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사회에서 소모품 취급받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이신혜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기초의원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밟아 나간다면 국회에 입성했을 때 더욱 체계적인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공이 쌓인다면 나도 그 정도의 실력 있는 정치인이 돼있을 거다. 그러나 기초의원들의 국회 입성은 완전히 막혀있다." -이신혜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이신혜 의원은 ‘미국변호사 출신’, ‘최연소 서울시의원’ 등 남다른 이력으로 임기 시작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제9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에 입성했다.
이후 그의 정치 행보는 거침없다. 대한민국의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싶다는 그는 아동, 청년 등에 관련한 조례안을 발의하고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통과시킨다.
이후 그는 ‘서울시 청년 기본조례’를 발의하며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 운영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 대변인을 거쳤고, 현재 서울특별시의회 청년발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내며 청년문제 해결에 팔을 걷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의원은 아동학대 예방, 자살예방 등 대한민국 사회 어두운 단면은 모조리 예방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이 의원의 이런 정치적 동기부여는 아들 은호가 있어 가능했다. 아들이 나중에 크면 지금보단 살맛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 조례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였다고.
이 의원은 “아이가 컸을 때 지금처럼 다른 친구들을 밟고 올라가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친구들을 밟고 올라가며 성공한들 행복할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동, 청년 관련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통과된 것에 대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지방자치단체는 한계가 있다는 것. 결국 이 의원은 더 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더민주 청년비례대표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의 석연찮은 청년비례대표 선출과정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 의원은 이번 비례대표 선출과정에 불공정·불투명 등 의혹을 제기하며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인터뷰 내내 이 의원의 발언은 솔직했고 과감했다. 청년이기에 이런 기득권층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이 의원. 결국 그의 정치 철학도 ‘청년일 때 청년다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잘못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다이나믹한 여성 이신혜 의원을 23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시의원이 되기 전 인생 스토리가 궁금하다
8년간 회사 넥슨, 한독 법무팀에서 사내변호사로 근무했다. 정치에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꿈도 못꿨다. 오히려 정치에 참여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회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내 성격에 맞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성실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2013년 울산에서 발생한 계모의 여아폭행살인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정치에 입문한 계기다. 분노와 절망감을 느꼈고, 수많은 청년들이 희망이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내 아이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기 때문에 엄마로서의 진정성과 오랜 사회생활을 통한 전문성을 가지고 어린아이들부터 청년세대까지 차세대를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정치를 해보겠고 결심했다.
-그동안 발의한 조례안을 보면 청년 보호 및 아동학대 예방에 관련된 내용 대부분이다. 특별히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동학대 관련 기사에 민감하다. 앞서 말했듯 울산 아동학대 사건 때 너무 충격적이고 가슴이 아파서 한동안 많이 울었다.
특히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집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보호받고 가장 안전하게 느껴야 하는 곳인데, 역설적이게도 가정 내에서 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시의원이 된 후 아동권리 신장에 관한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오다 서울시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조례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서울시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최근 아동학대 이슈와 맞물려서 아동학대 예방 조례 발의와 관련된 기사가 많이 조명되어서 그런데 그 이전에는 자살예방과 관련된 활동(청소년 자살예방교육을 위한 생명문화버스 최초 제안 및 발의, 청소년 자살예방 메뉴얼 개발 및 교육)과 청년과 관련된 조례 공동발의 및 청년발전특별위원회 활동 등도 함께 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사건은 2014년보다도 17% 증가한 1만 1000여건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의 특성상 언론이나 세간이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아동학대 실태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아동학대 예방 관련 시민단체의 관계자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가 더 심각한 이유는 바로 드러나지 않는 ‘빙산의 일각’의 사건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아동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못하고 있는 만큼 아동학대의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아들 바보로 유명하다.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한 조례안도 아들 은호의 영향을 받은 건가?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아동학대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 남일 같지 않고, 더욱 분노하게 된다.
어른들도 아이일 때가 있었지 않나. 따라서 사회에서 아동을 보호해야하는 책임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아동기의 학대는 그 아이의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더러 아동학대가 일어난 후에도 회복되긴 어렵다.
아동학대가 일어나기 전, 미리 예방해 미래 세대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사회 의무이자 책임이다.
사회적 약자인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아동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만큼 아동보호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청년실업 구제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는 여러가지 관련법을 발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 실효성이 미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제시하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최근 청년관련 세미나에서 인상 깊게 들은 내용이 있다. 한 여성청년의 청년정책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내용이었다.
질문의 요지는 정당에서 또는 정부에서 새로 제시하고 있는 청년관련 경제정책들이 너무나도 뻔한 내용이어서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그동안 청년정책에 대한 해결책도 많이 나와 있지만 실현이 되고 있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한 패널이 어떤 정책이든 정부여당과 야당과의 합의를 통한 예산 집행이 가능한데 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용기있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답변했는데 그 답변이 참 마음에 와 닿았었다.
청년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인 만큼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는 정치계의 노력과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시의원으로서 서울시에서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청년활동수당 정책이라든가 청년주거정책 등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정치적 비전은 무엇이었나?
청년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됐다. ‘청년’이 정치적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정당 내에서도 정작 청년정책과 청년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없었던 것 같다.
선거 때마다 당은 청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지만, 실제 더불어민주당만 하더라도 청년권리당원만 8만여명이 넘는다. 이중 청년 대의원이 400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청년자원이 많지만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이 사회에서나 정당내에서나 소모품으로 남아있는다면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국회의원이 되려는 청년은 지방자치부터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이 모범사례가 돼야 하고 이런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의 일자리와 복지 문제로 지방자치정책과 긴밀히 연계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서울시의회에서 박원순 시장과 선배 동료 시의원들과 많이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어내고 시행한 경험이 있다.
지방의회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그러한 모범사례가 되기 싶은 마음으로 국회의원 청년비례대표에 도전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선정과정에 대해 ‘불공정 절차’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는데, 무엇이 문제였나?
청년비례대표 선정과정은 전반에 걸쳐 명확한 기준은 고사하고 시종일관 ‘깜깜이 선거’였다.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접수 한 이후로 신청자들은 대부분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고, 향후 일정이나 선출 세칙에 대한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청년들이 1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액수의 신청접수비를 냈지만, 비례대표 신청자 총 22명 중 13명은 어떠한 기준이나 설명 없이 컷오프 당했다.
그 결과는 개인통보가 아닌 언론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서류심사에서 통과한 9명의 도전자들은 그나마 면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5분 정도밖에 안 되는 면접시간이 전부였고 이후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최종 후보자가 결정됐다.
이 후 불거져 나온 최종 후보자들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접하고 안타까웠고 분노했다. 이런 의혹 속에서 11명의 청년 후보자들이 마음을 모아 시종일관 불공정하고 불투명했던 청년비례대표 선정과정에 대해 심사를 한 공천관리위원회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에 홍창선 위원장의 사퇴와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청년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청년 몫의 국회의원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깨끗하고 공정한 모습으로 청년다운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청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청년들과 끝까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번 청년 청년비례대표 선정 과정에 대해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자리가 또 다른 금수저를 만들어내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차근차근 노력하고 준비해온 청년들의 기회의 장이 돼야 한다.
한 단계씩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당 내외 청년들을 당의 동력이 되도록 해야만 미래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준과 절차는 필수다.
안정된 절차와 공정한 시스템을 완비해 다시는 청년의 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의혹도 불거져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워킹맘, 경단녀’ 등 여성들이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 의원은 ‘미국변호사 출신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경우인데, 워킹맘, 경단녀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조언하자면?
전문직 워킹맘이고 사회에서 다녔던 회사도 비교적 아이 키우기 좋은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조차 아이를 키우며 사회적 커리어를 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까운 가족 친인척 분이 육아를 도와주실 분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아들은 생후 10개월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대부분 가장 빨리 등원하고 가장 늦게 하원하는 아이들 중 한명이어서 최근까지도 등원 인사가 “엄마 빨리와”였다. 참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시의원이 된 이후에도 그러한 부분은 해소가 될 수가 없기 때문에 아는 지인분이 정치인 워킹맘도 육아에는 자유롭지 못하구나 하면서 같이 안타까워한 적이 있다.
워킹맘, 경단녀의 문제들은 사실상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함께 해결해 줘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동시장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더불어 육아의 문제는 해결되기가 쉽지 않다.
-끝으로 정치적 최종 꿈은 무엇인가?
최근 지인으로부터 정치를 왜 하는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답은 명확하다. 우리 은호가 청년이 됐을 때 주변 친구들과 더불어 함께 웃을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의회 의정생활을 통해 배운 것은 1명의 의원이 의지를 갖는다면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의지로 정면 돌파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위기상황에서도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 내가 맡은 자리에서 협력적으로 조직생활을 할 수 있는 헬퍼십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사회 경험, 광역의원의 경험 등 다양한 경험들을 살려 직접 발로 뛰며 생활정치에 기반한 정책들을 실현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또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돼 대한민국이 지금보다는 밝은 사회가 되는 데에 앞장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