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전고체 배터리' 양산 경쟁 본격화···삼성SDI에 국가 운명 걸렸다
GAC, 전해질 독자 개발로 리스크 줄여 내연기관차와 경쟁 가능한 전환점 도래 삼성SDI 2027년 목표, 경쟁사 대비 앞서 "시장 선점, 속도보다 대규모 양산 능력"
중국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속도전에 나섰다. 광저우자동차(GAC)와 CATL이 양산 목표 시점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삼성SDI 등 국내 기업도 생산 계획을 구체화하며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25일 중국 관영 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GAC가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현재 소규모 시험생산이 진행 중이며 60암페어(Ah)급 이상 자동차용 전고체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선두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GAC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해질을 자체 개발한 점에 있다. 전고체 배터리에서 전해질은 핵심 소재로 내재화를 통해 비용·공정·공급망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전해질을 외부에 의존하면 기술 도입 비용과 공급·양산 전환 리스크가 커지는 반면 자체 개발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치훙중 GAC 플랫폼기술연구원 신에너지동력연구 책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기존 대비 두 배에 가깝다"며 "500km급 차량을 1000km 이상 주행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 소규모 차량 탑재 시험을 거쳐 2027~2030년 단계적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경쟁력은 액체 전해질을 완전히 제거한 고체 전해질 기반에 있다. 열이 축적돼도 인화성 물질이 기화하지 않아 '열폭주'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 확대와 안전성 향상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충전 속도 역시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요소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론적으로 10~15분 내 완전 충전이 가능해 충전 인프라를 '장시간 점유형'에서 '회전율 중심형'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더 작은 부지에서도 더 많은 차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기술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상용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 CATL 역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소량 생산 계획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R&D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20Ah 샘플 제작을 완료했으며 현재 잠재 고객사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전고체 전환 과정에서 반고체 배터리 도입을 병행하는 이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차이신증권(财信证券)은 2030년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출하량이 614.1GWh, 시장 규모는 2500억 위안(약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26년 시험 탑재를 시작해 2030년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SDI가 선두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생산 거점 구축을 추진 중이며 울산 사업장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특정 지역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2023년 전고체 배터리 전담 조직인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해 상용화 준비에 나섰다. 업계 최초로 수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2027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본지에 "다른 배터리 업체보다 이른 2027년 생산 목표를 세운 만큼 해당 시점에 맞춰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추진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 전반의 개발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서울 마곡 R&D 캠퍼스에서 전고체 배터리 셀 시제품을 완성했으며 충북 오창공장에 파일럿급 이상의 마더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SK온도 대전 미래기술원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의 핵심은 개발 속도보다 대규모 양산 능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가 생산되더라도 기술 난도가 높아 비용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며 "일부 고급차에만 적용되는 수준이라면 상용화 의미가 크지 않고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단계에 도달해야 진정한 시장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