서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찰스 어셔: 2005년에 한국에 처음 와서 2년 동안 한국에 살다가 2009년에 다시 왔다. 사람들이 말을 아끼고 자제하는 느낌을 받았다. 제 성향도 비슷해서 잘 맞았다.

소피 볼라데라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뉴질랜드의 인구는 약 400만 명 정도로, 한국에 비해 인구 밀도가 낮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바빠 보인다. 약간 절제된 느낌인 반면 정이 많아서 좋았다.

- 한국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소피: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한국에 친구가 있어서 좋았다.

찰스: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에 오게 됐다. 대학 다닐 때, 졸업한 학생들이 경기도 공립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반대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한국에 쉽게 올 수 있었다.

저우텐둬: 한국 연예인에도 관심이 있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 중국에서 기자 생활을 해서 한국에 자주 왔었다.

유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영어를 전혀 못 했다. 그때 아버지가 다른 언어 하나쯤은 해야 되지 않겠냐 하셨다. 당시 아버지께서 한국에서 일을 하셔서 한국 가족과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에 왔기 때문에 일본에서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와서 연애하고 직장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홈스테이, 자취, 고시텔, 기숙사, 아파트 등 거주 경험이 많다. (웃음)

- 한국의 사내 문화 어떻게 보나.

찰스: 분위기가 조용하다. 조금 덜 조용하면 좋겠다.

저우텐둬: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가 수직적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윗사람이 오면 바로 허리를 굽히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최근 수직적인 문화가 많이 완화되어 자유롭다. 우리 부서에는 외국 사람이 많기 때문에 별로 수직적이지 않아서 좋다.

소피: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회사 경험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 한국 여성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보인다. 아이들을 보기 힘들어하고, 너무 일에 치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회사 내 사람들을 어떤 호칭으로 부르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 예를 들어 상사와 선배, 동기를 대하는 태도와 호칭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다카하시 유키, 저우텐둬, 통역을 맡은 김희진씨, 소피 볼라데라스, 찰스 어셔가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진행된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yim@seoulmedia.co.kr

- 자국 여성과 비교해 한국 여성의 다른점은.

유키: 너무 외모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도 요새 성형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모님께 받은 신체 일부를 바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반면 한국 여성들은 컴플렉스는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린 학생들도 화장을 하는 등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다. 일본도 그런 관심은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저우텐둬: 저도 화장을 안 했다고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 어학원에 다닐 때 수업에 화장을 안 하고 가니 선생님께서 “왜 이렇게 정신이 없냐”라고 그러셨다. 학생이 화장을 안 하는 것이 이상한 문화인 건가 싶었다. 또 중국 여자들은 결혼을 해도 90%는 다시 일을 하는데, 한국 여성은 결혼 후 일을 그만 두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남성들이 가사를 도맡는다.

소피: 제가 만난 친구, 동료들을 보면 한국 여성은 참 정이 많다. 또 기본적으로 일을 많이 한다. 항상 공부를 하거나 악기나 춤을 배우는 등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찰스: 소피 말에 동의한다. 한국 여성은 열심히 일하고, 상당히 지적이다. 그러나 그들과 대화를 해보면 성적인 불평등과 정형화된 성 역할에 대해 문제를 느끼고 그 부분을 인지하면서도, 거기에 맞춰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어 다른 여성에게 “너무 예쁘시네요”라고 칭찬하는 것도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여기에 맞추려고 한다. 미국 여성과 비교해도 주장이 센 편은 아니다.

- 미(美)는 만국여성의 공통적 관심사 아닌가.

소피: 한국 여성은 어떠한 미의 기준에 부합되도록 강요받는 것 같다. 심지어 그 미의 기준이 매우 좁다. 반면 뉴질랜드에서는 개인마다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받아들인다. 이 사람은 이런 면이 괜찮고, 저 사람은 저런 면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여기는 어떤 엄격한 기준이 있어 보인다. 그 예로 한국 여성들은 이력서를 낼 때도, 사진을 붙이고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쓴다. (뉴질랜드는 이력서를 낼 때, 사진을 붙이지 않는다.)

- 다른 나라도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나.

저우텐둬: 중국은 이력서에 사진을 붙인다. 포토샵도 조금 한다. (웃음) 

유키: 일본도 붙인다.

-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우텐둬: 한국 여자들의 느낌이 거의 비슷하다. 메이크업과 외모에서 각자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성형수술도 비슷하게 한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보더라도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많다.

찰스: 한국에 맨 처음 왔을 때, 성형수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살다 보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만큼 한국 여성들이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성형이 문제가 아니다. 성형은 문제로 일어나는 증상일 뿐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TV나 뉴스와 같은 미디어가 이런 현상을 조장한다. 성형수술을 하고 난 여성의 외모가 좋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성형 수술한 느낌이다. 많은 횟수나 하는 비율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왼쪽부터 소피 볼라데라스, 찰스 어셔가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진행된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yim@seoulmedia.co.kr

- 미의 기준이 획일화돼 있다는 것인가.

소피: 한국 사람들의 패션 감각이 좋다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사람들이 반바지나 티를 입고 편하게 다닌다. 반면 한국 여성들은 옷을 예쁘게 입고 스타일이 좋다. 하지만 좀 천편일률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는 문신이나 피어싱 등을 한 사람이 많은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뉴질랜드에서는 문신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사회의 고정관념과도 연결되어 있어 자유롭게 표현을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한국 여성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찰스: 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모든 한국 여성은 정말 다르다.

유키: 일본하고 한국의 문화가 비슷해서 그런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저우텐둬: 곰곰하다? (꼼꼼하다를 이야기하려다 발음 때문에 웃음이 터졌다.) 부지런하다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

- 기회가 된다면 한국 여성 혹은 남성과 결혼할 생각이 있나.

유키: 남편이 한국 남자다. (웃음)

소피: 한국 남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거라면 긍정적이다. 서로의 관계가 중요하지, 결혼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한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찰스: 한국인 여자친구와 사귄 지 5년 반 정도 됐다. 우리는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다. (이 말에 모두가 손뼉치며 환호했다.) 한국이 살기 좋지만, 나중에 미국에 가도 좋을 듯하다. 여자친구는 국내와 해외 모두 살아보고 싶어 한다.

저우텐둬: 데이트는 괜찮다. 그런데 결혼은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

▲ 왼쪽부터 다카하시 유키, 저우퉨더가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진행된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yim@seoulmedia.co.kr

- 한국에서는 데이트비용을 주로 남자가 내는데.

저우텐둬: 중국에서도 대부분 남자가 돈을 낸다. 매번 철저하게 분리해서 내는 건 안 좋아 보인다. 중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남성이 더 많이 지불하는 것 같다. 보통 밥은 남자가 사고, 커피는 여자가 산다. 비율로 따지면 남자가 60%, 여자가 40% 정도다.

유키: 일부 일본 여성들은 남자가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더치페이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한국인인데, 학생 때부터 사귀어 거의 7~8년 연애하다가 결혼했다. 남편은 아직 학생이다. 제가 직장을 다니며 가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문제가 된다면 같이 못 산다. (웃음) 모든 비용을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공부를 그만두고, 빨리 취업하라고 닦달했을 거다.

한국 남성은 이벤트도 열심히 챙겨야 한다. 100일 같은 기념일을 챙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옆에 앉은 저우텐둬는 100일을 도대체 왜 챙기는 거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다.) 매일 사귄 지 며칠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도 좀 그렇다. 핸드폰에 카운트다운 어플을 설치해놔야 하는 건가.

- 서양에서는 정확히 반반을 낸다는데 진짜 그런가.

찰스: 커플마다 다르다. 하지만 제 생각엔 보통 첫 데이트 때, 남자가 다 돈을 내고 그후에는 자주 더치페이를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요즘 여자들은 남자가 계속 내면 불평등하다고 생각해서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소피: 한국 남성들은 경제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는 것 같다. 데이트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결혼하면 집도 사야 한다. 이런 부분을 남자가 모두 지불하면 부담이 된다. 뉴질랜드에서는 반반 지불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